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기준금리 1% 시대] 사상 첫 1%대 금리 시대 연 한은…후폭풍 거셀 듯
[헤럴드경제=한석희ㆍ황혜진 기자]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사상 처음 연 1%대로 떨어졌다. 급증세인 가계부채 등 부담은 크지만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낳을 정도로 미약한 경기 회복세를 뒷받침하려는 결정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벌써부터 사상 첫 1%대 금리가 가져올 후폭풍을 걱정하고 있다. 게다가 정치권의 압박에 쫓겨 금리인하를 단행한 모습이어서 이에 대한 비판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12일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종전 연 2.00%에서 1.75%로 인하했다. 작년 8월과 10월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내린 데 이어 다시 5개월만에 0.25%포인트 더 내린 것이다.

하지만 이번 금리 인하가 소비나 투자 심리를 얼마나 자극해 경기 회복세를 뒷받침하는 데에 도움이 될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이와 관련 “소비와 투자 부진은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라며 “금리 인하가 실물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가계부채 급증과 자본유출 위험 커질 듯=이번 금리인하로 경기부양 효과는 예상되지만 급증하는 가계부채와 자본유출 우려는 또 다른 한국경제의 위험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1089조원까지 치솟은 가계부채는 연초에도 무서운 속도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말 현재 가계에 대한 예금은행의 가계대출(모기지론 양도분 포함) 잔액은 566조원으로 한 달 전보다 3조7000억원 증가했다. 속보치 성격의 이 집계가 개시된 2008년 이래 2월 중 증가폭으로는 역대 최대다. 주택담보대출 잔액(413조6000억원)만 따져도 지난 한 달 간 늘어난 액수는 4조2000억원에 달한다.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는 지난 2월 금통위 본회의 회의록에도 잘 드러나있다. 특히 곧 출시될 정부의 연 1%대 수익공유형 주택대출이 가계부채 문제를 심화시킬 것이란 우려도 컸다.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보증 회사가 손실을 부담할 가능성이 있고, 모든 은행이 연 1%대 주택대출을 취급하면 가계부채를 증가시키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자본유출 위험도 고민거리다. 최근 달러 강세 현상이 뚜렷한 가운데 미국이 상반기 중 금리를 인상할 경우 자본유출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원화 절하 속도는 아시아 주요 국가 중 가장 빠른 수준으로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영향을 크게 받을 수 밖에 없다. 통상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1~2% 높은 금리를 유지해왔지만 미국과의 금리격차가 좁혀지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미국 시장으로 자본이 이동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통위원중 한명인 함준호(50)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최근 “예상외로 자본유출이 확대될 위험에 신중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금융기관 NIM하락, 가계 이자수입 감소… 후폭풍 거셀 듯=또 다시 기준금리가 인하되면서 금융기관의 한숨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특히 예금이자가 내려가면 가계자산 중 예금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특성상 소비감소 및 부동산 시장에도 파장이 거셀 수 밖에 없다는 비판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2%대에서 1%대로 내려앉은 만큼 금리인하의 상징효과는 더욱 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은행 수익에 예대마진이 절대적인 만큼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NIM 추가 하락은 불가피해보인다.

하이투자증권은 이와 관련 “이번 금리 인하로 국내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이 3분기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은행권의 순이자마진(NIM)은 1.79%로 이미 역대 최저수준이다. 보험권 역시 역마진 우려가 커지며 수익성에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격적으로 디플레 파이터 선택했지만…=특히 정치권에서 금리인하를 강하게 요구하는 상황에서 금리인하 카드가 전격적으로 나왔다는 점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 대부분이 3월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하고 있었던 것과 달리 전격적으로 금리인하 카드를 꺼내든 것은 정치권의 압력에 쫓기는 듯한 인상을 줄 수 뿐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이주열 총재는 기준금리가 사상 첫 1%대로 인하될 가능성을 열어두기는 했지만 이번 인하를 앞두고 충분한 사전 신호를 주지 않았다. 방향지시등을 충분히 켜지 않고 차선을 변경한 셈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 대부분은 한은이 4월에나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었다.

게다가 최근 최경환 부총리에서부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까지 나서서 기준금리 인하를 강하게 요구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금리인하 결정에 석연치 않은 시각을 보내는 이들도 많다. 새누리당 김 대표는 금통위를 하루 앞둔 11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전 세계적으로 통화완화 흐름 속에 우리 경제만 거꾸로 갈 수 없다”며 정부와 함께 통화당국을 상대로 적극적인 대처를 주문한 바 있다.

/hanimom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