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현장에서] ‘뒷북 대한민국’

바다와 하늘을 분간할 수조차 없이 해무가 가득했던 11일 오전 9시45분, 인천 영종대교 1차로를 달리던 유모(60) 씨가 앞서 가던 한모(62) 씨의 택시를 들이받는 것을 시작으로 사상 최악의 다중추돌사고가 발생했다. 뒤이어 온 차량은 앞뒤를 분간하지 못하고 엉켜졌고, 2007년 추풍령휴게소의 8중추돌사고, 2006년 서해대교 29중 추돌사고 등의 기록을 경신이라도 하려는 듯 100여 대의 차량이 안개 속에서 겹겹이 쌓였다.

사고 당시 이 일대에는 가시거리가 10여m에 불과했다. 하지만 엽기적인 ‘106중 추돌사고’의 책임을 오롯이 안개 탓만은 아니다.  

영종대교는 잦은 안개로 유명하다. 다리는 민간사업자인 신공항하이웨이에 의해 운영되는데, 사고 당시 4420m나 되는 다리에 기상 상황을 멀리서도 알 수 있는 대형 전광판은 전혀 없었다. 

가장자리에 세워진 전광판은 가시거리가 10m였던 이번 사고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서둘러 교량진입 통제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도 대형사고의 단초가 됐다.

여기에 5년째 시범운영 중인 ‘부정확한’ 안개특보와 안개 속에서도 속도를 늦추지 않은 운전자들의 안전불감증은 흔한 교통사고를 106중 추돌사고로 악화시켰다.

충격적인 사고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의외로’ 의연하다. 국민들은 조만간 영종대교 곳곳에 안개주의 표지판과 경고시설이 설치될 것을 알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올해 안에 과속단속장비를 늘리기 위해 예산을 투입하고, 민간사업자 운영도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개선책도 내놓으리란 것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나아가 지난 2006년 서해대교 29중 연쇄추돌사고 때도 있었던 조치지만, 영종대교에는 적용되지 않았고, 새로운 다리가 건설될 때도 ‘당연히’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마치 지난 해 4월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알고 있지만 8개월 만에 또 다시 오룡호 참사를 겪은 것처럼 말이다.

문제는 이처럼 소 잃고 외양간이나 고치는 ‘사고-수습-대책마련’의 과정이 반복될수록 국민들의 사고에 대한 피로도와 안전불감증 또한 높아진다는 것.

안전설비도, 정책도 없는 구조 속에서 국민들은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으로 과속을 하고, 담배꽁초를 버리며 대형 참사의 단초를 제공할 것이다. 

때문에 정부는 지금이라도 일회성ㆍ면피성 대책을 넘어서 사회 곳곳에 산재한 사고위험을 점검하고 파악하는 ‘장기 계획’을 세워야 한다.

남은 임기동안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사고를 차단하는 데만 총력을 기울여도 끝 모르고 추락하는 지지율이 조금은 회복될 수 있지 않을까. 정부와 정치권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gyelov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