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사외이사 선임 잇따라
이명박(MB) 정부 장관급과 고위관료들이 재계 상위 대기업의 사외이사로 대거 선임돼 눈길을 끌고 있다. ‘비즈니스 프랜들리’라는 MB정부의 모토가 MB맨들을 ‘비즈니스 프렌즈’로 진화시키는 모습이다.가장 눈에 띄는 인사는 김대기 전 대통령 정책실장(행시22회)이다. MB정부 마지막까지 청와대를 지켰던 김 전 실장은 박근혜 정부 출범 후 한화에서 비상근 고문직을 맡은 것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대외활동이 없었다. 그런데 올 들어 SK이노베이션과 두산인프라코어 사외이사에 잇따라 선임됐다. 김 전 실장은 MB정부 때 이뤄진 SK의 하이닉스반도체 인수 때 대통령실 경제수석이었다.
(왼쪽부터)김대기, 윤증현, 박병원, 김동수 |
특히 두산인프라코어의 신임 사외이사진을 보면 MB정부 경제라인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김 전 실장 외에 MB정부 초대 총리를 지낸 한승수 전 국무총리,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행시10회), 현재 경총회장인 박병원 전 대통령실 경제수석(행시 17회) 등이 새로 선임된 사외이사들이다.
특히 한 전 총리는 올 해 80세의 고령임에도 서울반도체 사외이사에 이어 두 번째 사외이사 후보에 올랐다.
두산 계열사인 두산중공업도 김동수 전 공정거래위원장(행시22회)을 사외이사 후보로 선임했다. 김 전 위원장은 MB정부 자원외교와 원전외교가 한창이던 2009년과 2010년 수출입은행장을 맡기도 했다.
MB정부 때 전력대란을 치른 홍석우 전 지식경제부 장관(행시23회)은 S-오일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MB 정부 때 장관급 검사들의 사외이사 진출도 활발하다. 이 가운데 단연 백미는 이귀남 전 법무부장관(사시22회)과 김준규 전 검찰총장(사시21회)이다. MB정부 초기인 2009~2011년까지 장관과 검찰총장으로 호흡을 맞췄던 두 사람은 최근 기아자동차와 현대글로비스 사외이사 후보로 선임됐다. 같은 시기 장관-총장이 비록 사외이사지만 한 그룹에 둥지를 튼 것은 극히 이례적인 경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장관급은 아니지만 MB 정부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홍만표 전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사시27회)도 최근 LG전자와 범 LG가로 분류되는 레드캡투어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공교롭게도 레드캡투어 대주주이자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6촌 동생인 구본호 씨는 최근 횡령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구 씨는 무고 혐의 등으로 법적대응을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