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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검사가 받은 벤츠 승용차는 '뇌물' 아닌 ‘사랑의 정표’…대법, 무죄 확정
[헤럴드경제=최상현ㆍ강승연 기자]‘김영란법’ 제정의 결정적 계기가 된 ‘벤츠 여검사’ 사건의 주인공이 상고심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공직자가 사건 청탁을 받은 시점 이전에 수수한 금품을 계속 사용하거나 보관한다고 해서 ‘대가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12일 내연관계인 부장판사 출신 최모(53) 변호사로부터 사건 청탁 대가로 벤츠 승용차와 샤넬 핸드백 등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로 기소된 이모(40) 전 검사의 상고심에서 검찰의 상소를 기각하고 무죄 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대가성 기준 엄격 적용=이번 사건의 쟁점은 공직자가 거액의 금품을 수수한 이후 사건 청탁을 받고 알선했을 때, 이를 대가관계에 따른 뇌물로 볼 수 있는 지 여부였다.

1심 재판부는 이 전 검사가 청탁 시점 이전에 받은 금품이라도 대가성이 인정된다며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청탁 시점과 금품 수수 시점이 2년 7개월로 차이가 나 대가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봤다. 이 전 검사가 받은 신용카드나 벤츠 승용차는 내연관계 상대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이 같은 2심의 판단을 받아들여 뇌물이 아닌 ‘애정의 증표’로 해석해 무죄로 확정지었다.

이번 결정을 두고 법조계는 대법원이 뇌물죄의 핵심인 대가성의 판단기준을 엄격히 적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상훈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은 “형법은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을 인정할 때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는 증거를 요구한다”면서 “상당 기간 금품과 향응을 받았더라도 법적으로 충분히 입증하지 못해 대가성을 인정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 대변인은 또 “청탁 전과 후에 비슷한 수준의 금품을 제공했다면 대가성을 무조건 인정하기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 법감정 어긋나…김영란법 탄력 전망=하지만 대법원의 판결이 국민의 법 감정과는 동떨어졌다는 비판이 거셀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일반 국민에게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재확인시킨 실망스러운 판결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김용민 변호사는 이와 관련“뇌물죄를 폭넓게 인정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대법원 판례 기조와도 역행하는 것이란 비판이 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이번 결정을 계기로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을 따지지 않고도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한 김영란법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탁경국 변호사는 “김영란법의 취지가 대가성이 입증 안 된다는 것만으로 국민 법 감정과 어긋나는 판결을 막자는 것”이라면서 “향후 김영란법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죄 판결 검사 복직 가능할까=이 전 검사가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지만 복직은 어려울 전망이다.

이 전 검사는 검찰이 자신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고 최 변호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자 사표를 냈고 곧바로 수리됐다.

최 변호사의 경우 또다른 내연녀를 감금한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돼 변호사 등록이 취소됐다. 현행 변호사법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 변호사 등록을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 전 검사의 무죄가 확정됨에 따라 형사보상금 청구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검사는 구속기소된 상태에서 1심에서 고령 임신에 출산을 앞두고 있어 법정구속되진 않았다. 2심은 불구속 상태에서 받았다.

따라서 1심 전 구금기간 일수만큼 최저일당을 적용해 형사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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