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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부름센터, **흥신소…불법 ‘해결사’ 판친다
[헤럴드경제=양대근ㆍ강승연ㆍ배두헌ㆍ박혜림 기자]흥신소와 심부름센터 등 이른바 ‘해결사’들이 판을 치고 있다.

배우자 불륜 감시나 채무상환 등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합법적인 ‘민간조사원’(사설탐정) 육성정책이 1년째 표류하면서 불법ㆍ편법 민간조사업체들이 독버섯처럼 자라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미행이나 도청, 위치추적에서부터 폭행, 납치, 살인에 이르기까지 온갖 불법적 활동도 서슴지 않고 있다.

▶불법 민간조사업체 5000여곳 활동=경찰은 음성적인 민간조사업체에 대한 공식 통계를 내놓지 않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대략 4000~5000여개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동희 경찰대 법학과 교수는 “유사 허가업체 1600여개 외에 무등록업체까지 합치면 약 4000개로 추산된다”면서 “2013년 상반기 이뤄진 단속 건수만도 332건으로 전년대비 5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합법화가 늦어지면서 정부 관리감독의 사각지대가 넓어지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 소장은 “사무실이나 업체 명칭 조차 없는 개인적 활동까지 포함하면 2014년 기준 5000여개 업소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면서 “지난 2008년에 2600여개 업체가 운영되던 것과 비교하면 6년새 2배 정도가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판 셜록홈즈’의 향후 전망도 불투명하다. 법안 발의에 참여한 국회 관계자는 “(작년 정부 발표 이후) 학계나 업계에서 문의나 조언은 많이 들어왔지만 정작 정부ㆍ국회 차원에서 논의는 진전되지 않고 있다”며 “사실상 논의가 멈춘 상황이기 때문에 법안 자체가 그대로 폐기될 가능성도 있다”고 토로했다.

‘제 2의 셜록 홈스’를 꿈꾸던 탐정 지망생들의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자격관리협회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15년 현재까지 민간조사사(PIA) 최고위과정을 수료한 학생은 2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다른 민간업체 수료생 등을 합치면 약 3000명에 가까운 지망생들이 탐정 양성화만 목놓아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강영숙 경운대학교 교수(경호학)는 “탐정 관련 업무가 음성적ㆍ불법적으로 사회에 만연해 있는 등 (제도 도입에) 많은 난관이 따를 수 있다”며 “하지만 탐정 업무 서비스를 통한 국민의 치안서비스 해결, 새로운 일자리 창출 등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년째 표류하는 정부의 사립탐정 육성정책=한국인에게 탐정은 친숙하면서도 생소한 직업이다. 영국 BBC드라마 ‘셜록’ 등 관련 문화 콘텐츠들이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지만 정작 일상에서 탐정을 만나기는 어렵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34개 회원국 중에서 탐정업을 합법으로 인정하지 않은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옆나라인 일본만 보더라도 약 6만명이 넘는 민간조사업자들이 활동하고 있고 시장 규모도 수천억엔이 넘는다. 미국 탐정기업 중에는 연방수사국(FBI)보다 사실조사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곳도 상당수 존재한다.

탐정업이 단순한 서비스 산업을 넘어 치안기능 보완이나 재판 증거 확보 등 개인권리 구제수단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국내 상황은 이들과 비교하면 명함도 내밀기 힘든 수준으로 지적된다. 흥신소ㆍ행정사무소ㆍ심부름센터라는 간판을 달고 음성적인 영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바람 핀 배우자 뒷조사나 연락 끊긴 동창생을 찾는 일처럼 단순 업무가 대부분이다. 그마저도 사실상 불법이기 때문에 의뢰인에게 과도한 금액을 요구하거나 중간에서 사기를 치는 등 또다른 범죄의 온상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해 3월 박근혜 정부는 ‘신직업 육성 추진계획’에 따라 사립탐정으로 불리는 민간조사원을 합법화하고 4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헤럴드경제 취재 결과 1년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 정부의 사립탐정 도입 논의는 전혀 진전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탐정의 권한과 관할을 놓고 법무부ㆍ경찰청ㆍ대한변호사협회 등 부처와 유관기관들이 첨예한 의견 대립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정부가 발표했던 민간조사원 육성 추친계획은 ▷관계부처 간 협의체 구성 ▷관련 법안 입법지원 ▷교육 과정 및 국가자격 신설 등 크게 세 가지다. 그러나 확인 결과 이들 중 원활하게 추진되고 있는 건은 하나도 없는 상황이다.

부처 간 협의체는 1년 동안 제대로 된 공청회 하나 열지 못했고 새누리당의 송영근ㆍ윤재옥 의원이 발의한 관련 법안은 수년째 상임위에 계류돼 있다.

▶독버섯처럼 자라는 해결사 실체는?=이처럼 ‘한국판 셜록홈즈’ 육성법안이 표류하는 사이 신부름센터와 흥신소 등 불법 업체들이 난무하고 있다.

실제로 이들 업체는 주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도 손쉽게 검색이 가능하다. 15일 한 대형 포털사이트에서 ‘흥신소’ 키워드로 검색하면 37곳, ‘심부름센터’의 경우 39곳의 업체가 검색 화면 최상단에 위치한 프리미엄광고에 노출돼 있다.

같은 방식으로 검색시 ‘세무사’가 34곳, ‘법무사’는 41곳이 이같은 광고에 노출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음성적 민간조사업의 규모가 어느정도에 달하는지 미루어 짐작 가능하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발견한 한 업체에 기자가 전화를 걸어 ‘결혼을 앞둔 여자친구의 미행과 뒷조사’가 가능한지 묻자 별 대수롭지 않게 “가능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미행은 하루에 50만원선에 가격이 형성돼 있고, 조사 대상의 주소와 전화 번호, 차량 번호와 회사명 등을 필요로 했다.

업체 직원은 “보통 일주일 쫓아다녀보면 남자 관계가 다 나온다”면서 “단 그 기간 동안은 의뢰인이 조사 대상을 만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음주운전이나 사기 등 전과기록은 쉽게 알 수 있으며, 미스터리한 가족관계도 알아봐 줄 수 있다”며 건당 40만원을 요구하기도 했다.

직원이 먼저 나서서 위치 추적이나 도청, 스마트폰 해킹까지 가능하다고 홍보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 다른 업체 직원은 “핸드폰 기종만 알면 해킹을 통해 녹음기를 작동시켜, 소지자가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일어나는 일을 녹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건 사무실에서도 할 수 있는 간단한 일”이라면서도 “가격은 300만원으로 조금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의뢰인이 조사 대상의 전화기를 5분간만 만질수 있으면 통화내역과 카카오톡 내용까지도 다 볼 수 있게 해 준다”면서 1000만원의 비용을 얘기하기도 했다.

다만 대부분의 업체들은 “이같은 증거자료는 들려주거나 보여줄 순 있어도 의뢰인에게 넘겨주진 않는다”면서 “나중에 법적 시비 가 붙었을 때 (우리가) 피곤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기자가 “여자친구가 만나는 또 다른 남자가 있는데 해코지 할 수 있는가”라며 폭행 등을 암시하는 이야기를 꺼내자 “그런 은밀한 이야기는 전화로는 말해 줄 수 없으니 직접 만나서 얘기하자”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들 업체는 전화상으로는 사무실 위치도 정확히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원하는 경우 의뢰인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 상담이 가능하다고만 설명했다.

▶위치정보 수집에 사기까지…늘어나는 ‘해결사’ 송사=가출한 아내를 찾고 있던 A 씨는 우연히 인터넷에서 심부름센터 광고를 보게 됐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연락한 심부름센터는 아내의 승용차에서 발견된 휴대전화 주인의 정체는 물론 아내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는 내연남의 신상까지 밝혀주겠다고 했다. 아내가 살고있는 장소와 아내와 내연남이 찍은 성관계 동영상까지 확보했다는 심부름센터의 말에 절박했던 A 씨는 3차례에 걸쳐 350만원을 건네줬다.

하지만 심부름센터의 얘기는 모두 거짓말로 드러났다. 처음부터 착수금만 노린 사기범이었던 것.

이 심부름센터 대표는 징역 1년 9월의 실형에 처해졌지만, 아내에 돈까지 잃은 A 씨는 상실감에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사설 심부름센터의 난립에 따른 피해가 잇따르면서 법의 심판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온갖 불법을 총동원해 사건을 처리하려다 쇠고랑을 차게 된 ‘해결사’부터 별다른 의심 없이 심부름센터에 사건을 맡겼다가 사기를 당하는 피해자들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일부 심부름센터들은 조직폭력배를 연상케 할 정도로 납치, 살인 등 중범죄도 서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월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유명 공연예술가 청부 납치ㆍ살인사건은 사실혼 관계였던 여성 피아니스트가 위자료를 달라고 협박할 목적으로 사주한 심부름센터 직원들의 소행이었다. 달아나는 피해자를 잔인하게 흉기로 찔러 죽인 이 직원들은 지난 12월 열린 재판에서 징역 10년~25년을 선고받았다.

또 같은 달에는 헤어질 것을 요구한 70대 내연남에게 돈을 뜯어내달라는 부탁을 받아 납치ㆍ감금하고 폭행한 심부름센터 직원 2명에게 징역 5년과 징역 3년이 선고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심부름센터가 타인의 위치정보를 수집하는 건 예삿일이 됐다. 현행법상 개인 또는 소유자의 동의를 얻지 않고 위치정보를 수집ㆍ이용ㆍ제공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의뢰자들의 요구대로 실행에 옮기는 심부름센터가 많아진 것.

실제 지난 2013년엔 인터넷에서 불법 심부름센터를 운영했던 일당이 이 같은 혐의로 붙잡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2010년 4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심부름센터 광고를 보고 찾아온 의뢰자들의 부탁을 받아 휴대전화 위치정보를 수집해 제공하거나 휴대전화 가입자의 인적사항을 알아봐주기도 했다.

해결사를 사칭한 사기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타인의 명의로 심부름센터를 운영한 B 씨는 지난 2010년 채권추심을 의뢰한 피해자에게 “받지 못한 돈 10억원의 1%를 주면 회수하겠다”, “채무자 내연녀의 차명계좌를 알아냈다”며 착수금을 더 달라고 요구해 4000만원을 뜯어냈다. B 씨는 결국 경찰에 덜미를 잡혔고 징역 1년 9월을 선고받았다.

badhoney@heraldcorp.com





*사진설명= 작년 3월 정부가 발표한 ‘민간조사원’(사설탐정) 육성 정책이 1년째 표류하는 사이 흥신소나 심부름센터와 같은 음성적 민간조사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다. ‘한국판 셜록홈즈’ 탄생을 위한 정책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불법ㆍ편법업체들이 판을 치고 있는 셈이다. 사진은 한 합법 민간조사원 양성기관 모습. 사진=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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