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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죄수사의 세계-①조폭]전국 200개파, 7000여명 활동…피해자 진술확보 관건
나날이 지능화되는 범죄의 진화양상에 따라 수사에도 전문적 소양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필요에 따라 경찰청은 최근 20여개 분야에 대한 수사전문가를 선발했다. 이들의 자문을 받아 조직폭력배 분야를 시작으로 CCTV 분석, 보이스피싱, 대포차,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가), 혈흔형태분석, 법최면, 의료사고 등 총 20회에 걸쳐 관련 범죄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숨겨진 수사기법에 대해 알아본다.<편집자주>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과거 ‘조폭마누라’, ‘두사부일체’에서 최근 ‘강남 1970’, ‘신세계’까지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조직폭력배는 한국 영화에선 단골메뉴다.

이처럼 조폭은 우리에게 친숙하고, 연출에 따라 미화되기도 하지만 엄연히 현실에선 사회질서를 무너뜨리는 범죄집단이자 까다로운 수사 대상 중 하나다.

조폭의 개념을 형법(폭력행위처벌법)에선 ‘단체나 다중의 위력으로써 또는 단체나 집단을 가장하여 위력을 보임으로써 폭행, 공갈 등의 죄를 범한 자 또는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이같은 죄를 범한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보통 두목, 부두목, 행동대장, 행동대원 등 2인 이상의 계층적 위계질서와 엄격한 통솔체계를 갖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가혹한 처벌이 뒤따른다.

조폭수사 전문가인 서울 중랑경찰서 소속 백희광 강력6팀장(경위ㆍ사진)은 조폭수사를 다른 어느 분야보다 인내와 끈기가 필요한 영역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증거 확보가 힘들고 결과도 바로 눈에 안 나타나기 때문”이라며 “한 사건을 4년 반 동안 쫓아다닌 적도 있다”고 말했다.

백 팀장은 지난 1986년 경찰에 임용돼 그해 터진 ‘서진 룸살롱 살인사건’의 수사전담반에 편성되면서 조폭수사에 입문했다.

지난 30년 경찰 생활 중 27년을 강력팀 형사로 근무하면서 Y파 두목 조모 씨, 호남폭력 대부 이모 씨, D파 보스 문모 씨, K파 두목 박모 씨 등 100여개 파의 조직원들을 검거했다.

불법 사행성 게임장을 운영하는 조폭을 검거하기 위해 무더운 여름 선팅 차량에서 석달 동안 잠복했던 적도 있다.

그는 “김밥을 먹으며 소변도 차안에서 페트병에 볼 정도로 은폐 수사가 생명이었다”며 “한 조직원이 차량의 선팅 유리 앞에서 머리 모양을 정돈했을 때 가슴이 철렁했었다”고 회고했다.

백 팀장은 조폭 수사에 있어 유흥업소 점주 등 피해자의 진술 확보가 관건인 동시에 가장 어려운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피해자 진술만 확보하면 처벌 근거가 생기는데 보복이 두려워 진술을 해 놓고도 잠을 못 자거나 다시 와서 폐기해 달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피해자 진술에 있어 백 팀장은 두가지 노하우를 밝혔다.

첫째는 일단 보복을 우려하는 피해 당사자의 진술을 가명으로 확보하고, 이 진술을 토대로 제2, 제3의 피해자 진술을 받는다. 이렇게 해서 구증(口證) 요건을 충족시키면 핵심 피해자의 내용은 제외시켜 당사자의 신분을 노출시키지 않는 방법이다.

둘째는 오랜 세월이 흘러도 피해자와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다. 

백 팀장은 “하는 일이 세일즈맨하고 비슷하다”며 “수시로 얼굴을 비추면 언젠간 진술받는 날이 온다”고 했다.

내부정보원인 조직원들과의 관계 유지도 수사에 있어 중요하다. 동향이나 고급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오해의 소지가 있지만, 정보를 주는 사람은 경찰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단 믿음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4년 현재 전국에 활동 중인 조폭은 200여개파 7000여명이며, 그 중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조폭은 5400명 정도다.

과거 폭력조직은 유흥가를 대상으로 물리력 행사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단순 구조였다면, 최근엔 기업체를 직접 운영하며 각종 이권에 개입하는 등 수법이 지능화되고 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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