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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겜돌겜순] 청룡열차 만수르가 될테야 ‘스크림라이드’
[HOOC=정찬수 기자] ‘롤러코스터 타이쿤(RollerCoaster Tycoonㆍ이하 RCT)’이라는 게임을 기억하시나요? 오래전 방구석에서 롤러코스터를 만들며 공원을 찾는 관람객들의 주머니를 어떻게 털어낼까 밤새 궁리를 하던 사용자들이 많을 겁니다. “청소부 따윈 필요 없어!” 관광객들의 잇따른 구토로 빈대떡 밭(?)이 된 롤러코스터 출구는 야릇한 쾌감을 선사하는 공간이기도 했죠.

▶RCT3의 기억은 지워라=‘롤코를 직접 타면 어떨까’라는 호기심은 RCT3에서 현실화 됐습니다. 하지만 본질에서 벗어난 공원 개념과 어설픈 3D 엔진, 복잡한 조작성, 지나친 고사양, 못생긴 손님 등으로 인해 큰 인기를 끌지 못했죠. 이번에 엑스박스 플랫폼으로 정식 출시되는 ‘스크림라이드’에 대한 우려가 앞섰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습니다. 스크림라이드의 제작사가 RCT3를 제작했던 프론티어 디벨롭먼츠(Frontier Developments)이기 때문이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편견은 첫인상부터 깨졌습니다. 스크림라이드는 공원 만들기에 초점을 맞췄던 RCT와는 전혀 다른 개념의 게임으로 태어났으니 말이죠. 설정부터 상당히 엉뚱합니다. 스크림웍스라고 불리는 국제 연구시설이 인공섬에서 극단적인 체험을 위한 다양한 실험을 하는 것이 배경입니다. 게이머는 신의 권력을 쥔, 거대한 실험의 총감독입니다. 실험자에겐 극도의 경험을, 종사자에겐 궁극의 도전욕을 제시하는 것이 목표죠. 간혹 탑승자를 죽이라는 건지 즐겁게 하라는 건지 헷갈리지만, 미소를 지으며 즐길 수 있는 요소들이 풍부합니다.


▶황당에 풍덩=일단 RCT가 건설 시뮬레이션에 가까웠다면 스크림라이드는 체험과 파괴 등 아케이드 성이 추가됐습니다. 롤코를 체험하는 ‘스크림라이더’, 건물을 파괴하는 ‘데몰리션 엑스퍼트’, 롤코를 만드는 ‘엔지니어’ 등 세 가지 분야가 각 지역에서 미션으로 제공됩니다. 본격적으로 타고 부수고 만드는 방법을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죠.


‘스크림라이더(Scream Rider)’를 큰 TV 화면에서 즐긴다면 진짜 롤러코스터를 타는 짜릿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양방향 조작으로 궤도에서 이탈하는 것을 막고 부스터를 이용해 지속해서 속도를 높여, 탑승자에게 절정을 느끼게 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네 고통이 나의 기쁨이야.’ 도착 지점에서 새파랗게 질린 체험단의 표정을 보며 미소를 짓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데몰리션 엑스퍼트(Demolition Expert)’는 탑승용 유닛을 던져 건물을 부수는 모드입니다. 각 건물엔 물리 엔진이 적용돼 있어, 약한 하단 부위를 부수면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무너지는 장관을 볼 수 있습니다. 유닛은 날아가는 중에도 조종할 수 있지만, 남자라면 역시 ‘힘으로 한 방’이겠죠.


▶RCT의 DNA는 그대로=‘엔지니어(Engineer)’는 RCT를 연상시키는 제작모드로 상상 속의 레일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방법은 직관적이고 쉽습니다. 좌측 아날로그 스틱로 레일의 방향을 정하고 버튼만 누르면 완성됩니다. 수백 개의 소품과 주행 부품, 모듈 배경을 통해 극한의 롤러코스터 코스를 만들 수 있죠. 


탑승자들이 웃을지 비난할지는 코스의 완성도와 만족도에 달렸습니다. 기자는 레일 마지막에 탑승자들을 대기권 밖으로 날려보낼 정도의 이륙대를 만들거나, 바다에 수직으로 박히게 하는 등 엽기적인(?) 코스를 만들었습니다. 시뮬레이션 운행으로 탑승자들을 괴롭히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제작모드는 자유도가 높은 만큼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립니다. RCT의 향수를 느끼고자 하는 사용자라면 이 모드를 가장 많이 즐기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메인화면의 ‘샌드박스’ 모드에서는 만드는 것과 함께 전 세계 사용자들이 만든 놀이공원을 구경하고 즐겨볼 수 있습니다. 롤러코스터와 공원 디자인 등 모든 것을 창조하는 부분인 만큼 자신의 실력을 온라인상에서 뽐낼 수 있습니다. 해외 유저들의 기상천외한 공원들을 보는 순간, 자신이 만든 롤러코스터가 한순간에 오징어로 변할 수 있지만 말이죠.



▶알고보니 ‘완성형 가족게임’
=게임 불감증에 걸린 사용자나 아이들이 있는 아빠 게이머라면 닥구 타이틀이 아닐까요? 단순한 액션과 전략적인 시뮬까지 혼합된 RCT의 완성형입니다. 게임의 콘셉트는 분명히 다른데, 뜻밖에 훌륭한 가족게임이 탄생한 느낌입니다. 액션성에서 아이들이 쉽게 접하는 것은 물론, 마인크래프트와 같은 창의성까지 키워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추천 플랫폼은 당연히 엑스박스원입니다. 실제 같은 물 그래픽과 섬세한 롤러코스터 디자인, 물리 엔진이 살아있는 건물 구성 등 차세대 그래픽이 효과적으로 표현됐습니다. 프레임도 자연스럽고 로딩 역시 막힘이 없었습니다. 거실에 대화면 TV가 있다면 롤러코스터의 속도감은 배가 되겠죠.


하지만 비 한글화의 아쉬움은 생각보다 큽니다. 게임 자체가 단순하고 반복학습이란 이유로 즐기는데 어려움은 없지만, 세계관이나 지역 설명, 제작상 팁을 한글로 읽지 못한다는 점은 불만족스럽습니다. 더 나아가 아이들이 접하기에 또 다른 장벽이 될 수도 있겠죠. 사실 언어에 상관없는 게임인 것은 맞지만, 비용을 내는 소비자 입장에선 큰 문제가 될 수 잇으니까요. 게다가 대작들이 쏟아지는 시즌엔 더욱 민감한 문제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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