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동시다발 소송전 돌입하는 삼성ㆍLG
[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국내 양대 라이벌인 삼성ㆍLG가 다음달부터 최대소송전에 돌입한다. 양사는 가전과 IT업계에서 경쟁의 날을 번번이 세웠지만 여러 계열사가 동시다발적으로 법정다툼을 벌이는 일은 유례가 없었다. 재판을 앞두고 양사 모두 장외전에 나서면서 소모적인 안방싸움에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3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세탁기 파손사건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9부에 배당되면서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재판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조성진 LG전자 사장은 작년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삼성전자의 크리스탈 블루 도어 드럼세탁기를 고의로 망가뜨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합의를 시도했지만 양사 갈등의 골이 깊어 무산된 걸로 전해졌다. 자존심 싸움에서 시작된 ‘세탁기 파손 사건’은 결국 법정에서 고의성 여부가 가려지게 됐다.


소송전은 확전양상이다. 양사 디스플레이 계열사들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 유출과 관련해 두 번째 법정다툼에 들어간다. 검찰은 지난 13일 OLED 기술 유출 의혹으로 삼성디스플레이 임직원과 협력업체 사장 등을 재판에 넘겼다. 양사는 이미 기술과 영업비밀유출 공방으로 한차례 소송을 치른 바 있다.

이와 더불어 지난 17일에는 LG전자 전직 임원이 에어컨 기술 개발 국책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삼성전자의 기밀자료를 빼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계는 이처럼 삼성과 LG가 소송으로 얽히고 설킨 것은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앙숙이자 라이벌인만큼 기술 경쟁과 자존심 싸움도 치열했지만 여러 계열사들이 비방전을 넘어 법정다툼을 벌이는 경우는 드물었다.


장외전도 점입가경이다. 조 사장 측은 기소 직후 결백을 주장하면서 사건현장 동영상을 공개했고, 삼성전자도 자사 블로그에서 이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삼성ㆍLG디스플레이도 상대방에 대해 원색적으로 비난하면서 난타전을 벌였다. 이는 재판을 앞두고 여론전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양사 모두 전사적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중국과 일본의 추격이 거센 상황에서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양사가 법정다툼에 열을 올린다는 우려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법정공방은 둘 중 하나는 크게 다치게 되는 치명타가 될 것”이라면서 “기술 경쟁이 아닌 소모적인 자존심싸움은 결국 글로벌 경쟁자들의 배만 불리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