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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수, 기업소비로 살리자②> 기업 씀씀이 막는 稅규제 풀어야
[헤럴드경제=김윤희 기자]자동차 선팅필름을 만드는 국내 A사는 요즘 고민이 많다. 뒤늦게 후발주자로 시장에 뛰어들었는데, 이미 외국계 회사들이 선팅 전문업체들과의 거래를 과점해 버린 탓이다. A사 관계자는 “외국계 회사들은 선팅업체 막내직원들과 ‘형,동생’할 정도로 탄탄한 영업망을 유지하고 있다. 자주 함께 식사를 하고 직원들 아이 생일까지 챙겨준 덕분인데, 우리는 접대비 예산이 적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흔히 ‘접대비’는 술과 선물을 비롯한 향응비로 인식되곤 한다. 그래서 접대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통상 부정적이다. 그러나 한 대기업 종사자는 “클린카드가 도입된 후 유흥업소 결제 자체가 불가능해졌다”고 전했다. 실제로 현대카드가 2013년 3만1000여 법인고객사들이 저녁 8시 이후 결제된 10만원 이상 외식매출을 분석한 결과 고깃집 등 일반 한식이 전체의 70%를 차지했고 일반주점(12%), 일식(7%), 양식(4%), 유흥주점(4%) 순이었다. 또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은 철저히 수익성을 계산해 예산을 짜기 마련인데, 사업확장이나 수주에 도움이 된다면 때에 따라 접대비를 많이 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접대비가 일반 가계소득에 끼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중은 34%로 OECD 평균 17.4%보다 2배 가량 높은 편인데, 자영업자들의 소득이 전체 가계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5년 17.9%에서 2012년 12.0%로 6.0%p감소했다. 기업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법인카드 고객이 줄면, 자영업자들의 소득도 동반하락하는 구조다.

이에 기업들은 일관되게 “접대비 한도액을 높여달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현재 접대비 손금한도를 지나치게 낮게 설정해 기업들의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지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접대비 지출액 한도가 너무 낮으면 초과액에 대해서는 손금으로 인정받지 못해 법인세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홍기용 한국세무학회장은 “대부분의 기업들의 접대비 한도에 거의 꼭 맞게 지출하고 있어 현재 한도가 많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중소기업 40만개 법인 중 10%수준인 약 4만개 기업들이 한도를 초과해 법인세를 물게 되자 지난해 중소기업 접대비 한도를 한시적으로 1800만원에서 2400만원으로 올려줬다. 그러나 대기업에 대해서는 여전히 빠듯한 한도를 유지하고 있다. 


기업들의 좋은 씀씀이를 막는 이른바 ‘세(稅) 규제’도 상당하다. 지난 2011년부터 손금한도가 높은 특례기부금 제도가 폐지되고 이 특례기부금 대상 기부금 대부분이 손금한도가 낮은 지정기부금 대상으로 변경됐다. 이에 따른 기부금 한도가 종래 55%에서 10%로 급감해 기업이익의 사회환원 의지가 감소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지정기부금 손금산입 한도를 2010년 특례기부금 한도에 근접하게 늘려 기업이윤의 사회적환원 동참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사회적기업과 장애인 표준사업장에 기부하고서도 손금인정을 받지 못해 법인세를 더 내야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현행법상 소득금액의 10%를 초과하는 기부금을 내면 법인세를 내야하기 때문이다. 사회적기업을 후원하는 기업의 사회공헌실 담당자는 “이익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이나 일시적으로 이익률이 떨어진 대기업들이 자칫 불이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는 “민간에 의한 복지를 활성화하거나 외국처럼 기부금에 대한 조세감면 규제를 정비하고 체계적으로 시행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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