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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폭행 피해아동 아버지에 기소유예처분…헌재서 처분 취소 결정
-검찰의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로 판단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 아내가 운영하는 공부방의 지적장애 여중생을 성폭행한 초등학교 교사가 10년 만에 실형을 받은 판결이 있었다<헤럴드경제 1월 13일자 11면 참조>. 어처구니없게도 가해자인 이 교사는 “협박을 받았다”며 피해자인 여중생의 아버지를 무고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도 피해자의 아버지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리며 사실상 혐의를 인정했지만, 헌법재판소가 처분 취소 결정을 내리며 아버지는 억울하게 씌워졌던 혐의를 벗게 됐다.

26일 헌재에 따르면 2012년 성폭행 혐의로 조사를 받던 초등학교 교사 김모(59) 씨가 피해자 아버지를 무고 등의 혐의로 고소하고, 이에 대해 수원지검이 피해자 아버지를 기소유예한 처분을 취소하라는 결정이 내려졌다.


헌재는 “협박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김씨의 진술 뿐이며, 고소 전에 김 씨가 청구인(피해자 아버지)에게 ‘산이 무너지는 아픔에 사죄를 드립니다’, ‘저를 만난 후 사건화 해주시면 죄된 부분을 받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나 수사를 받게 되자 태도를 바꾸어 범행을 전면 부인하고, 청구인을 고소했다”고 확인했다.

헌재는 “청구인이 합의금 4300만원을 제시한 것은 피해 정도에 비춰 과다하다고 할 수 없고, 김 씨가 만나주지 않을 경우 자살하겠다고 간청해 청구인이 만난 점, 그 이후에는 다시 합의금 지급을 요구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해 청구인의 행위가 손해배상청구권 행사를 빙자했거나 사회통념상 권리행사의 수단, 방법으로서 용인되는 범위를 넘는 공갈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헌재는 “검찰의 기소유예처분이 중대한 법리오해와 사실인정의 잘못이 있는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라고 보고,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됐다”며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했다.

2003년 범행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2012년 조사를 받던 김 씨는 “피해자의 아버지가 자신에게 ‘합의금을 주지 않으면 직장과 교회 등에 성폭행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했다”며 “이는 적법한 권리행사를 넘어선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피해자 아버지를 무고, 공갈, 협박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수원지검은 같은 해 12월 28일 피해자 아버지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기소유예 처분은 공소 제기를 위한 충분한 혐의가 있고 소송 조건도 충족하지만 검사가 제반사항을 고려해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범죄 혐의가 없음이 명백한 사안을 기소유예 처분했다면 이는 헌법이 금지하고 있는 공권력의 행사가 돼 그 처분을 받은 자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따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이에 피해자 아버지는 “죄가 없는 자신에게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졌다”며 이듬해인 2013년 3월 기소유예 처분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앞서 서울고법은 지난달 6일 김 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고, 성폭력치료프로그램 80시간을 이수하라고 명령했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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