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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맛대路 멋대路] 부산을 품다, ‘용골’ 용두산공원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부산 국제시장에 발을 딛는 순간 서울 남대문시장이 떠오른 건 왜일까요? 골목골목 숨어 있는 진귀한 보물을 찾는 느낌과 오랜 시간 사람들의 발길이 머물렀던 삶의 흔적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답을 했습니다. 격변의 시대를 걸어온 아버지 세대들의 손때가 곳곳에 묻은 느낌입니다. 이른바 ‘짜가리’라고 불리는 모조품들을 파는 노점상도 타지인들에겐 쏠쏠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봄내음이 엷게 감지되는 2월, 국제시장은 겨울과는 다른 다채로운 풍성함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광복로 패션거리를 거닐다가 우연하게 발견한 에스컬레이터. ‘연인들이 오르는 저 위엔 무엇이 있을까?’ 호기심을 머금고 바라본 에스컬레이터의 끝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이어져 있었습니다. 기대를 머금고 에스컬레이터에 오른 뒤 수 분. 중간중간 마법의 구름다리와 같은 운치 있는 골목길과 기억 속에 자리잡고 있던 동네목욕탕이 보입니다.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과거의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느낌마저 듭니다.


에스컬레이터가 끝에 다다르자 드넓은 광장이 일행을 맞이합니다. 부산 시민들의 느릿한 여유가 있는 곳, 바로 ‘용두산공원(龍頭山公園)’입니다. 근대공원으로 조성된 이곳의 나이는 무려 100살에 가깝습니다. 1916년 준공을 시작해 1944년 용두산공원으로 지정 고시됐죠. 1957년 이승만 대통령의 호를 따 ‘우남공원’으로 개명됐다가 1966년 본래 명칭으로 환원됐습니다. 정상에 다다르게 도와준 에스컬레이터는 근래에 설치됐다고 합니다. 


정면에 보이는 부산타워는 부산항부터 영도까지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입니다. 입장료를 내야하는 탓에 최정점에서 풍광을 즐기는 기회는 다음으로 미뤘지만, 타워 아래에서 바라본 부산 시내도 충분히 만족스럽습니다. 일몰 전에 타워에 오른다면 땅거미가 내리는 부산항의 환상적인 야경을 기억속에 간직할 수도 있겠죠. 


일제 강점기 신사가 있던 곳에 만들어진 용두산공원은 예전 부산을 찾던 신혼여행객들의 필수코스였다고 합니다. 공원에 머물던 사진사의 광고판 속 빛바랜 사진들을 보면 당시의 풍경을 충분히 추억할 수 있습니다. 


산세가 용을 닮았다 하여 용두산이라고 불린 이곳엔 타워 외에도 다양한 시설물들이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척화비와 충혼탑을 비롯해 4ㆍ19 의거기념탑, 충무공 동상, 팔각정 등 오밀조밀한 역사를 한껏 품고 있죠. 계절마다 다른 옷을 입는 것으로 유명한 꽃시계는 차가운 공기 탓에 충분히 빛을 발하진 않았지만, 수많은 연인들이 스스로 꽃이 돼 공원을 수놓고 있었습니다.


부산타워 옆에 위치한 사랑의 자물쇠들도 눈길을 끕니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연인들의 서약을 간직하는 곳이기도 하죠. 쉼터의 지붕과 닿기 힘든 난간 등 기상천외한 장소까지 자물쇠가 걸려 있습니다. 자물쇠 뒤로는 앞서 보지 못했던 갈래길들이 보입니다. 겨우내 싹을 튀우기 위해 우직하게 서 있는 벚꽃나무들을 보니 조만간 옅은 분홍빛으로 물들게 될 용두산 일대가 상상됩니다. 


최근엔 용두산공원을 부산의 ‘원도심 근대역사 허브’로 만드려는 움직임이 본격화 됐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국제시장’ 등 다양한 영화의 배경이 되는 만큼, 역사적 자산들을 보존하고 온전한 모습을 후세에 물려주려는 목적이죠. 오랜 역사를 머금은 공원인만큼 관련 콘텐츠의 발굴ㆍ해석은 무궁무진하다는 평가입니다. 부산타워의 현대적인 재정비와 새 옷을 입을 용두산공원에 대한 기대치가 벌써부터 높아집니다.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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