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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툰에美치다] ③‘하루 3컷’ 배진수 작가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네이버 웹툰 ‘하루 3컷’은 독특하다. 3컷 만화 속에 때로는 철학이, 때로는 시사평론이, 때로는 유머가 깃들어 있어서다. 단순하지만 묵직하다. 짧지만 굵다.

단 3초 만에 한 회를 보는 덕분에 회당 댓글은 2만개가 훌쩍 넘고, 얼빠진 듯한 주인공이 알 듯 모를 듯 엷은 미소를 띠는 덕분에 독자들은 명탐정 ‘코난’이 된다. 웹툰보다 댓글을 보는 시간이 더 걸리는 웹툰, ‘하루 3컷’의 배진수(37) 작가를 울산시 남구 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어떻게 보면 불친절한 만화예요. 의도하는 건 있지만 정답은 없거든요. 답을 강요하고 싶지도 않고요. 독자들이 다양하게 해석하는 재미가 큰 것 같아요.”

웹툰 ‘하루 3컷’의 배진수 작가. 이정아 기자/dsun@

▶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만화 = 이른바 ‘스낵컬쳐’(Snack Culture)의 시대다. 바쁜 현대인들이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간식 같은 ‘소비성’ 콘텐츠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트렌드에 주목했다.

“첫 단추는 봐도 되고 안 봐도 그만인 만화를 그리자는 거였어요. 그런데 보는데 3초면 손해는 아니겠다, 대신 정치풍자를 녹여낸 신문 만화처럼 어떤 함의를 담아야겠다 생각했어요.”

그가 한 회를 그리는데 걸리는 시간은 최소 20분. 웹툰을 그리는 시간은 짧은 편이지만 대신 그는 끊임없이 고민한다. 길을 걷거나 밥을 먹거나 누군가 대화할 때 마저도 머리 속에선 ‘이걸 비틀어 보면 어떨까’ 스스로 질문하고 있는 셈. 지난 두 달 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웹툰이 연재될 수 있었던 건 작가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알고 보면 작가가 숨겨놓은 장치가 많다. 진지한 이야기를 하는 주인공이 뻐드렁니에 침을 흘리는 이등신인 이유도, 월화수목금토일 요일에 따라 빨주노초파남보 각각의 색상을 쓰는 이유도, 철학적 소재를 담아낸 다음날에 일부러 가벼운 유머를 던지는 순의 주기를 정한 이유도 다 의미가 있다.

“가볍지만 가볍지 않게, 웹툰을 습관적으로 보도록 노린 거예요. 매일 연재하지만 매번 다 보여주지 않으려는 것이기도 하고요. 다 보여주면 오히려 보다가 피곤해져요.” 



▶ ‘3컷 + 댓글 = 웹툰’ = ‘하루 3컷’에서 댓글이란, 작가가 던진 화두를 완성시키는 웹툰의 ‘부분’이다. 다만 화장실 유머를 던진 ‘연금술사’ 편에서 ‘작가가 요로결석에 걸렸다’는 베스트 댓글을 언급하자 그가 “안 걸렸다”며 억울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물론 ‘요로결석’으로 해석한 게 틀린 건 아니에요. 연금술로 ‘소변이 대변이 됐다’는 더러운 유머를 연관시킨 건데 의도대로 됐으니까 어쨌든 성공한 거죠.”

‘클라스(반)의 차이’ 편 베스트 댓글에서 언급된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나 ‘최면술사’ 편에서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 키르바셰프의 효과라는 댓글도 사실 작가가 예측하지 못한 추리 가운데 하나였다.

“‘클라스(반)의 차이’ 편에서 문과반과 이과반의 시각이 다르다는 건 의도한 거였어요. 불확정성의 원리가 있는지는 몰랐고요. ‘최면술사’ 편에서 비스듬하게 색을 칠한 건 그냥 눈이 피곤하라고 그런 거예요. 모니터 구성하는 기본색을 써야겠다 싶었고요. 독자 여러분들이 ‘하루 3컷’의 세계관을 넓혀주시고 있어요. (웃음)”

다만 ‘그리면서 생각하는 건 아니냐’는 질문을 던지자 그가 1초의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건 아녜요. ‘독특함’에 대한 집착이 심한 편이라 ‘세상에 없겠다’ 싶은 소재를 찾고 글로 콘티를 짜요. 태생이 시나리오 작가라서 글로 써야 만화가 머리 속에 그려지거든요. 그림은 맨 마지막에 그리죠.”



▶ 작가는 낚시왕 = 작가는 전형적인 장난꾸러기다. 최근 그는 네이버 웹툰 작가들이 모여있는 SNS 대화방에 어느 웹툰 작가를 초대했다. 친한 웹툰 작가라고 그를 소개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대화방에 초대된 작가는 사실 그의 아내.

“아내의 SNS 프로필 사진이랑 이름까지 치밀하게 바꿨어요. 변태 같은 성향인데 남을 놀라게 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호시탐탐 누구를 어떻게 낚아볼까 생각해요. 거기서 희열을 느끼거든요.”

그래서 ‘쉿. 여자만’ 편을 본 여성 독자라면 ‘나도 작가한테 낚인 게 아닐까’ 한 번쯤 되짚어 봐야 할 것만 같다. 화장실에서 큰 일을 보던 중 남자들이 작은 일을 보고 싶다고 잠시 일어서는 일은 없다니까. (해당 편에서 작가는 이와 정반대되는 내용을 그렸다.)



▶ 인생은 타이밍 = 인터뷰 말미에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하루 3컷’에서 베스트 댓글을 다는 법.

“타이밍입니다. ‘싫어요’ 족이 자고 ‘좋아요’ 족이 활동하는 그 타이밍에 좋은 댓글을 달아주시면 됩니다. 그 짧은 타이밍이 언제인지는 저도 모르겠지만, 연구해서 논문 쓰면 학위 받을 것 같아요. 그리고 아이디어가 떨어져서 도저히 안되겠다 싶을 때까지 웹툰은 계속됩니다. 쭉.”



▶ 기자의 말 = 작가와 152분 26초를 함께했습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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