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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통죄 폐지되면 대한민국은 ‘불륜 공화국’ 될까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간통죄 처벌 조항의 위헌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다섯 번째 판단을 앞두고, 이번엔 간통죄가 폐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간통에 대한 국민적 의식이 급변한 상황에서 사실상 사문화된 간통죄를 유지하는 게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간통죄가 폐지되면 불륜이나 가사소송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 헌재의 판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유명무실 간통죄, 불법만 낳는다=형법 제241조는 간통죄를 기혼자가 배우자 이외의 자와 성관계를 맺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죄가 인정되면 벌금형 없이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해 양형이 센 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실형은커녕 재판까지 가기도 어렵다. 검찰에 접수된 간통사건 10건 중 7건은 불기소 처분으로 끝난다. 재판에 넘겨지더라도 거의 대부분 집행유예가 선고된다. 간통죄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잇따르는 이유다.


뿐만 아니라 간통죄 구성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지적이다. 간통죄가 성립되려면 남녀 성기의 결합을 입증해야 한다. 키스나 포옹 등의 애정표현 행위로는 간통으로 처벌할 수 없다.

여관에서 간통죄 현행범으로 붙잡힌 남녀가 증거물인 정액에서 DNA 확인 가능한 정자가 검출되지 않아 무죄가 된 판례도 있다.

‘사법연수원 불륜사건’의 경우 사법연수원생에겐 실형이 선고됐으나, 그와 바람을 피운 상대 여성은 그가 유부남임을 안 뒤에도 관계를 유지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또 간통죄는 배우자의 고소로만 성립되는 친고죄다. 그런데 간통 혐의로 고소하려면 혼인관계가 해소되거나 이혼소송을 제기한 후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간통 사실을 알게 된 날로부터 6개월이 지나도 고소할 수 없다.

때문에 간통죄를 입증하려고 온갖 불법적 방법까지 동원되고 있다.

가사법 전문 이인철 변호사는 “성관계 현장을 영상으로 담으려고 흥신소까지 간다”면서 “도청을 하거나 집에 몰래 들어가 증거를 가지고 나오는 일도 있다”고 설명했다.

▶간통 폐지는 불륜 인정?…가사소송 급증하나=헌재가 간통죄 위헌 결정을 내리면 불륜이나 가사소송이 급증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간통죄가 폐지되면 성 관념이 문란해질 수 있다는 존치론과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간통죄가 폐지된다고 해서 법원이 불륜을 인정하는 건 아니다.

민법 제840조는 이혼 청구가 가능한 원인으로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엔 불륜이 포함된다.

간통죄가 존치되면 형사처벌까지 할 수 있다는 게 다를 뿐이다.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시대가 바뀌면서 간통죄 위헌 가능성이 높아지긴 했지만, 이혼에 있어서는 (존폐 여부가)무의미하다”면서 “대법원 판례도 부정행위를 간통보다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법조계에선 간통죄 폐지로 이혼소송이 늘어날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명숙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은 “동성동본 금혼 조항이 위헌 결정이 내려질 때 우려와 반대가 많았지만 폐지된 이후 동성동본 결혼이 폭증한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인철 변호사도 “바람피운 배우자를 처벌받게 하려고 이혼소송을 제기하고 간통죄로 고소하는 일이 많았다”면서 “오히려 이혼소송이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유명무실해진 간통죄를 차라리 폐지하고 이혼 시 위자료를 높이거나 다른 구제방안을 마련하는 편이 낫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미국처럼 간통을 민사상 손해배상으로 해결하는 게 합리적이란 지적이다. 이 회장은 “간통죄로 형사처벌 못하는 대신 위자료로 더 보상해줄 수 있는지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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