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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움받을 용기‘’버텨내는 용기‘, 주목받는 아들러 심리학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미움받을 용기’‘버텨내는 용기’‘나를 미치게 만드는 사람들’‘관계수업’...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심리학책들이다.

2000년대말 서점가에 불었던 심리학 바람이 불안한 개인을 다독이거나 불확실성이 증대하는 세계에 대한 이해를 돕는데 바쳐졌다면, 지금 다시 주목받는 심리학은 개인의 의지에 초점을 맞춘다. 타인의 시선이나 외적인 요소에 흔들리지 않는 ‘나’를 부각하며, 내가 상황을 제어할 수 있다고 추동한다는 점에서 도발적이기까지 하다. 이들을 관통하는 심리학의 중심에는 알프레드 아들러가 있다.

‘미움받을 용기’와 ‘버텨내는 용기’는 20년 넘게 아들러 심리학을 연구해온 일본 철학자 기시미 이치로의 쉬운 해설 덕에 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미움받을 용기’가 세상에 부정적이고 열등감이 많은 젊은이와 철학자의 만남을 통해 이를 극복해가는 과정을 집약적으로 드러냈다면, ‘버텨내는 용기’는 아들러의 생애와 이론, 자녀교육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관계심리학이라고 이름 붙여도 좋을 아들러 심리학은 타자와의 관계를 성격형성과 라이프스타일의 핵심으로 본다. 아들러는 프로이트, 융과 달리 인간의 보편성보다 개개인의 상황을 중시한다. 즉 스스로가 세상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세상은 다르게 펼쳐진다는 것이다. 인생을 해석하는 시각을 바꾸면 행동도 바뀌지만 시각을 바꾸지 않으면 우리의 행동은 결코 바뀌지 않는다는 게 그의 논지다.

여기서 아들러는 결정론과 근본적으로 갈라진다. 아들러는 어떤 경험도 그 자체로는 지금의 성공 혹은 실패를 좌우하지 않는다고 본다. 자신이 경험한 소위 트라우마라는 충격 때문에 지금 고통 받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트라우마는 나중에 갖다 붙인 핑계거리일 뿐이라는 것이다. 다른 의미를 붙이면 상황은 달라진다. 말하자면. 외적요건에 의해 내가 있는 게 아니라 내가 선택해서 여기 있다는 게 아들러의 핵심이론이다. 따라서 미래의 삶 역시 지금 나의 선택에 의해 바꿀 수 있다. 과거의 정신분석과 심리학이 과거로부터 병적 증세의 원인을 찾은 것과 달리 아들러의 목적론은 미래 내가 하고 싶은 것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지금 한 발을 내딛는 것이다. 아들러는 원인을 과거와 타인에게서 찾았다고 해서 현실은 달라질 게 없다고 말한다. 한발을 내딛는 행동은 타자와의 관계 맺기로 이어진다. 여기서 아들러의 독특한 용어인 ’공동체감각론‘이 들어선다. 아들러는 타자를 적으로 보느냐, 친구로 보느냐에 따라 삶이 바뀐다고 말한다. 적으로 보는 순간 신경증적 라이프스타일을 형성하게 된다. 스스로 인생의 과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회적 관계를 회피하거나 역으로 공격적 행동으로 욕구를 표출하는 것이다. 공격적 폭력적 행동은 상대방을 지배하려 듦으로써 자신의 무능력을 감추려 하는 행위로 읽힌다.

아들러가 제시하는 가장 이상적인 대인관계는 타자를 친구로 여기는 것이다. 타자를 적대적 관계로 보지 않고 타인의 평가에도 흔들리지 않는 상태다. 타인의 인정이나 평가, 기대가 나를 높이지도 낮추지도 않는다는 본질적 나를 깨닫는 것이다. 이는 성격형성의 주요인인 열등컴플렉스를 넘어서는 길이다. 아들러가 강조한 공동체 감각은 타인을 대등한 관계로 보는데 있다. 우월적 지위나 경쟁상대로 보지 않는 것이다. 아들러는 타자와의 협력, 타자에의 공헌이 더 나은 행복한 삶으로 이끈다고 말한다. 이런 아들러의 가치 중심적, 목적론적 심리학은 당대엔 배척당했지만, 요즈음 훨씬 폭넓은 공감과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런가하면 이번 주에 나온 또 다른 심리책 ‘나를 미치게 만드는 사람들’은 공격적인 유형의 사람과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함으로써 더 이상 상처받지 않느냐에 집중한다. 나를 힘들게 하는 인생 파괴자들의 공격에서 내 마음을 보호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일본 정신과 전문의인 가타다 다마미는 공격적 성향의 사람들은 바뀌지 않는다고 전제한다. 잘못된 상황을 남 탓으로 돌리고 상대의 지적을 무시하고 타인의 가치를 무시하고 말과 행동을 다르게 하며 죄책감을 부추기는 이런 성향은 대화로 바뀌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실질적인 대처법을 찾으라는 것. 왜 그들이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지 알아야 하며,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그들이 무엇에 열등감을 느끼고 있는지 알아두면 상대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고 다음 행동이 예측 가능해지기 때문에 불안과 공포를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소극적인 대안처럼 여겨지지만 마음의 호신술 정도로 익혀둘 만하다.


스탠퍼드 의과대 심리행동과학과 데이비드 번즈 교수의 ‘관계수업’도 25년 간 불편한 인간관계로 고통받는 수천명의 상담자들을 연구하고 치료한 결과를 토대로 관계회복의 열쇠를 제공한다.

저자는 오랜 임상치료 결과를 토대로 두 사람 사이에 문제가 있을 때 원인을 상대방 탓으로 돌리고 상대방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어떤 치료 기법을 동원해도 절대로 상태를 개선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즉 문제가 있을 때 자기 책임을 돌아보며 상대방을 행복하게 해주어야겠다고 느끼는 사람은 보람되고 성공적인 관계를 이룰 가능성, 계속 성공적인 관계를 이룰 가능성이 매우 높다.

효과적인 의사소통 비결 5가지, 남 탓하기의 손실-이득 분석표, 관계만족도 측정표, 의사소통 진단표, 친밀감 훈련 등 저자가 직접 고안한 기법들도 소개돼 있다.

이들 심리학책의 공통점은 인간관계를 행복의 조건으로 본다. 불편한 인간관계는 몸과 영혼을 갉아먹는다는 건 경험칙이다. 불편한 관계를 회복하고 상처를 입지 않도록 나를 보호하는 나름의 통찰이 매일 힘든 숙제로 끙끙대는 현대인들에게 힌트를 제공한다.


미움받을 용기(기시미 이치로ㆍ 고가 후미타케 지음, 전경아 옮김, 인플루엔셜)

버텨내는 용기(기시미 이치로 지음, 박재현 옮김, 엑스오북스)

나를 미치게 만드는 사람들(가타다 다마미 지음, 홍성민 옮김, 청림출판사)

관계수업(데이비드 번즈 지음, 차익종 옮김, 흐름출판)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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