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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T공룡 ‘구글’은 왜 자율주행차에 집착하나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운전대에서 손을 떼고 도로에서 눈을 떼는 자율주행차량이 자동차 산업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구글에 이어 애플까지 이른바 ‘IT공룡’들이 자율주행차량 개발 경쟁에 나서면서다. IT공룡들은 왜 자율주행차량에 집착하는 것일까.

▶구글ㆍ애플 자율주행차 개발 박차=가장 도전적인 자율주행차량 로드맵을 내놓은 기업은 미국의 구글이다. 구글은 지난해 12월 구글의 자율주행차량(이하 구글차) 컨셉트카를 내놨다. 올해 캘리포니아 도로에서 시험주행에 나서고 2~5년내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구글차는 운전대, 페달, 브레이크 등을 모두 생략한 ‘완전 무인차’다. 차량에 탑재된 센서를 통해 얻은 방대한 고해상도 데이터를 3D지도로 조합해 10cm 이내를 정밀하게 분석해 달린다. 최초의 구글차는 미국 디트로이트에 본사를 둔 로쉬(Roush)가 제작했다. 초기 차량은 150대 가량을 제조할 계획이다.

애플은 코드명 ‘타이탄’이라는 이름으로 전문인력 1000여명을 투입해 무인 전기차 개발 프로젝트를 1년째 진행중이다. 최근에는 카메라 설비 및 지도제작 센서장치를 탑재한 애플의 미니밴이 발견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업계에선 애플이 오는 2020년께 전기차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애플은 이미 포드 출신 엔지니어 스티브 자데스키를 영입했으며 이번 타이탄 프로젝트 역시 애플이 스티브 자데스키에게 권한을 위임토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글 “운전은 시간 낭비”=IT기업이 앞다퉈 자율주행차량에 뛰어드는 이유는 이들의 미래차 구상에서 드러난다. IT업체의 미래차는 더이상 차가 아닌 ‘단말기’다. 구글의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은 지난해 투자설명회에서 “자율주행차량은 효율적인 도시 구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자동차는 도시 데이터를 수집하는 단말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도로를 질주하는 차량의 주체적인 입지를 휴대전화와 같은 수동적 매개체로 평가절하는 도발적인 발언으로 평가됐다.

브린은 “대부분 도시의 30~50% 토지가 주차장”이라며 “1인 1대의 차량을 소유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현재의 자동차 산업은 비효율적”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이어 “구글차가 있으면 소비자는 1인 1대의 차량을 소유할 필요가 없고, 기존 주차장 등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구글 자율주행차량 총괄 디렉터 크리스 엄슨도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운전에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인구가 늘어나면서 정체는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며 “자율운전차를 통해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베이비붐 세대(1946~1963년생)는 운전보다 아이들과 대화를 하고 싶어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구글이 도시 효율화라는 인프라 사업에 나선 배경에 실적 위기감이 자리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글은 현재 수익의 대부분을 ‘검색 서비스’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본업인 검색기술은 전세계적으로 구글이 독보적이기 때문에 더이상 강화시킬 분야가 마땅히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 때문에 주주들은 거액의 자본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라는 압력을 높이고 있다. 구글의 자기자본은 이미 100조원을 넘어서 미국 GE와 일본 도요타, 독일 폴크스바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인프라 사업은 장기 자금 조달 능력이 수반돼야 하기 때문에 자본력이 있는 대기업만이 진입할 수 있다”며 “진입장벽은 매우 높지만 일단 진입하면 안정된 사업 모델을 확립할 수 있어 구글 등 IT업계가 눈독을 들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글, 문어발식 인수=구글이 그리는 미래는 웅대하다. 도시의 모든 정보를 집어삼키고 사람이나 사물의 움직임을 효율화한다. 최근 구글이 인수한 기업 분야는 위성, 주택, 로봇, 대중교통, 에너지, 무인항공기 등 언뜻 보기에는 자동차와 무관해 보이지만 결국에는 ‘도시 효율화’로 집결된다. 

구글이 지난해 선보인 자율주행차량 컨셉트카.

특히 구글은 도시 정보 수집에 도움이 되는 다수의 기업을 인수하고 있다. 구글카는 교통 시스템과 도시 시스템이 연동해야 비로서 그 진가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6월 인수한 미국 위성동영상서비스 업체 ‘스카이박스 이매징(Skybox Imaging)‘이다. 위성에서 지상을 촬영한 동영상을 분석해 제공한다. 동영상 해상도는 1m로 높고, 실시간으로 차량과 움직임을 인식할 수 있다. 조만간 해상도를 25cm까지 높일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 뿐만아니라 사람 움직임까지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구글카의 경로를 결정하는데 정체나 통행이 많은 장소를 피하는데 적용할 수 있다.

같은해 11월 출자한 미국의 ‘어반 엔진(Urban Engine)’은 스마트폰 등의 정보를 수집해 대중교통 지연이나 도시 에너지 사용량을 추정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구글차가 철도나 버스 등과 연계를 쉽게 한다. 도시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운행 관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차가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인식하는 모습.

타기업 인수 이외에도 구글이 자체 보유한 서비스도 구글차 개발에 일조한다. 안드로이드 외에 2007년 시작된 도시 이미지 서비스 ‘스트리트 뷰(Street View)’가 대표격이다. 도시의 영상을 촬영하는 차량에는 카메라 외에 복수의 적외선 레이저 스캐너를 탑재하고 있다. 구글차에 빠질수 없는 고정밀지도 데이터를 구축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스트리트 뷰 사업과 연계해 전세계 지도 데이터를 구축하면 구글차가 달릴 수 있는 지역은 크게 넓어진다. 구글은 2013년 현재 약 50개국에 3000대 이상을 투입해 스트리트 뷰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

구글의 구상이 성공하면 새로운 사업모델이 출현도 가시화한다. 가장 유망한 분야는 공유사업이다. 실제로 구글은 2013년 스마트폰을 사용한 택시 배차 서비스인 미국 ‘우버’에 출자했다. 사용자가 필요할 때 스마트폰을 조작하면 인근에서 공유 무인 구글차가 대기하는 시대가 도래하게 된다.

공유가 전제가 된다면 차량을 무료로 제공하고 사용할 때 요금을 지불하는 사업 모델도 성장할 수 있다. 더이상 완성차업체가 차량 판매만으로 수익을 거둘 수 없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구글차 ‘산넘어 산’=그러나 구글의 구상이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구글 앞에 놓인 과제는 산적하다. 우선적으로 ▲비싼 가격 ▲차량 제조사 부재 ▲현행법상 주행 불가능이 꼽힌다.

비용면에서는 구글차 가격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360도 주변환경 감지 적외선 레이저 스캐너가 문제다. 현재 구글차 지붕에는 미국 벨로다인(Velodyne) 사의 레이저 스캐너가 탑재돼 있다. 가격은 7만5000달러(약 8300만원)로 카메라 한대가 차량 한대 값이다. 그러나 자동차 엔지니어들은 “일정 규모의 양산을 전제로 설계하면 가격은 1700달러(200만원)선으로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크리스 엄슨 디렉터는 “벨로다인 사의 적외선 레이저 스캐너는 자동차 지붕에 탑재하기에는 크기가 크고 엄청난 고가”라며 “이를 대신할 저렴한 센서 개발을 자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량 제조업체가 없는 것과 관련해서는 구글은 애초에 “차량을 제조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브린은 “(구글차 판매와 관련해) 여러 파트너사와 제휴할 것”이라며 “일부는 제조업체에, 일부는 서비스 제공업체에 위탁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은 현재 제조 위탁업체를 물색 중이지만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엄슨 디렉터는 “미국 빅3를 포함한 많은 업체와 논의했지만 발표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구글은 지난해 7월 자동차 산업에 풍부한 인맥을 자랑한 미국 포드 사의 전 최고경영자(CEO) 앨런 머레이를 이사로 영입했다. 업계에서는 머레이가 주축으로 완성차 업체와 제조 협상을 진행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해결하기 힘든 과제는 운전자 주권을 중심으로 한 현행법이다. 지금까지 자율주행차량을 법규로 인정한 지역은 한 곳도 없다. 각국 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상이 필요하다.

구글은 이 문제에도 대책을 세우고 있다. 미국 자동체 규제당국인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엄슨은 말했다. 법률 협상을 원활히 하기 위해 NHTSA의 부국장 출신인 론 메드포드를 스카웃하기도 했다.

그러나 설사 미국에서 법률 개정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미국 밖에서 구글차가 달리기는 힘들어 보인다. 미국 이외 지역에서 구글차 개발 계획에 따라 법률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은 찾아보기 힘들다. 주요 완성차 업체가 중심이 돼 법률 개정을 지연시킬 공산도 크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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