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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분 위해 296일 기다린 정홍원, 드디어 페어웰…아름다운 퇴장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 296일을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단 10분 만에 끝났다. 이임식은 10분이면 충분했다. 정홍원 전 국무총리는 물러났지만 물러날 수 없었다. 웃으며 떠났고 홀가분한 마지막 인사였다.

지난 16일 오후 3시께. 정부서울청사 건물에 직원들을 대강당으로 소집하는 방송이 연이어 나왔다. 갑작스레 잡힌 국무총리 이임식이었다. 이완구 신임 국무총리의 국회 임명 동의안이 처리되면서 이임식도 발 빠르게 준비됐다. “빨리 전화해”, “지금 어디야?” 대강당 곳곳에선 직원을 찾는 전화가 분주했다. 강당에 인원이 차기까지 예정보다 26분가량 지연됐다.

박수와 함께 등장한 정 전 총리는 “이제 정부 청사를 떠나려 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현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서 국민 행복의 새 시대를 열어야 하는 역사적 사명과 막중한 책임을 안고 취임했다”며 “보람도 적지 않지만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회한도 남는다”고 소회를 밝혔다. 


세월호 참사도 언급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가 터진)4월 16일을 결코 잊을 수 없다.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 안전하고 깨끗한 나라를 만드는 데에 앞으로도 열중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겸손의 문화’도 당부했다. 그는 “모든 분야에 겸손의 문화가 뿌리내리길 소망한다”며 “겸손은 갑질을 멀리하고 배려를 불러온다. 겸손의 문화를 통해 우리 사회가 진정한 선진국형 나라가 되길 염원한다”며 이임사를 마쳤다.

이임사를 마치고 직원들로부터 꽃다발을 받고서 이임식은 끝났다. 오후 3시 36분. 정확히 이임식은 10분이 걸렸다. 이후 정 전 총리는 장ㆍ차관 등과 기념촬영을 한 뒤 청사 정문으로 가 경비 경찰과 일일이 악수했다.

이동하는 내내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정 전 총리는 웃으며 마지막 인사를 나눴고, 직원들 역시 웃으며 화답했다. 홀가분해 보였다. 통상 이임식에 나올법한 눈물 대신 미소를 남기며 손을 흔든 채 청사를 빠져나갔다.

정 전 총리는 세월호 참사 책임을 지고 사표를 냈지만, 후임 총리 후보가 연이어 낙마하는 바람에 유임에 유임을 거듭했다. 원치않게 2년 가까이 장기 재임 총리를 지낸 셈이다.

정 전 총리는 향후 계획과 관련, 변호사 개업이나 로펌행 대신 봉사활동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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