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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만 루슈디의 도피 13년의 기록
프랑스 잡지사 샤를리 에브도의 이슬람 풍자만화가 불러온 테러는 27년 전 살만 루슈디의 ‘악마의 시’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1988년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은 이 소설은 이슬람교의 탄생 과정을 그 특유의 유머를 곁들여 흥미롭게 묘사함으로써 격렬한 논란을 불러 일으켰고 급기야 1989년에는 이란의 지도자 호메이니가 ‘이슬람에 대한 모독’으로 규정, 작가를 처단하라는 종교칙령(파트와)을 내리게 된다. 영국 정보부와 경찰의 경고에 따라 루슈디는 도피생활을 전전했고 책을 출간한 출판인, 번역가, 서점이 속속 테러를 당했다. 루슈디는 도피행각 속에 경찰의 권고로 ‘조지프 앤턴’이란 가명으로 지낸다. 이는 조지프 콘래드와 안톤 체호프의 이름을 조합한 것. 이 이름은 2012년 발표한 자서전 제목이 됐다. 이번에 번역 출간된 이 회고록은 작가가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투쟁한 도피행각 13년의 기록이다. 3인칭으로 서술한 자서전에서 루슈디는 문제의 소설, ‘악마의 시’가 어떻게 발아되고 상상의 가지를 뻗었는지, 소동 이후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자세하게 들려준다. 루슈디는 특히 이 책을 이슬람을 모욕하기 위해서 썼다는 말을 반박하며, 누가 남을 모욕하기 위해 4년에 걸쳐서 작품을 쓰느냐고 항변한다. 이 책은 인도에서 영국으로의 이민 체험과 변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개인적이고 내면적인 성찰의 작품이라는 것. 

오히려 책을 낼 때는 이슬람교의 예언자를 향한 찬탄과 심지어 존경의 의미까지 담긴 작품이라고 믿었다고 했다. 루슈디는 원고를 출판사에 넘기고 모리셔스섬으로 휴가를 떠났다. 읽을 책 한 보따리 챙겨넣고 한가로운 나날을 보낼 그 무렵, 그는 일이 잘못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책은 이후 폭풍처럼 몰아친 참혹한 시기를 생동감 넘치는 필치로 써내려간다. 우편물을 집으러 나갈 수도, 가족을 만날 수도 없는 은신처 생활, 항공사들의 탑승 거부, 세상의 비난 등 고통스런 시간 속에서도 친구들은 진실한 우정을 보여줬다. 책에는 ‘악마의 시’ 출판 비화도 들어있다. 판권 입찰에서 최고 입찰가를 제시한 곳은 펭귄 출판사가 아니었다. 10만 달러를 더 주겠다는 곳이 있었는데 주위에서 어울리지 않는다고 해 포기했다는 것. 그런데 나중에 소동이 났을 때 루퍼트 머독이 종교적 신념을 모독하지 말아야 한다며 자신의 임직원이었다면 아예 출판할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머독은 바로 최고 입찰가를 제시한 곳의 발행인이었다는 얘기다.

저자는 이 회고록을 통해 질문 하나를 던진다. 이야기에 대한 통제권을 누가 가져야 옳은가? 이 질문은 여전히 논쟁적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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