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국 경제의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시장에서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는 대기업들이 자본 등 생산요소를 적정 수준 이하로 투입하는 등 보수적으로 대응한 점은 우리 경제가 낮은 생산성을 보이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지정구 한국은행 계량모형부 과장과 정원석 조사역은 25일 ‘제조업 자원배분의 효율성과 총요소생산성’ 보고서에서 “한국 제조업의 총요소생산성이 2000년대 중반부터 급격히 하락했다”면서 총요소생산성의 성장 기여도도 갈수록 하락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총요소생산성이 개별 기업의 생산성뿐만 아니라 생산 자원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배분되는지에 따라서도 결정된다는 데 에 주목했다. 노동과 자본의 비효율적 배분이 생산성을 낮췄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노동보다는 주로 자본 부문에서 비효율적 배분이 나타났다”며 “이는 생산성은 높지만 자본 보유가 과도하게 적은 기업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본을 과소 보유한 업체의 상당수는 신규 진입한 중소기업으로, 자본 조달 비용이 과거에 비해 늘어난 데 따른 결과다.
실제로 2003년을 전후로 벤처캐피털의 창업 초기 업체에 대한 투자 비중과 엔젤투자가 급감한 바 있다.
분석 결과 2000년대 후반부터는 대기업 등 시장지배적 업체들이 생산 요소를 지나치게 적게 보유한 것이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을 크게 증가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지배적 기업들은 다른 업체들과 기술력 격차를 벌리면서 높아진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생산량을 적정 수준보다 낮췄고, 생산 요소를 과소 투입한 것으로 추정됐다.
보고서는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생산성이 높은 신규 진입 중소 업체들에 대한 자금조달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시장지배적 사업자들에 대해서는 경쟁을 촉진하는 동시에 중소기업 생산성 향상을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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