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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연봉 400억 넘는 여성CEO가 ‘아내’ 부양하는 가장?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이혜원 인턴기자]“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운 존재로 태어났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엄과 권리는 모두 똑같다.” 세계인권선언이 선포된지 60여 년이 흐른 현재, 성공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성 소수자도 예외가 아니다. 애플의 CEO 팀 쿡이 대표적이다. 성소수자인 그가 커밍아웃 한 후 회사 운영엔 어떤 불이익도 없었다. 동성애에 이어 성전환 CEO도 나타났다. 제약회사 유나이티드 테라퓨틱스(United Therapeutics)의 마틴 알리아나 로스블라트(Martine Aliana Rothblatt) 대표가 주인공이다.

최고경영자(CEO)이기도 한 그는 2013년 유나이티드 테라퓨틱스의 시가총액이 46억달러(약 5조2300억원)를 돌파하면서 미국 연봉 전문 조사업체인 이퀼라(Equila)가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여성 CEO’ 1위에 올랐다. 하지만 발표 후 “내 업적을 여성의 성공이라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연봉 3800만달러(약 433억원)를 받기까지 쌓은 기반은 그가 ‘남자’일 때 이룬 것이기 때문이다. 짐작대로 그는 바로 성전환자다.

마틴 알리아나 로스블라트.

올해 나이는 60세. 인생 초반 40년은 남자로 살았다. 학부에서 언론정보학을 공부한 후 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가 됐다. 통신에 조예가 깊어 통신위성법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던 중, 내비게이션 시스템 회사인 ‘지오스타(Geostar)’에 합류하면서 본격적으로 위성 산업에 뛰어들었다. 최고경영자로 지오스타를 운영한 데 이어 1990년 위성 라디오 회사인 ‘시리우스(Sirius)’를 설립해 큰 성공을 거뒀다. 현재 시리우스의 기업가치는 190억달러에 이른다. 여성의 사회 활동이 활발하지 않던 시절, 남자였기에 이룰 수 있던 업적이다.

40세가 되던 해인 1994년 그는 성전환수술을 받았다. 오래전부터 생각한 것을 실천한 것이다. 유년시절 자신이 잘못된 몸에 태어났다고 인식하고 15세에 성전환을 인생 목표로 정했다. 성인이 된 후에도 성전환수술은 머리를 떠나지 않았지만 실행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커밍아웃 후에도 아내가 떠나지 않을 것을 확신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 ‘영혼의 동반자’로서 둘은 지금까지 네 자녀와 함께 살고 있다.

마틴 알리아나 로스블라트(오른쪽)와 아내 비나 아스펜. (사진=게티이미지)

이후에도 가족 사랑은 극진했다. 유나이티드 테라퓨틱스를 설립한 계기도 가족이었다. 희귀 소아종양을 앓는 딸에게 치료제를 만들어주기 위해서였다. 시리우스 지분을 매각하고 런던 대학에서 의학윤리학 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본격적으로 약 개발에 매진했다. 그렇게 탄생한 ‘유니툭신(Unituxin)’은 2013년 미국식약청의 허가를 받으면서 시판에 성공했다. 매출과 함께 주가도 급상승했다. 같은 해 마틴 알리아나 로스블라트가 미국에서 연봉 1위 여성CEO에 오를 수 있던 것도 ‘딸사랑’ 덕분이었다.

이같은 사랑은 가족을 넘어 확장된다. 인권운동가인 그는 성전환수술 이듬해 ‘성의 인종차별(The Apartheid of Sex)’을 출간해 성을 구분하는 범주를 재획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에는 50억명의 인간과 50억가지의 성 정체성이 존재한다”며 타고난 성에 따른 사회적 역할에 반대하고 있다. 인공지능 로봇 제조사인 핸슨로보틱스(Hanson Robotics) 설립자이기도 한 그는 죽음을 뛰어넘은 인간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는 휴머니스트다. 현재 아내를 모델로 한 복제 로봇 ‘비나48(Bina48)’을 개발 중이다.


souriran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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