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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法 톡!]왜 법원 건물은 검찰청 오른쪽에 있을까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서울 서초동 법원삼거리에 들어서면 우뚝 솟은 서울지방법원과 서울중앙지검 건물을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다. 주변에 높은 건물이 거의 없기 때문인지 몰라도 사법부의 권위와 위엄이 피부로 느껴질 때가 많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왜 법원은 항상 검찰청 오른편에 있을까’ 하는 점이다. 비단 서울만이 아니다. 각 지역마다 자리잡은 법조타운에 가보면 거의 대부분 법원 건물은 오른쪽에 위치해 있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법원이 검찰청보다 조금씩이라도 더 높게 지어진 것도 확인이 가능하다.

30년 넘게 검찰에서 근무한 베테랑 직원에게 그 이유를 들어봤다. 법원이 검찰보다 오른편에 있는 것은 바로 ‘상석(上席)’이라는 전통적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검찰이 형사 사건만을 담당하는데 비해 법원은 형사ㆍ민사ㆍ가사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는데다 판결까지 직접 내린다는 점도 고려된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측면에서 바라본 서울지방법원 모습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른쪽은 더 우월하다는 것을 의미해 왔다. 영어 단어인 ‘right’가 오른쪽이라는 뜻과 옳다는 뜻을 모두 가진 점도 이러한 이치와 무관하지 않다.

의전 문화에서 이러한 특성이 두드러진다. 두 국가의 정상회담 때에는 주최국 정상이 방문국 정상에게 오른쪽을 양보하는 것이 예의다. 일반 행사에서 중요한 손님에게 오른쪽 자리를 내 주고 남성과 여성이 함께 걸을 때에도 여성을 오른쪽에 두는 것이 신사의 매너로 여겨지곤 한다.

그렇다면 조선시대 좌의정과 우의정 중에서는 왜 좌의정이 높을까. 이것도 ‘오른쪽 우월’ 사상과 무관하지 않다. 당시 성리학적 전통에서는 동쪽이 해가 뜨는 곳이기 때문에 서쪽보다 더 높다고 여겨졌다.

당시 왕들은 북쪽을 등지고 남쪽을 정방향으로 삼아 업무를 봐 왔다. 임금의 시선에서 보면 좌측이 해가 뜨는 동쪽이고 우측이 해가 지는 서쪽이다. 때문에 뒤에서 보면 오른편이지만 임금 관점에서 왼편에 서 있는 좌의정이 더 높은 것이다. 전라좌수영이었던 이순신 장군이 전라도 동쪽을 관할하고 여수를 본영으로 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다시 본 얘기로 돌아가서 예외적으로 검찰 건물이 법원보다 오른쪽에 위치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인천지방법원과 인천지검이 꼽힌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리모델링 과정에서 교정시설과의 연결 문제 때문에 부득이하게 검찰청이 오른편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우스갯소리로 “연수원 성적이 더 우수해서 법원이 더 높게 지어진게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담당 업무가 구분되고 성격도 다르지만 법원과 검찰은 대한민국의 법과 정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는 중책을 맡고 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판치는 세태 속에서 약자를 좀 더 배려하는 사법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흔히 법조 기사는 어렵고 딱딱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헤럴드경제의 ‘法 톡!’은 사회부 법조팀 출입기자들이 취재했던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알기 쉽게 풀어쓰고, 일반 시민들과 법조계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데 도움이 되어 드리고자 기획된 코너입니다. * 편집자 주>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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