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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37만자 고려사 전체 베껴 쓴 필사본, 영국에서 발견
[헤럴드경제=김필수 기자]336만9623자에 달하는 고려사 전체를 베껴 쓴 필사본이 영국에서 발견됐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안휘준)은 지난해 발주한 ‘구한말 해외반출 조선시대 전적 현황 조사 연구’(책임연구자 유춘동 선문대 역사문화콘텐츠학과 교수) 과정에서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도서관 웨이드 문고(Wade Collection)에 고려사 필사본 완질 139권 19책이 보관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조사단의 허경진 연세대 국어국문과 교수가 찾아낸 이 고려사는 양장(洋裝) 제본에 ‘KAOLI SHIH’라고 표기됐다. 조사 결과 이 고려사는 괘선지에 해서체로 또박또박 고려사 전체를 필사한 것이며, 19세기 중국 학자들이 애장하며 돌려보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필사본은 주청 영국공사를 역임하면서 중국 고서를 전문적으로 수집한 토마스 웨이드(Thomas Francis Wade. 1818~1895) 기증 도서다.

아울러 필사본에 대한 장서인(소장자가 찍은 도장)과 그에 적힌 문구 조사를 통해 중국 청대 최고의 금석문 학자인 유희해(劉喜海.1793~1852)와 당시 중국 최고의 금석학자인 옹방강(翁方綱. 1733~1818)의 아들 옹수곤(翁樹崑. 1786~1856), 그리고 장서가 고천리(顧千里. 1766~1835) 등이 이 필사본을 활용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따라서 이 필사본의 발견은 ”청나라 금석학자들이 조선 금석문을 얼마나 열심히 연구했는지, 그리고 조선금석문 연구를 위해 고려사를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며 구입하거나 필사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로서, 문화재적인 가치가 높다“고 재단은 평가했다.

한편 이 고려사 필사본이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1786~1856)와 관련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관심거리다.

옹수곤은 추사가 북경에 가서 만난 스승 옹방강의 아들로 추사와 동갑내기 친구다.

당시 옹수곤과 유희해는 고려시대 금석문 연구에 몰두해 있던 때라 조선 사신이 오갈 때마다 탑본(탁본)을 부탁하고 이렇게 구한 탑본의 글자를 판독하고 고증하기 위해 고려사를 구해 열심히 대조해가며 읽고 있었다.

하지만 고려사 완질본을 구하기 힘들자 옹수곤은 김정희나 정조의 부마이자 당대의 문장가인 홍현주(洪顯周. 1793~1865), 문인 이광문(李光文.1778~1838) 등에게 빠진 부분을 구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으며, 자기 소장본과 유희해 소장본을 대조하다가 빠진 부분을 찾아냈다고 허 교수는 덧붙였다.

고려사는 김종서·정인지 등이 세종의 명을 받들어 1449년 편찬하기 시작해 1451년 139권으로 완성한 기전체(紀傳體) 사서(史書)로 현재 대부분 목판본으로 전하고 금속활자본이나 목활자본이 그 다음으로 많다.

총 글자수 336만 9623자에 달하는 고려사 중 필사본은 열전이나 지(志) 부분만을 필사한 것이 대부분으로, 고려사 전체를 필사한 것으로는 규장각 소장 61책과 콜레주 드 프랑스 소장 71책 등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케임브리지대학 도서관본처럼 전질을 정성스럽게 필사한 책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허 교수는 말했다.

pils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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