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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프라〈건담 프라모델〉 하나 주세요”…키덜트 아빠들이 당당해졌다
변두리 산업서 유통가 ‘핵심’으로 막강 파워
출산율 감소 악재불구 매년 20%씩 급성장
어린시절 향수 속 자녀와의 소통에 적극적
백화점-식음료 업계선 전방위 마케팅 공세


# 40대 회사원 김모 씨는 최근 성과급 중 일부를 투자해 ‘스케일 R/C카(자동차 모습 그대로 정밀하게 축소한 무선조종 자동차)’를 구입했다. 총 3000여개의 부품을 조립해 만든 이 자동차는 외관 뿐 아니라 경음기와 시동 거는 소리, 방향 지시등, 머플러 진동 등 미세한 부분까지 실제 자동차와 흡사하게 동작한다. 김 씨는 아내의 따가운 눈초리를 피해 근무 시간 이후 회사에 남아 틈틈이 조립하며 한달 반 만에야 모두 완성할 수 있었다. 그는 요즘 자녀와 함께 야외에서 R/C카를 조종하며 직장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


변두리 산업으로 취급받던 ‘키덜트(아이와 어른을 뜻하는 Kid와 Adult 합성어)산업’이 최근에는 유통가 정중앙으로 진입했다. 출산율 감소라는 악재 속에서도 키덜트산업은 매년 20%씩 급증, 현재 연간 7000억원에 달하는 블루오션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키덜트족(族) 뿐만 아니라 친구처럼 아이와 잘 놀아주는 ‘프레디족(Friend+Daddyㆍ친구 같은 아빠)’도 늘고 있고 있어 유통시장의 새로운 ‘파워 컨슈머’로 자리잡았다.

실제 유통업계에 따르면 2012년 5월에 문을 연 용산 아이파크백화점 ‘토이&하비 테마관’의 경우 경기불황 속에서도 최근 3년간 연평균 매출 신장이 30~80%, 최근에는 100% 가까이 급상승했다. 이웃집 토토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 ‘스튜디오 지브리’ 입체 조형전도 지난해 9월부터 현재까지 20만명이 다녀갔으며 캐릭터 판매액도 월 2억원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는 어린시절 향수와 더불어 자녀들과의 소통을 위해 아빠들이 지갑을 과감히 여는 것과 무관하다. 

키덜트산업이 유통시장에서 급팽창함에 따라 유통가도 ‘키덜트족 잡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와 고급 취향, 프리미엄 레저와 맞물린 키덜트산업은 앞으로도 유통가의 메인 키워드가 될 수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사진은 키덜트제품.

아이파크백화점 서일엽 마케팅이사는 “예전에는 다 큰 어른이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는 생각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키덜트족들도 적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가족이 함께 즐기는 당당한 취미생활로 인식되면서 고객층이 더욱 넓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 역시 최근 5년간 완구 매출을 살펴보면 아빠와 아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완구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인 품목인 ‘보드 게임’의 경우 10여년 전 젊은이들 사이에서 번진 열풍이 최근 스마트폰 게임으로 등장해 인기를 얻으며, 아빠들의 향수를 자극해 역으로 다시금 아이들과 함께 가족단위로 즐기는 수요가 연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RC카’나 ‘전동 승용 완구’ 역시 추억의 아이템으로 아빠들이 많이 찾는 아이템이다.

롯데마트는 이같은 아빠들의 수요를 반영해 전동 승용 완구, 조립식 프라모델, 레고 등 블록완구 품목 수를 2014년에전년보다 30% 가량 확대했고, 올해 역시 아빠와 아이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완구 품목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이마트의 경우 취미ㆍ조립완구 매출은 2011년 1.3% 신장을 보였고 2014년에는 23.2%로 상승했으며 완구내 매출비중도 2011년 1.25%에서 2014년 4.3%로 그 비중도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이같은 키덜트 열풍으로 인해 최근 유통업계에서는 ‘키덜트 마케팅’이 전방위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다음달 5일까지 남성 편집매장 ‘큐리오시티 오브 레노마’ 팝업스토어를 진행하는데 패션, 음향기기 뿐만 아니라 아이언맨, 베트맨 등 인기 캐릭터의 피규어와 무인비행기 드론 등 다양한 키덜트 콘텐츠를 판매하고 있다. 


이미 키덜트 마케팅을 진행해 흥행 대성공을 거둔 곳도 적지 않다. 지난해 맥도날드 매장에선 때아닌 진풍경이 벌어졌다. 바로 ‘해피밀 슈퍼마리오 세트’를 사기 위해 자정부터 몰려든 고객들로 장사진을 이룬 것이다. 원래 취지는 어린이 고객을 겨냥해 판매하는 세트 메뉴였으나 대부분 30~40대 키덜트들이 몰려들어 ‘해피밀 대란’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외식 뿐만 아니라 음료나 식품에 캐릭터를 그려 넣은 제품이 늘어난 것은 같은 맥락이다.

박은아 대구대 심리학과 교수는 “최근에 불고 있는 키덜트 현상은 어른들이 사회에 나와서 지쳐있는 상태에서 이들이 어릴 때 가장 심리적으로 편안했던 시기, 그때 자기를 행복하게 해줬던 것으로 회귀하는 현상을 보이는 것”이라며 “현실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충족감을 주기도 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키덜트 현상은 점차 더 확산될 것”이라고 했다.

이정환 기자/atto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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