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세종전망대> 한국판 뉴딜 ‘민자사업’, 경기부양 효과는 ‘글쎄’
[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기 부양 카드의 하나로 ‘한국판 뉴딜’인 민간투자사업을 꺼내 들었다. 미국이 1930년대 경제공황 때 썼던 카드를 들고 나왔다는 점에서 경제 수장의 조바심과 다급성이 엿보인다.

지하철, 고속도로 건설 등 공공사업에 민간의 여유자금을 끌어 들여 투자를 늘리겠다는 것인데 민간의 참여를 얼마나 이끌어낼지 당장 미지수다. 요즘과 같은 불경기에 여유자금이 있는 민간 기업이 몇이나 될까? 인건비도 빠듯한 중소ㆍ중견 기업들 빼고 나면 결국 대기업 그들만의 리그일 뿐이다.

공교롭게도 최 부총리가 지난 9일 서울대학교 정문 앞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관악 IC 공사 현장에서 가졌던 간담회 자리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GS건설, 대림산업, 현대산업개발 등 대형 건설사 간판이었다.


민자사업은 규모도 크고 수익도 큰 사업이라 업체들 간 경쟁이 치열해야 정상인데 우리나라는 알만한 업체들끼리 컨소시엄을 형성해 참여하니 그 나물의 그 밥인 것이다. 민자사업이 ‘대기업 퍼주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세수 상황 등을 감안할 때 정부가 대규모로 재정을 투입할 여건이 아니라는 입장은 이해할 만하다. 문제는 민간에 손을 벌리다 보면 뒤통수를 맞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민자사업은 공사비 부풀리기, 과다한 수익보전 등으로 많은 문제점 투성이었다. 특히 최소운영수입보장(MRG) 제도는 민간 사업자가 통행량을 과다 예측해 재정 부담을 줄이는 등 과잉투자와 혈세 낭비로 이어져 민간 투자에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수도권 외곽 고속도로나 서울역 민자역사 사례만 봐도 이용료는 높고, 적자가 나면 세금에서 보전해 주다 보니 국민의 시선이 고울리 없다. 세금 잡아먹는 민자사업 관행을 확 뜯어고치지 않는다면 가뜩이나 부족한 세수를 더 떼일 수도 있다

최 부총리는 민간과 정부가 리스크를 분담하는 제3의 방식을 도입하고, MRG 제도도 합리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 밝히긴 했지만 제대로 될지 지켜볼 일이다.

민자사업을 통한 ‘한국판 뉴딜’ 카드가 약발이 있으려면 보완이 아닌 획기적인 개선책이 나와야 하는데 사업부터 밝혀놓고 보완책을 준비하겠다니 급하긴 급한 모양이다.

이번 민자사업이 단기부양책이 아닌, 민간투자를 이끌어 내 새 일자리를 만들고, 소득을 늘려 소비를 진작시키는 선순환적인 부양책이 될 수 있을까. 답은 ‘글쎄’다.

wo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