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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필수의 X-inside] 콰지모도와 그랭구와르가 ‘원스’를 찾은 이유는?
[헤럴드경제=김필수 기자]과거 반도체 업계를 출입할 때다. 반도체의 재료인 실리콘 웨이퍼 기사를 작성할 때 그 크기를 몇 인치, 몇 인치 등 기계적으로 썼다. 머리 속의 관념적 개념일 뿐이었다. 삼성전자 기흥공장을 찾아 실제로 웨이퍼를 봤다. 이후에는 기사를 쓸 때 그림이 그려졌다. 철강 업계를 출입할 때도 그랬다. 제철소를 한번 보고 오면 열연강판, 냉연강판, 후판, 철근 등을 이해하고 기사를 쓰게 된다.

문화 분야를 맡은 지 2개월이 됐다. 이 쪽은 한번 본다고 이해되는 분야가 아니다. 따로 책도 읽어야 하고, 공연과 전시도 부지런히 봐야 제대로 기사를 쓰고, 데스킹할 수 있다. 욕심을 내서라도 많이 보려고 하는 이유다.



















지난달 28일 뮤지컬 ‘원스(once)’를 봤다. “프리뷰 때 기립박수를 받았다”는 출입기자의 얘기를 듣고서다. 내지르는 노래 없이 잔잔함만으로 매력을 발산했다. 출연배우는 총 12명(아역까지 하면 13명). 오케스트라는 없다. 배우들은 직접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했다. 이른바 ‘액터 뮤지션(actor musician)’이다. 이것 역시 ‘원스’의 매력이다. 여주인공역을 맡은 박지연의 자연스런 연기와 흡입력 있는 노래는 빛을 발했다. 2010년 뮤지컬 ‘맘마미아’ 오디션 때 실력 하나로 외국 스태프들을 매료시켰다는 배우다.

‘원스’는 2012년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다들 긴가민가했다. 밋밋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악(노래)만으로, 그리고 액터 뮤지션이라는 독특한 컨셉으로 그 해 토니상 12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고, 베스트 뮤지컬상 등 8개 부문을 휩쓸었다. 보면서 서서히 빠져드는 뮤지컬이다. 공연의 대표곡 ‘falling slowly’처럼.


p.s) 이날, 또 다른 수확이 있었다. 1막과 2막 사이의 쉬는 시간. 뒤를 돌아보니 외국인 둘이 있었다. 알고 보니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주연배우들이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내한공연 10주년을 기념해 현재 오리지널팀이 서울과 지방을 돌며 공연중이다. ‘원스’를 찾은 두 사람은 꼽추 콰지모도 역을 맡은 맷 로랑과 음유시인 그랭구와르 역의 리샤르 샤레스트다. 이제는 한국에서도 적잖은 고정팬을 갖고 있는 배우들이다. 이들은 공연 내내 자리를 지키며 ‘원스’를 감상했다. 공연 후에는 무대 앞으로 나가 직원에게 뭔가를 묻는 등 관심을 보였다. 뒤늦게 이들을 알아본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같이 사진 찍기를 재촉했다. 콰지모도와 그랭구와르는 왜 ‘원스’를 찾았을까. 단순 감상? 아니면 누군가를 보러 일부러? 두 작품은 맞대결까지는 아니지만, 흥행 경쟁을 벌인 관계다. 이유를 떠나 신선하면서도 눈길을 끄는 두 사람의 발길이다.

/pils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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