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24일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것은 정부가 ‘소심함의 함정(timidity trap)’에 빠졌기 때문이었다며 이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거시정책을 적극적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 차관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열린 2015 경제학 공동학술대회 축사를 통해 “한국경제가 세계경제의 불확실성과 녹록하지 않은 국내 여건 등으로 유례없는 도전에 직면해 경쟁력이 급격히 위축될 우려가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이유 중 하나가 거시정책을 소극적으로 운용했기 때문”이라며 “소극적인 거시정책이 총수요 위축을 심화시키고 다시 세수감소 등 정책여력을 소진시키는 ‘소심함의 함정’에 빠졌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 차관은 이에 정부는 “올해 예산을 최대한 확장적으로 편성하고 사상 최저의 기준금리를 유지하는 등 거시정책을 적극적으로 운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경제와 관련 주 차관은 “미국 경제가 견조한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유로존 등의 침체가 지속되고 있으며 디플레이션 또는 로플레이션 상황에서 장기 침체에 머무르는 게 ‘뉴 노멀’(new normal)로 자리 잡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유가 하락이 호재지만 지속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효과가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으며 미국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가 국제금융시장에 미칠 파급 효과도 쉽게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주 차관은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2년 연속 상승했지만 잠재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며 특히 “오는 2017년부터 생산가능인구의 감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 등 후발국들의 추격으로 한국 경제의 경쟁력이 급격하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의 압축적 성장과정에서 누적된 부문간 불균형도 여전하다”며 “수출과 내수,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부문간 불균형은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저해하는 위험 요인으로 대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 차관은 이런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정부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등 강도 높은구조개혁으로 경제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올해는 노동,금융, 공공, 교육 등 4대 부문의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 차관은 적극적인 거시정책과 함께 30조원 규모의 기업투자촉진 프로그램,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 규제 개혁, 관광·보건·의료 등 유망 서비스업 육성,민간임대주택산업 활성화 등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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