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미술품 1000점 기부한 하나은행 …영업점ㆍ수장고에 남겨진 미술품 3000점은?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프랑스 조각가 세자르 발다치니(Cesar Baldacciniㆍ1921-1998)의 1985년 브론즈 작품 ‘엄지손가락(The Thumb)’.

전세계 7점 밖에 없다는 이 작품은 용인에 위치한 하나은행 연수원 ‘하나빌’ 조각 정원에 설치돼 있다.

그런가하면 하나은행 을지로 본점에는 백남준 작품이 들어서 있다. 2001년 ‘하나로봇(Hana Robot)’이라는 이름으로 제작된 비디오 모니터 설치 작품이다.

*사진설명 : 세자르 발다치니의 ‘엄지손가락’ [출처=하나사이버갤러리]

이 작품들을 보기 위해서 굳이 을지로로, 용인으로 갈 필요는 없다. 하나은행이 온라인 상에 운영하고 있는 ‘하나사이버갤러리’에는 은행이 30년간 수집해온 국ㆍ내외 유명 작가들의 회화, 사진, 조각, 설치, 판화 작품들이 올라와 있다. 김아타, 권기수 등 대표적인 국내 현대미술가부터, 베르나르 브네, 로버트 인디애나, 로베르 꽁빠스 등 외국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이 수두룩하다.

‘아트뱅킹(Art Banking)’의 일환으로 미술품 구매를 오랫동안 해왔던 하나은행이 최근 컬렉션 정리 작업에 들어갔다. 작게는 영업점이나 PB센터 등에서 안목 높은 고객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새로운 미술품으로 교체하기 위함이고, 크게는 더 많은 사람들과 미술을 향유하기 위해서다.

지난 9일 하나은행은 지난 30년간 수집한 미술품 컬렉션 1041점을 사회에 환원했다. 미술품을 기증받은 곳은 서울노인복지센터, 송파노인종합복지관, 대한사회복지회, 충주구치소, 공주교도소, 천안교도소 등 문화 사각지대인 사회복지단체와 교정시설이다.

기부된 미술품은 한국화가 이왈종의 판화 작품을 비롯, 한국 추상화 1세대 거장인 남관, 남천 송수남, 소천 김선두 등 국내 작가들의 동양화와 서예, 유화 등이다. 노인들이 많은 복지단체에는 동양화를 주로 기증했다. 기증받은 기관과 단체는 전시 혹은 매각으로 이 미술품들을 활용하게 된다.

총 가격은 1억8540만원대(장부가격 기준). 그러나 감정 작업이 일부만 이뤄져 정확한 시장가격은 알 수 없다는 게 실무자의 말이다. 더 높을 수도 있고 더 낮을 수도 있다는 것. 이번 기부를 계기로 하나은행은 전체 소장 미술품 4000점 중 4분의 1 정도를 처분했다.

기부 작업 실무를 주도한 한덕천 하나은행 사무지원부 과장은 “옥션을 통해 미술품을 매각하면 개인 소장자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문화관련 예산 별도 책정이 어려운 사회복지시설과 교정단체에 기부하는 방법을 선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 과장은 “하나은행 소장품 중 서울시립미술관에 영구 대여 형태로 나가 있는 이우환의 작품 1점이 3억원 정도인데 비하면 이번 기부 총액은 그리 큰 숫자는 아니다” 면서 “가격 그 자체보다 소외계층과 문화예술을 나눈다는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하나은행은 경기도 일산에 미술품 수장고를 갖고 있다. 미술 작품의 특성상 1년에 한번 정도는 조명이 없는 곳에서 따로 보관해야 하고, 영업점에 걸리는 미술품들도 정기적으로 교체를 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영업점과 수장고를 포함해 하나은행이 가장 많이 갖고 있는 건 판화 작품이다. 총 1890여점. 현재 소장품의 3분의 2에 달한다. 주로 일반 영업점 인테리어 용도로 소장하고 있다. 하나은행의 컬렉션 리스트를 보면 서양화 550점, 동양화 345점, 그리고 사진 작품 85점 정도로 구성돼 있다. 활용도 낮은 서예 작품은 대부분 수장고에 있다.

한 과장은 “미술품 교체 작업은 앞으로도 수시로 이뤄질 예정이다. 행복한 금융의 취지에 걸맞게 매각보다는 기부 형태로 미술품 처분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amig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