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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티브 바라캇 “‘오늘날의 교향곡’을 들려드립니다”
[헤럴드경제=신수정 기자]20년 전 미소년 피아니스트 스티브 바라캇은 달콤한 피아노곡 ‘레인보우 브릿지’ 등을 연주하며 한국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올해 나이 마흔둘. 이제는 미중년이 된 바라캇이 ‘여성의 날’인 오는 3월 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내한 20주년 기념 콘서트를 갖는다.

바라캇은 이번 공연에서 삶과 죽음, 영원을 주제로 작곡한 교향곡 ‘애드 비탐 애터넘(Ad Vitam Aeternam)’을 전곡(全曲) 연주한다. 또 ‘레인보우 브릿지’ 등 기존 히트곡들을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해 세계 최초로 공개한다.

여성 지휘자 김봉미가 이끄는 헤럴드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함께 무대에 오른다.


▶애드 비탐 애터넘은 ‘오늘날의 교향곡’=캐나다 출신 세계적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바라캇은 지난 1995년 음반 홍보차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은 그는 거의 매년 한국을 찾는다.

바라캇은 그동안 주로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 크리스마스 등 특별한 날에 콘서트를 열고 서정적인 피아노곡들을 들려줬다.

하지만 내한 20주년을 기념하는 올해는 오케스트라, 합창단까지 100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공연을 선보인다. 지난 2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난 바라캇은 “흥분된다(exciting)”고 말했다.

지난 2003년 바라캇이 작곡한 교향곡 ‘애드 비탐 애터넘’은 라틴어로 ‘영원’이라는 뜻이다. 16악장으로 이뤄졌으며, 악장 당 길이는 5분 내외다.

악장별로 ‘카르페 디엠(carpe diemㆍ현재를 즐겨라)’, ‘푸기트 이레파라빌레 템푸스(fugit irreparabile tempusㆍ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와 같은 제목이 달려있다.

“과거 관객들이 세 시간 동안 말을 타고 공연장에 오던 시절에는 1악장이 20분이어도 짧은 편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인터넷에서 빠르게 노래를 내려받고 페이스북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시대잖아요. 악기 구성 등은 기존 교향곡과 같지만 악장의 길이를 짧게 만든 것이 다른 점이죠. ‘오늘날의 교향곡(symphonic music of today)’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바라캇은 이곡을 작곡할 당시 미국, 유럽, 아시아 등 다양한 국적과 운동선수, 의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만났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일본의 한 불교 철학자였다고 한다. 이 철학자는 “모든 문제에 대한 답은 어린 시절의 경험에 있다”고 조언했다.

이 말을 듣고 바라캇은 초등학생 때의 등굣길을 걸으며 어린 시절의 감정을 되살려보기도 했다. 그리고 80~90대 노인들을 찾아가 ‘늙어간다는 것’에 대한 대화도 나눴다.

“모든 예술가들은 “우리가 누구일까(Who we are)”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애드 비탐 애터넘’은 이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입니다. 태어나서 자라고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음악으로 표현했습니다. 유년기를 나타내는 초반은 경쾌한 반면 갈수록 음악이 드라마틱해지면서 감정이 고조될 것입니다”

바라캇은 공연시 악장별로 조명을 달리해 시각적인 효과도 입힐 예정이다.

그는 또 이번 공연에서 ‘레인보우 브릿지’, ‘플라잉(Flying)’, ‘데이 바이 데이(Day by day)’와 같이 국내 드라마나 광고 배경음악 등에 쓰여 친숙한 피아노곡들을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새롭게 선보인다.

“단순히 기존 곡에다가 현악기 몇 개, 관악기 몇 개 추가하는데 그친 것이 아닙니다. 완전히 새롭게 만들었어요. 들어보면 ‘와(wow)’ 하고 놀랄 거예요. 하지만 원곡이 가진 서정적인 감정들은 그대로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밖에도 그가 작곡한 유니세프 헌정곡 ‘자장가(Lullaby)’를 어린이 합창단과 함께 들려준다. 바라캇은 지난 2007년부터 부인 엘레나 그로쉐바와 함께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활동 중이다. 엘레나 그로쉐바는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러시아 체조 선수 출신이다.

바라캇은 지난 20년간 정명훈, 휘성 등 다양한 장르의 한국 음악가들과 콜라보레이션(협업)을 해왔지만, 여성 지휘자와의 협연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외국인인 제가 봐도 1995년 처음 한국에 왔을 때에 비해 현재 한국 여성들의 지위가 향상된 것 같습니다. 여성 대통령도 탄생했죠. ‘여성의 날’에 개최되는 이번 공연이 여성들의 지위가 더욱 발전하는데 기여했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아시아인”=바라캇은 외모나 피아노 실력 외에도 여성들이 좋아할만한 요소를 또 하나 갖추고 있다. tvN ‘삼시세끼’에 출연 중인 차승원처럼 요즘 대세라는 요리하는 남자다.

“일식, 프랑스 음식 등 요리하는 것을 정말 좋아해요. 지난 크리스마스에는 제가 문화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롯데호텔의 쉐프복을 입고 음식을 만들었어요. 한국 음식은 아직 도전해보지 못했는데 한국음식 과외 선생님이 있으면 좋겠어요”

바라캇은 이번 콘서트를 마친 뒤에는 캐나다로 돌아가 작곡에 매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주로 피아니스트로 소개되지만 바라캇은 “기본적으로(basically) 작곡가”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레바논 출신 작가 칼릴 지브란의 시집 ‘예언자’를 주제로 교향곡을 만들고 있다. ‘예언자’는 미국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이다.

“저희 할아버지가 레바논 사람이예요. 바라캇은 레바논어로 ‘축복(blessing)’이라는 뜻이죠. 그러고 보니 저도 아시아인이네요. 아시아인의 피가 흐르고 있으니까요.(웃음)”

/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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