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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맛대路 멋대路] 절묘한 음식천국, 전주 한옥마을
[HOOC=정찬수 기자] 아쉽지만 풍요로운, 부족하지만 즐거운 곳. 이번 ‘맛대路 멋대路’의 목적지는 전주 한옥마을입니다.

차가운 거리에 봄기운이 스며드는 이맘때, 한옥마을을 이중적인 매력을 선사합니다. 거리에 옛 정서가 사라져 ‘아쉽지만’ 즐길 거리가 많아서 ‘풍요롭습니다‘. 가슴으로 느낄만한 개성은 ‘부족하지만’ 다양한 거리음식 메뉴들로 ‘즐겁습니다’. 현재의 한옥마을은 유명 재래시장 못지 않은 명소(名所)로,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잡고 지갑을 열게 만드는 곳으로 성장했습니다.
 

▶음식이라는 위대한 유산=사실 전주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면 쉽게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전주는 오래전부터 ‘유네스코음식창의도시’, ‘음식의 고장’이라는 표어를 내세우며 다양한 먹을거리의 천국으로 주목받아 왔습니다. 하지만 일부 지역민들과 관광객들은 ‘왜 하필 한옥마을이냐?’며 훼손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기도 하죠. 지역성과 역사성에 무게중심을 둔다면, 바람직한 세태라고 보기 힘들다는 논란도 현재진행형입니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관광지는 먹을거리와 함께 성장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틀에 박힌 길거리 음식들부터 지역 특색을 간직한 메뉴까지 저마다의 사연이 있기 때문입니다. 음식이 곧 삶이자 하나의 문화라는 의미입니다. 한옥마을도 마찬가지입니다. 고풍스러운 지역에서 음식으로 궤를 달리했지만 ‘대한민국 핫 플레이스’로 성장한 사실은 분명합니다. 여기에 연평균 600만 명의 관광객을 이끄는 핵심적인 원동력이라는 분석도 더해집니다. 새롭게 등장하는 기상천외한 이색 음식들은 대한민국에서 손꼽는 명소로 자리 잡은 한옥마을의 위상을 한눈에 보여줍니다.


▶메뉴에서 느껴지는 ‘창조경제’=치즈구이, 문꼬치, 초코파이, 고르케, 떡갈비꼬치 등 평범한 메뉴는 없습니다. 매우 한국적인, 즉 토속적인 한국 전통 음식에 길거리 음식의 가벼움을 더해 독창적인 메뉴로 승화시킨 것이죠. 바로 젊은 세대를 위한, 젊은 감각에 의한 실험정신의 결과물입니다. 메뉴의 수만큼 음식점 수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습니다. 스마트폰 맛집 추천 앱들이 전주 한옥마을 주제를 따로 마련해 둘 정도의 보물 창고화(化)입니다. 유명 맛집 앞에 줄을 선 인파. 태조로는 주말마다 놀이공원이 됩니다.


성공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때문일까요. 최근엔 젊은 사장님들의 진출도 활발합니다. 실제 거리에서 만난 한 상인은 “떡갈비꼬치 줄을 우리 가게 줄로 만들 것”이라며 자신감을 비치기도 했습니다. 대박 신화는 장담할 수 없지만, 꿈을 키울 수 있는 곳이 바로 한옥마을이라는 대목이죠. 장시간 인기 메뉴로 군림하고 있는 터줏대감의 여유와는 달리, 신생 업체들의 끝없는 도전이 이어지는 정글인 셈입니다. 베끼고 치킨싸움을 하는 대신 젊은 아이디어들이 뜨겁게 경쟁하는 양상입니다.
 

▶배는 꼭 비우고 가는 센스=한옥마을에 입성(?)하는 첫 번째 준비 과정은 현금입니다. 카드 결제가 가능하지만 빠른 순환과 즉각적인 구매를 원한다면 필수죠. 두 번째는 점심ㆍ저녁 등 식사시간대 활용입니다. 풍성한 메뉴들을 ‘군것질’로 쉽게 보다간 큰코다칩니다. 식사 못지 않은 포만감과 골라 먹는 재미까지 보장합니다. 배를 완벽하게 비운 상태에서 한옥마을 태조로 입구부터 줄을 서는 것이 맛객의 기본자세죠. 쓰레기를 담을 수 있는 비닐과 휴지 등까지 챙긴다면 완벽한 맛 탐방의 주인공이 될 자격은 충분합니다.
 

추천메뉴는 없습니다. 길 자체가 매력 덩어리라고 할까요. 시작 지점부터 줄을 서고 맛을 보면서 진행하다 보면 개성 넘치는 음식들에 눈과 입이 즐겁습니다. 오징어로 굳은 입을 풀어주고 떡갈비로 혀를 즐겁게 한 뒤, 치즈로 구수함을 달래고, 와플이나 아이스크림으로 마무리해도 좋겠죠. 오랜 역사의 초코파이는 포장해서 가는 센스. 이 밖에 한옥마을의 골목골목엔 보석같이 운치가 좋은 카페도 많습니다. 땅거미가 지는 시간대엔 2층에 있는 커피숍에서 아련한 노을과 한옥마을의 정취를 느껴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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