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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Insight-정석수]브라질 국민기업 위기와 우리의 기회
우리는 앞에 ‘국민’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길 좋아한다. 국민가수, 국민배우, 국민동생, 국민MC 등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특정 대상 앞에 ‘국민’이라는 단어를 붙여서 우리가 열심히 성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브라질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고, 2억이라는 인구에 사회 계층이 다양해서 아무래도 공동체적인 특성이 약하다. 그래서인지 우리처럼 국민가수, 국민배우 같은 개념은 없다. 하지만, 국민기업이라는 개념은 있는데 바로 페트로브라스(Petrobras)를 두고 하는 말이다.

페트로브라스는 “석유는 우리 것”이라는 기치 아래 1953년 설립되었다. 브라질은 대부분의 원유가 해저에서 4~5km 아래에 매장되어 있는데, 2007년 50~80억배럴의 매장량을 보유한 뚜삐(Tupi) 유전이 발굴되고, 페트로브라스가 보유한 심해 시추 부분의 우수한 기술로 인해 심해의 원유를 상업성 있는 비용으로 시추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페트로브라스는 일약 국제 석유 시장의 스타가 됐다.

하지만 한 때 국민기업이었던 페트로브라스는 지금 시련에 직면해 있다. 부채는 전년 대비 18%나 급증했고, 주식시장에서 시장 가치는 37%나 하락했다. 브라질 국민들의 브랜드 인지도도 7위로 주저 앉았다.

국제유가 하락도 원인이지만, 가장 큰 원인은 정치권과 결탁한 비리 스캔들 때문이다. 지금 브라질에서는 일명 “라바 자뚜(Lava-Jato)” 작전으로 불리는 연방 검찰의 페트로브라스 정치자금 스캔들에 대한 수사가 한창이다.

브라질 연방 검찰은 작년 3월부터 페트로브라스의 전직 임원인 파울루 호베르투 코스타에 대한 조사를 통해 조직적인 비자금 조성을 수사하고 있다. 기업들이 페트로브라스의 석유 장비 입찰에 참여하면서 금액을 실제보다 부풀려 계약을 체결했고, 이 자금이 브라질 주요 정당에 전달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비리 스캔들에는 오데브레쉬, 까마르고 꼬헤아, 께이로즈 갈벙 등 브라질을 대표하는 주요 건설사가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들 기업에 대한 유죄 여부를 밝히는데 약 1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돼 현재 검찰 수사 대상에 올라가 있는 기업들은 2015년 발주되는 각종 인프라 프로젝트에 참가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여파는 단순히 페트로브라스가 발주하는 프로젝트에만 미치는 것이 아니다. 향후 브라질 정부에서 발주하는 모든 공공 프로젝트에도 수사선상에 올라가 있는 기업들은 참여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브라질 대형 건설사가 대부분 스캔들에 연루된 상황에서 현지의 다른 건설사가 그 자리를 채우는 것도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페트로브라스의 비리 스캔들에 대한 수사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지금의 상황은 역설적이게도 우리 기업에게는 브라질 프로젝트 참여를 검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브라질 국민 기업의 위기가 우리 기업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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