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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대륙부호 만한전석’①환대vs숙청, 中공산당의 ‘부자 사용법’
시리즈를 시작하며=만한전석(滿漢全席)은 청나라 궁정에서 열던 성대한 연회자리 또는 이때 나오는 일련의 요리들을 뜻합니다. 연회가 열리는 3일 간 중국 남방 요리 54가지와 북방 요리 54가지 등 최소 108 종류의 음식이 나옵니다. 중화요리 최고의 ‘작품’입니다. 현재 중국엔 만한전석 요리 수 만큼이나 다양한 ‘부자’가 있습니다. 그들의 모습도 제각각입니다. 본받을 만한 기업가나 천재 사업가도 있지만, 정 반대의 부호도 있습니다. 헤럴드경제 슈퍼리치섹션은 이들 중국 부호의 다양한 면면을 ‘대륙부호 만한전석’ 시리즈를 통해 흥미진진하게 전달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중국기업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후강통시대를 맞아 중국 슈퍼리치와 그들이 운영하는 기업의 스토리에 대한 생생한 정보도 함께 제공할 계획입니다.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윤현종 기자]3월, ‘공산당의 나라’ 중국이 정치의 계절로 접어들었습니다. 연례 행사 중 최대 규모인 양회(兩會)인 전국인민대표대회(이하 전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이하 정협)가 3일부터 수도 베이징에서 공식 개막하기 때문입니다. 전인대는 입법기구입니다. 정협은 일종의 국정자문기구역입니다.

물론 중국의 실질적 최고 권력기구는 집권정당인 공산당 전당대회 역할을 하는 ‘중국공산당전국대표대회(당 대회)’입니다. 국가 중대사항을 토론하는 자리죠. 시진핑(習近平) 현 국가주석도 2012년 18차 당 대회 때 선출됐습니다.

하지만 양회도 국가 주요안건을 공식적으로 ‘의결’하는 자리입니다. 무게감이 만만찮은 셈입니다.

몇년 전부터 이 전국구 정치행사엔 일종의 ‘뉴(new)페이스’들이 등장합니다. 바로 자신의 사기업을 거느린 부호들입니다. 이들은 공산당원 또는 이에 준하는 자격으로 매년 봄 베이징을 찾습니다. 중국 공산당과 부자의 관계는 무엇일까요.

매년 양회가 열리는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 해마다 느는 ‘공산당 장학생’들=공산당과 연계된 여러 직무들, 즉 정치권에 발을 담는 부자는 점점 늘고 있습니다.

2일 중옌왕(中硏网) 등 현지 언론들은 후룬(胡潤)연구소 통계를 인용해 작년 8월 집계된 100대 중국부자 중 36명(36%)이 이번 양회 참석자격을 얻었다고 전했습니다. 이 가운데 전인대엔 21명, 정협은 15명이 초대받았습니다. 이들 부호의 자산합계는 1조2000억위안(미화1907억8000만달러ㆍ210조원)으로 인구 9300만명인 베트남 국내총생산(GDP)보다 11% 많습니다. 

베이징 인민대회당 내부 모습. (출처=바이두)

양회에 초대받은 최대 부호 비율은 작년보다 높아졌습니다. 2013년 포브스가 집계한 세계 400대 부자 가운데 중국인은 122명, 이 중 29.5%(36명)가 양회 참가자로 나타났습니다.

비율만 올라간 게 아닙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일종의 ‘전국구 정치인’ 자격을 갖춘 재산 20억위안(한화 3502억원) 이상 부자는 2013년 8월 160명에서 1년 뒤 174명이 됐습니다.

한 단계 아래인 지역단위 정치인 신분을 지닌 부호는 부지기수죠. 올해 ‘1조클럽’에 가입한 자산 60억위안(10억달러) 이상인 106명 중 62명(58%)이 전ㆍ현직 공산당원 또는 당 관련 직무자였습니다. 지난 6개월간 재산이 가장 많이 불어난(347% 증가) 부호인 전자상거래업체 징둥상청(JD닷컴)의 류창둥(刘强东ㆍ현 보유자산 410억위안) 회장도 상하이 시 정협위원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류창둥 징둥상청 회장.

▶정당성 확보 위해 부자 ‘써먹는’ 중국 공산당=이처럼 사업만 하던 부자들이 정치권 전면에 얼굴을 내민 이유가 있습니다. 집권 공산당이 이들을 이용하고자 먼저 손을 내민 것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고(故) 덩샤오핑 전 중국 지도자 시절이던 1992년, 중국은 14차 당대회에서 사회주의 시장경제 건설 방침을 당 차원에서 공식화합니다. 덩이 주창한 선부론(先富論ㆍ능력 있는 자부터 먼저 부자가 돼라)도 본격적으로 드라이브가 걸립니다. 그런데 선부론 실현을 위해선 기업인을 집권당 테두리로 끌어들이는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고 덩샤오핑 전 중국 국가지도자의 동상.

덩의 뒤를 이은 장쩌민 전 주석은 그래서 2001년 민간 기업인의 공산당 입당을 허용합니다. 중국 공산당이 그간 지켜온 ‘노동자ㆍ농민’의 이익뿐 아니라 기업가의 이익도 대표해야 한다는 3개대표론 또한 2002년 공산당 규약에 정식으로 들어갑니다.

2002년 중국 공산당 16차 당대회. 이때 장쩌민의 ‘3개대표론’이 공산당 규약에 정식으로 속하게 됐다. (출처=중국CCTV)

공산당의 부자 끌어들이기는 집권 정당성 확보 차원에서도 필수였습니다. 간단히 말씀 드리면, ‘부자도 공산당에 들어와 정치엘리트가 될 수 있다. 부자는 인민의 적이 아니다’는 메시지를 일반 민중에게 던진 것이죠.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

▶사업 위해 공산당에 ‘기대는’ 부자들=자연스레 부호들도 공산당을 이용하기 시작합니다. 공산당 관련 직무에 적극 참여하며 사업 확장에 필요한 ‘연줄’을 대기 시작한 것입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 중국 특파원을 지낸 리처드 맥그리거 기자는 2010년 출간한 ‘중국 공산당의 비밀’에서 대당(對黨)관계가 중국 비즈니스에서 중요해진 이유를 다음과 같이 요약합니다.

“공산당을 이해하는 것은 (중국에서 경제적으로) 성공하기 위한 근본조건이다.”

이뿐 아닙니다. 현지 민간 기업인들은 양회 같은 공식 정치무대에서 공산당이 자신의 사업 발전을 위해 힘써줄 것을 공개적으로 밝힙니다.

리처드 맥그리거가 펴낸 ‘중국공산당의 비밀’(2010)

우리에게 익숙한 소프트웨어 개발ㆍ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小米)의 레이쥔(雷軍ㆍ보유자산 850억위안) 회장도 공산당원입니다. 그는 양회 무대에서 법인 신규등록절차 간소화 등 규제개혁을 건의한 바 있습니다. 

중국 검색엔진의 대명사 바이두(百度)의 리옌훙(李彦宏ㆍ보유자산 1100억위안)은 ‘민간기업의 위성발사 등 우주개발사업 활성화’를 정부에 주문했습니다. 메신저서비스 QQ로도 유명한 마화텅(马化腾ㆍ보유자산 1000억위안) 텐센트 홀딩스 회장도 재작년 양회에서 “인터넷기업 해외진출을 국가전략으로 삼아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지난 양회에 참석한 레이쥔 샤오미 창업자(왼쪽)와 리옌홍 바이두 창업자.

▶ ‘인민’위해 부자 옥죄기도=하지만 공산당이 이처럼 부자들을 마냥 포용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점점 심해지는 빈부격차 때문이죠. 중국에서 작년 기준 재산 1000만위안(한화 17억5000만원) 이상 부자는 109만명으로 전년 대비 늘었습니다. 이는 그러나 13억5000만명이 넘는 중국 전체 인구의 0.08%밖에 안됩니다. 부자 ‘최저기준’인 1000만위안이란 돈은 중국인 한 명당 평균 GDP(4만7000위안)의 211배가 넘습니다.

이렇다보니 양회에 나오는 부자들에 대한 시선이 고운 것만은 아닙니다. 장타오웨이(张陶伟) 칭화(清华)대 교수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양회에 나오는 부호 중 좋은 정책을 제안하는 이는 드물다”며 “자기사업만 챙기려 한다”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최근 공산당이 부자를 대상으로 일종의 ‘채찍’을 강하게 휘두르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입니다. 일련의 반(反)부패 시책이 대표적입니다. 

얼마 전 부패혐의 등으로 사형당한 부호 류한(劉漢) 쓰촨한룽(四川漢龍) 회장.

이에 대해 민중들은 지지하는 분위기입니다. 올해 중국사회과학원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산당의 반부패 행보를 찬성하는 국민은 75.8%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가운데, 부자들은 중국을 떠나고 있습니다. 작년 1월 후룬연구소 등의 설문에 따르면 자산 1000만위안 이상 부자 64%가 이민 절차를 끝냈거나 이민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부자의 ‘중국탈출’은 숫자로도 나타납니다. 2013년 4월∼2014년 3월간 중국인이 사들인 미국 부동산은 220억달러(전미 공인중개사협회 집계)로 세계 최대의 고객이 됐습니다. 구매자 중 44%는 이민 목적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결국 중국 대륙의 부자들은 사실상 공산당이 키우기도 했지만, 공산당의 먹잇감이 되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10억명이 넘는 인민의 정당성을 얻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일까요. 정치권에 발을 담근 중국 부호들의 미래가 더 궁금해집니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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