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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 나라 공기업?’ 한전, 입찰시스템 구멍 10년 동안 몰랐다…뒷돈 134억원 오가
[헤럴드경제] 특정 업체가 공사를 낙찰받을 수 있도록 한국전력(KEPCO) 전자입찰시스템을 조작한 한전KDN 전산관리업체 전ㆍ현직 직원들이 검찰에 적발됐다. 이 같은 비리가 지난 10년 동안 이어져 왔지만 감독기관인 한전은 관련 사실 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등 관리 부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광주지검 특수부(부장 김종범)는 낙찰가 등을 알려줘 특정 업체가 공사를 따낼수 있도록 하고 뒷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 처벌법상 사기ㆍ배임수재등)로 박모(40)씨 등 한전KDN에 파견된 정보통신 업체 직원 4명을 구속 기소했다. 불법 낙찰에 관여하고 돈을 준 업자 2명도 구속 기소됐다.

입찰시스템 서버 조작으로 133건, 2709억원 상당의 공사에서 낙찰업체가 불법적으로 선정됐으며 파견업체 직원들은 그 대가로 134억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17일 검찰에 따르면 한전은 각종 전기공사 중 적격심사제 방식에 따른 전자입찰에서 기초금액과 예비가격 범위(±2.5%) 등 기본 사항을 적어 공고하고 있다.

투찰 마감 하루 전 오후 4시께 기초금액의 ±2.5% 범위에서 1365개의 예비가격을 만들어 이 가운데 15개를 임의로 선택, 암호화한 뒤 15개 추첨번호에 하나씩 배정한다.

입찰자는 15개 중 4개의 추첨번호를 선택하고 입찰자가 가장 많이 선택한 추첨번호 4개에 배정된 예가를 평균해 공사 예정가격을 산출한 뒤 투찰률(공사액 10억원미만 87.745%, 10억~30억원 86.745%)을 곱한 낙찰 하한가를 산정한다. 낙찰 하한가와 가장 근접해 그 이상 투찰가를 입력한 입찰자가 최종 낙찰되는 방식이다.

하지만 파견업체 직원들은 15개 추첨번호를 무작위가 아니라 정해진 순서대로 배정되도록 순열을 조정했다. 선택하는 추첨번호 4개도 실시간으로 파악해 낙찰 하한가를 예측했다. 또한 외부에서 실시간으로 한전 서버에 접속할 수 있는 파일도 개발했다. 미리 알아낸 낙찰 하한가는 뒷돈을 준 전기공사 업체로 넘어갔고 업체들은 무난히 낙찰을 받았다.

범행은 10년전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면서 알게 된 파견업체 직원 박모(40)씨와 업체 사이에서 모집책 역할을 한 전기공사 업자 주모(40)씨의 공모로 시작됐다. 갈수록 규모가 커지면서 초기 공사대금의 1%였던 커미션은 최근에는 10%까지 올랐다.

파견 직원 4명이 받은 뒷돈 총액은 모두 134억원으로 체포 당시 금고에 4억1500만원을 보관하거나 사무실에 수백장의 현금 띠지를 모아둔 경우도 있었다. 가담자들은 고급 아파트, 외제차는 물론 오피스텔 35채를 보유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한전 측의 부실한 관리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한전은 입찰시스템 관리를 위해 한전KDN을 자회사로 설립해 유지ㆍ보수 업무를 위탁했고 한전KDN으로 파견된 업체 직원들은 아무 제한없이 한전 입찰시스템에 접근, 조작할 수 있었다.

검찰 측은 “내부 조작은 외부인의 침투에 의한 범죄보다 훨씬 손쉽고 위험성이 큰데도 한전이 통제시스템을 전혀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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