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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우리는 음모론에 빠질까
’왜 멀쩡한 사람들이 가끔씩 말도 안되는 음모론을 믿을까?’
‘왜 우리는 무관심해야 할 일에 겁을 먹거나 겁을 먹어야 할 일에 무관심할까’
‘어떤 손실이 우리를 비참하게 만들고 어떤 손실이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가’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넛지’로 일약 스타가 된 법학자,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는 논쟁적인 주제를 내놓는 것으로 유명하다. 응용 행동경제학의 선구자답게 인간의 행동방식에 대한 혁신적 내용 뿐만 아니라 법학자로서 그의 인간의 권리에 대한 진지한 탐색은 새삼스러울 정도다. ‘누가 진실을 말하는가’(원제:Conspiracy Theories, 21세기북스)는 오바마 정부에서 지난 3년 간 규제정보국장으로 이름을 날린 그의 논쟁적인 논문들을 모았다.

첫 장을 장식한 음모론은 9.11테러의 결과물이지만 타 국민이 미국에 관한 허위 음모론을 믿을 때 벌어질 수 있는 폭력사태와 테러위협에 초점을 맞췄다. 선스타인은 테러와 관련된 음모론은 단지 흥밋거리에 그치지 않고 결정적인 실험장을 제공한다는데 위험성을 경고한다. 멀쩡한 사람도 믿게 만드는 음모론은 믿을 만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잠재울 수 있는 게 아니다. 음모론의 부정이 오히려 음모론이 사실이라는 증거로 받아들여지고 음모론을 부정하기 위해 수집된 증거도 음모론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음모론이 형성되는 메커니즘을 폭포효과를 통해 설명한다. 가령 어떤 집단이 인명손실에 대한 책임소재를 가려내려 한다고 할 때, 첫번째 화자인 A가 이 사건이 어느 유력자들의 음모로 일어났다고 주장한다면, 옆에 있던 B는 A의 의견을 알게 되고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고 정보도 불충분한 상태에서 그냥 A의 판단에 동조하게 된다. 세번째 화자인 C는 제한된 정보를 바탕으로 A와 B의 주장이 아마 틀렸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렇더라도 그 정보가 제한적이라는 이유로 A와 B에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에 C는 폭포효과에 휩쓸리는 셈이다. 합리적 추정에 따르면 나머지 화자들도 ‘어떻게 A,B,C 모두 틀릴 수 있겠어?’라며 스스로를 안심시키며 동조하게 마련이다. 최초의 추측이 제시되면 많은 이들이 폭포효과에 휘말려들어 매우 취약한 근거의 음모론을 받아들이게 되는 일련의 과정이 진행되는 것이다. 저자는 음모론이 힘을 얻는 것은 단지 정보의 폭포효과 때문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여기에는 평판의 압력이 작용한다. 또 감정상태와 집단토론화 과정을 통해 음모론은 더 확산된다.

그렇다면 정부는 음모론에 맞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저자는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다양한 접근방식의 한계를 지적한 뒤, 극단주의 집단에 대한 인지적 침투를 제안한다. 이 용어 때문에 선스타인은 공격을 받기도 했는데, 그가 말하는 인지적 침투 기법은 집단과 네트워크가 갖고 있는 절름발이 인식에 기초한다. 그 구성원들은 오로지 정부 행위에 대한 음모론적 설명만 듣다 보니 점점 더 그런 주장을 믿고 또 직접 만들어내기 쉬운 상태가 되는데 신뢰할 만한 사람이 음모론은 거짓이라고 말함으로써 음모론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음모론 외에 종교의 자유와 양성평등의 균형, 기후변화에 대한 부유한 국가들의 책임, 결혼권 등에 대해서도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는다. 

그가 제시하는 다양한 갈등에 대한 해결책은 ‘넛지’와 마찬가지로 비용과 편익을 따져 최소주의자와 중간주의자의 길을 택하는 것이다. ‘최소주의’는 의견의 불일치가 심할 경우 이론적 문제는 건드리지 않고 당면한 특정사안만 해결하려는 것이다. 또 중간주의는 잘못된 주장이라도 관심사 자체는 일리가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그런 관심사까지 반영하고 경청하는 방식이다. 

그의 매력은 어려운 이론 대신 바로 우리 앞에 닥친 문제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깔끔하게 정리해 주는데 있다.

누가 진실을 말하는가(캐스 선스타인 지음,이시은 옮김, 21세기북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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