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기블리’는 마세라티의 막내로 불린다. 지난해 100주년을 맞은 이탈리아 럭셔리 스포츠카 마세라티의 시판 모델 가운데 가장 작고 가격도 가장 저렴하다. 소비층을 확대하려는 마세라티의 야심작이다.
수제 공정 일부가 줄었지만 마세라티 가문의 일원으로 부족함이 없다.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 팔린 마세라티 723대 가운데 기블리의 비중은 70%를 차지했다. 기블리의 인기 덕분에 469%라는 기록적인 성장률을 달성했다.
시승차는 기블리 3개 모델 중에서도 기블리S Q4. 4륜 구동에 가솔린 모델이다. 기대했던 기블리의 본색은 자유로를 타면서 드러났다. 발끝으로 가속페달에 힘을 주자 말그대로 순식간에 제한속도를 돌파했다. 6기통 3리터 엔진을 장착한 기블리는 최대 410마력을 뿜어낸다. 제로백(시속 0→100㎞)은 4.8초, 최고 속도는 시속 284㎞다.
기블리는 고속 주행에도 도로에 착 달라붙어 역동적인 드라이브를 가능하게 한다. 강력한 접지력의 근간은 필요에 따라 적절히 배분되는 바퀴 구동 방식에서 기인한다. 평소에는 뒷바퀴만 동력을 전달하지만 빠르게 달리거나 미끄러운 길에서는 앞바퀴의 동력 비중이 50%, 60% 등으로 상승하면서 위험을 통제한다. 4륜 구동의 제맛이다.
기블리의 매력은 속도와 안정감에 국한되지 않는다. 엔진음을 작곡한다는 마세라티다. 드라이브를 즐기면서 오디오 시스템에 손을 대는 것은 불필요한 일에 가깝다. 온몸을 타고 전해오는 두텁고도 깊은 엔진음은 차에 내려서도 좀체 가시지 않는다. 스포츠 주행 모드에서는 ‘으르렁’ 거리는 소리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튜닝 머플러에서 나오는 굉음과 차원이 다르다.
외관에서 풍겨나오는 기품도 기블리의 가치를 높인다. 작지만 날카로운 눈매는 카리스마 있는 연기로 정평이 난 할리우드 배우 잭 니콜슨을 연상시킨다. 좌우 끝부분에 살짝 추켜뜬 헤드램프는 긴장감과 역동성을 배가한다. 지붕부터 흘러내려 바닥까지 유려하게 떨어지는 보닛에서는 마세라티 혈통의 아이덴티티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창틀 없는 도어 윈도우, 낮은 지붕과 짧은 트렁크 후미 그리고 빨강색과 검정색의 투톤 조화를 이루는 가죽장식은 4도어 세단이지만 다이내믹한 쿠페처럼 느껴진다. 좌석은 최고급 가죽 소재인 ‘폴트로로 프라우’로 마감했다.
센터페시아는 미니멀리즘이 극대화됐다. 꼭 필요한 기능만 남기고 과감히 생략됐다. 대신 8.5인치의 터치 컨트롤 시스템 디스플레이에 각종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집대성했다. ‘버림의 미학’이랄까.
디스플레이 위에 배치된 아날로그 시계는 기블리에 마세라티의 피가 흐른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시켜 준다. 하단의 단순한 에어시스템 조작버튼은 디스플레이를 더욱 돋보이고 운전에 집중하게 하는 ‘버림의 미학’이 느껴진다.
흠이라면 뒷좌석이 좁다는 것. 보닛과 앞좌석에 많은 공간을 할애하면서 뒷쪽은 상대적으로 손해를 봤다. 레그룸은 다리를 꼬기에도 불편한 지경이었다. 쿠페라면 모르겠지만 세단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왔으니 단점으로 부각된다. 선루프도 생각보다 적어 탁트인 개방감을 기대하기는 무리다.
기블리의 경쟁차종은 메르세데스-벤츠 CLS 350와 BMW 그란투리스모다. 뒷좌석 공간에 연연하지 않고 하이 퍼포먼스를 즐기려는 욕심이 있다면 핵심 선택지로 꼽기에 손색이 없다. 가격은 1억317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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