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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학 수학” 떠들어도…경쟁력은…
국제수학올림피아드 잇달아 입상에도
‘수학 노벨상’ 필즈상 수상자 아직 없어
기초과학 중심 우주 분야 등에서 약점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수학 실력은 해마다 열리는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 대회에서 계속 상위권 성적을 냈을 정도로 세계적이다. 하지만 ‘수학의 노벨상’이라 일컬어지는 필즈상 수상자 중 우리나라 국적 수상자는 아직 한 명도 없다. 어렸을 때 쌓았던 수학 실력이 성인이 되면서 퇴보하고 있는 셈이다. 

수학의 날(3월 14일)을 앞둔 대치동 수학학원.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수학 실력이 일취월장한 것은 2000년 국내(대전)에서 개최한 국제수학올림피아드 대회에서 4위를 차지한 것이 계기가 됐다. 해마다 전 세계 약 100개국의 고등학생들이 출전해 수학 실력을 겨루는 이 대회에서 우리나라는 2000년 이후 2004년(12위)과 2011년(13위)를 제외하고는 해마다 10위권에 들었다.

2012년에는 대표 선수 6명이 모두 우승하며 금메달 6개, 종합 점수 209점으로 우승을 차지하기까지 했다. 이들이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사교육보다는 영재교육의 덕이 컸다. 과학고는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와 자율형사립고에 비해 사교육 영향을 덜 받는 곳이다. 교사의 도움 아래 학생들 스스로 공부하는 문화가 확립돼 있다.

수학의 날(3월 14일)을 앞둔 대치동 수학학원.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해마다 입상자를 배출해 온 서울과학고의 경우 수학을 좋아하는 선후배들이 2주일에 한 번씩 스스로 모여 ‘택시 요금제에 관한 수학적 연구’와 같은 일상 소재를 수학적으로 접근, 공동 논의할 정도다.

하지만 성인이 되면 양상은 달라진다. 우선 우리나라는 1936년 시작된 필즈상 수상자를 아직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4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세계수학자대회에서 수여되는 이 상은 개최국의 국가 원수가 직접 수여하는 것이 전통이 돼 있을 정도로 영예로운 상이다.

‘수학 강국’의 반열에도 아직 들어가지 못했다. 국제수학연맹(IMU)은 회원국 논문수를 토대로 회원국을 1~5그룹으로 분류하는데, 5그룹으로 갈수록 실력이 강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2006년까지 한국은 하위권인 2그룹이었다.

이듬해인 2007년 두 단계 뛰어올라 4그룹이 됐고, 지난해에는 세계수학자대회까지 개최했지만, 아직 5그룹 국가들 실력에는 미치지 못한다. 최상급인 5그룹 국가는 G8 국가, 중국, 이스라엘 등 10개국이다. 특히 중국은 해마다 국제수학올림피아드 대회에서 우승을 다투는 대표적 ‘수학 강국’이다.

수학의 날(3월 14일)을 앞둔 대치동 수학학원.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이에 대해 수학을 비롯한 기초과학 학계에서는 1960~1970년대 경제 성장기를 거치면서 기업을 중심으로 한 응용 분야에만 치중한 탓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우리나라 총 연구개발비 중 기초 연구개발비 비중은 18.0%(2013년 기준)로 미국(16.5%), 일본(12.3%) 등 선진국을 웃돈다.

하지만 이 중 3분의 1은 기업 투자로 진행된다. 응용이나 개발 단계 비중이 높을 수 밖에 없다. 기초 연구개발비 비중 중전기ㆍ전자 분야가 25.28%나 되는 데 비해 물리학은 0.91%, 생명과학은 2.44%에 불과하다.

이미 상당수 대학도 폐과 등을 통해 수학 전공을 줄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전국 161개 대학 중 수학과는 58개 대학에서만 운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수학 등 기초과학이 중심이 되는 우주ㆍ항공 분야에서 약점으로 드러나고 있다. 나로호 발사 당시 우리나라는 자체 로켓(발사체) 기술이 없어 러시아가 제작한 ‘앙가라’ 로켓에 위성을 실어 보냈을 정도다. 중국, 일본이 벌써 우주 발사체를 자기 기술로 쏘아올린 것과 비교된다.

민경찬 연세대 수학과 명예특임교수는 “수학적 사고가 인문, 사회, 예술 등 다른 분야와 융합되면 새로운 창조가 가능하다”며 “수학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공부하는 것이 아닌 생활 속에서 즐기는 수학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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