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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통죄 폐지, ‘바람난 배우자’도 이혼소송할 수 있을까
[헤럴드경제=최상현ㆍ강승연 기자]헌법재판소가 간통죄가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결함에 따라 앞으로 ‘바람난 배우자’가 이혼 청구할 수 있는 길도 열리게 될 지도 주목된다.

우리나라 이혼법은 원칙적으로는 혼인 생활에서 잘못을 저지른 배우자는 원칙적으로 상대 배우자에게 이혼을 요구할 수 없다는 ‘유책주의(有責主義)’를 채택하고 있다. 

이는 파탄의 책임과 관계없이 이혼 청구가 가능한 ‘파탄주의(破綻主義)’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들과 미국의 대부분 주에서는 파탄주의 이혼법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법원은 잘못이 있는 배우자가 낸 이혼 소송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바람난 남편은 배우자에 대해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간통죄가 폐지되면서 이혼 소송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대법원이 ‘잘못을 저지른 배우자의 이혼청구권’ 문제에 대해 판례 변경 검토에 들어간 데 이어 간통죄 마저 위헌인 것으로 결론이 나면서 유책에 대한 입증이 형사사건으로 불가능해져 파탄의 사실에 근거해 이혼 청구가 받아들여지는 판결이 늘어나게 될것이라는 분석이다.

법무법인 이인의 김경진 변호사는 “간통죄 폐지로 국가기관이 유책에 대한 증거를 입증할 수 있는 길이 없어지게 된 것”이라며 “법원은 확실한 증거가 아니라도 이혼을 인정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사실상 파탄주의에 입각한 이혼 판결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 민법(제840조 1~5호)은 유책주의에 근거해 ‘배우자가 부정한 행위나 악의적 유기’ 등 5가지를 이혼 사유로 정하고 있다.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라는 예외적으로 파탄주의를 인정하고 있지만 대법원은 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 청구는 기각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기에는 사회적 약자인 여성의 보호와 가정의 해체를 막고 남자가 바람을 피우고 마음에 들지 않는 아내를 쫒아내는 ‘축출(逐出) 이혼’을 예방하자는 목적도 담겨 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여성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가 높아지면서 유책주의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아지고 있다.

유책주의에서는 이혼 소송 중에 상대 배우자가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재판상 이혼청구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혼 소송 과정에 상대방의 잘못을 들춰내며 공격하고 비난하는 등 부부 사이 분쟁을 격화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또 유책배우자의 잘못에 대해서는 위자료청구로 책임추궁이 가능한 데도 유책 배우자라는 이유만으로 재판상 이혼을 허용하지 않아 이혼이 절박한 유책배우자 입장에서는 상대방이 요구하는 대로 많은 액수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하는 문제도 생긴다. 

법무법인 한결 박상융 변호사는 “최근에는 부정행위를 저지른 배우자에게 파탄의 책임이 있고 상대 배우자도 더 이상 혼인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파탄주의를 인정하는 법원 판결이 늘고 있다”며 “간통죄 폐지로 불륜은 더 이상 죄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며 그렇게 되면 이혼소송도 유책주의보다는 파탄주의에 입각한 판결이 많아지게 될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파탄주의의 인정은 사실상 폭넓게 이혼을 용인하는 것이어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이혼 사유에서 간통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져 유책주의의 엄격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유책주의의 원칙을 바꾸는 절대적 논거는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변호사협회 이명숙 회장은 “간통죄 폐지에 이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유책 배우자의 이혼청구권’ 문제까지 인정되면 바람 피운 배우자를 간통죄로 고소도 못하고 되려 이혼을 당하는 ‘축출이혼’이 늘 수 있다”고 우려했다.

sr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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