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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수, 기업 소비로 살리자 ①> B2C 지출도 투자다.
[헤럴드경제=홍길용ㆍ김윤희 기자] “이 안에 부장님 법인카드 있다. 오늘은 한우 먹으러 가자”

인기드라마 ‘미생’에 자주 등장했던 장면이다. 직장인들의 꿈의 회식메뉴 ‘한우’는 만만치 않은 가격 탓에 개인 돈으로는 선택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한도가 넉넉한 법인카드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음식점 주인도 매출이 올라 기분이 좋다. 회식 분위기도 좋아지기 마련이고, 소통이 잘 돼 업무 효율이 높아질 가능성도 높아진다.

기업이 돈을 쓰면 주변이 전후방이 두루 넉넉해지는 효과가 상당하다.

통계청의 국부통계를 봐도 2008년 각각 3020조원, 2690조원, 1280조원이던 가계, 기업, 정부의 자산총액이 2012년에는 3470조원, 3600조원, 1610조원으로 바뀌었다. 3년 전부터 기업이 우리 경제 최대의 경제주체가 된 셈이다. 그런데 우리 경제의 최대 주체인 기업들의 씀씀이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를 보면 2009년 2567조원이던 기업 매출액이 2013년 3511조원으로 36.8% 늘어날 때, 판매관리비 지출은 410조원에서 532조원으로 29.6% 증가하는 데 그쳤다. 국내 매출 상위 100대 기업의 접대비 지출추이를 봐도, 2004년에는 1억 원 매출을 올리는 데 2만9100원을 썼지만 2013년에는 고작 1만6500원을 쓰는 데 그쳤다.

연구개발비 같은 기업 내부 지출은 늘렸지만 외부 민간 부문인 서비스업 및 유통업과 직결되는 먹고, 배우고, 즐기는 데 쓰는 돈을 그만큼 줄였다는 뜻이다.

기업이 지출을 줄이는 것은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본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연구개발이나 설비투자, 고용 등 B2B성 지출이 아닌 기업들의 B2C 형태의 소비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과 정부 정책 탓이 크다. 이는 정부가 접대비 비용인정 한도를 강제하고, 기부금 세제혜택을 줄인 이후 접대비와 기부금이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는 데서도 확인된다.

최근 정부가 기업들의 투자와 고용확대를 독려하고 있지만, 수요가 늘어 생산을 확대해야 할 여건이 전제돼야 한다. 아무리 규제가 풀린다고 해도 이는 투자환경이 무르익었을 때 효과를 볼 수 있다. 민간의 소득과 소비여력이 개선되지 않으면 기업들의 투자 역시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판매촉진비나 광고선전비, 영업비, 접대비 등을 쓰는 것도 큰 틀에서 보면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기 위한 선제적 행위”라며 “오랜 준비와 상당한 위험감수가 따르는 설비투자나 고용확대를 강제하기 보다는, 내수를 직접 자극할 수 있는 기업 소비를 늘리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계적 경제학자인 정운찬 전 국무총리도 24일 연세대에서 열린 ‘2015 경제학 공동학술대회’ 초청강연에서 “정부는 규제완화로 기업투자가 늘고, 소득주도 성장정책으로 개인 소비가 늘 것으로 기대하지만 규제는 투자의 주요 걸림돌이 아니고, 소득이 늘더라도 미래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소비가 늘어날 리가 없다”고 꼬집었다.


실제 통계청이 밝힌 2014년 연간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전년대비 3.4% 늘어난 430만2000원이다. 같은 기간 가구당 월평균 가계지출은 355만 6000원으로 전년대비 2.9% 증가하는 데 그쳤다.

명지대 조동근 교수는 ”기업이 접대비 쓰는 건 내부적으로 통제하면 되지, 왜 외부에서 통제를 하느냐”라며 “회식에서 대포 마시고 하면 영세 자영업자들이 돈 버는 건데 그걸 너무 까다롭게 하지 말고 기업들에 자유를 주게 하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접대비라든지 기부금 등의 기업 소비가 민간소비와 복지의 대체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건국대 오정근 특임 교수도 “요즘 우리 기업들도 어려워지다 보니 운동권을 끊어준다든지 야외 등산복 지원해준다든지 하는 이런 게 사내복지를 줄이고 있고, 결국 소비위축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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