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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종대교 106중 추돌, 책임규명도 ‘안갯속’
[헤럴드경제=서경원ㆍ양대근 기자]지난 11일 인천공항고속도로 영종대교에서 짙은 안개 때문에 발생된 106중 추돌 교통사고는 책임소재를 가리는 일마저 ‘안갯속’이 되고 있다.

경찰은 안정균 인천서부경찰서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사고조사본부를 구성하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차량 105대가 잇따라 들이박은 사고가 아니라 2~3개 권역으로 나뉘어 약간의 간격을 두고 추돌이 이뤄진 사고여서 진상 조사가 복잡다단해 보인다.

우선 첫 사고 운전자였던 서울택시 기사 유모(60)씨, 경기택시 기사 한모(62)씨, 공항리무진버스 기사 최모(58ㆍ여)씨에게 안전운전 의무 위반 사항이 발견될 경우 책임이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보통 뒤따르던 차가 앞차를 들이받았을 때는 안전거리 미확보와 전방 주시의무 위반의 책임을 물어 뒤차에 100% 과실이 인정된다. 그런데 이번에는 3대 이상의 차량이 한꺼번에 사고를 냈기 때문에 책임이 분산될 수 있다.

지난 2006년에도 해무(海霧·바다 안개) 때문에 발생한 서해대교 29중 추돌사고의 경우 관련 재판에선 직접 사망 사고를 내지 않은 첫번째 선행사고 운전자와 사망 사고를 일으킨 10번째 후행 사고 운전자 모두에게 배상 책임이 돌아갔다.

영종대교 운영기관인 신공항하이웨이에 대해서도 초동조치가 적절했는지 여부에 따라 민사상 처벌이 가능하다.


신공항하이웨이 관리 지침에 따르면 안개가 짙어 차량 운행에 심각한 지정이 있을 때는 경찰청과 협의해 차량운행을 통제할 수 있지만 이날 사고 전까지 차량 통제 조치를 이뤄지지 않았다.

설령 사고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즉각 신공항하이웨이 차량을 동원, 교량 진입 통제조치를 취했다면 이같은 초대형 추돌사고로 이어지진 않았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또 신공항하이웨이는 4420m의 영종대교 구간에 안개 상황 등을 알려주는 대형 전광판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 다리가 대형 전광판 무게를 견디기 어려운 데다 바람이 강하게 부는 곳이라 위험하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인천공항에서 이 다리 시작 전까지 7km 정도 구간에 대형 전광판 3개를 세워 운전자들에게 다리 시정을 안내하고 있다.

또 현재 신공항하이웨이는 안개가 짙게 끼면 시속 50km 미만으로 운행할 것을 전광판으로 안내하고 있지만 감속은 강제 규정이 아니어서 무시하는 운전자들이 대부분이다.

인천기상청에도 책임의 화살이 돌아가고 있다. 인천기상청은 2006년 29중 추돌사고 이후 안개특보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시범 운영만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영종대교에 안개 관측 장비(시정계)조차 갖춰놓지 않고 있다. 인천기상청은 시정계 한 대 값이 1000만원을 넘고, 영종대교처럼 국지적으로 안개가 심한 곳은 전국에 많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대신 인청공항과 인천 중구 전동에 있는 인천기상대 건물에 시정계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경찰서장 출신 박상융 변호사(법무법인 한결)는 “이번 사고는 규모나 피해 면에서 2006년 사고와 비교가 안 된다”며 “그 때처럼 단순히 첫 사고 차량에 20%의 책임을 묻는 것엔 무리가 있고 영종대교를 관리하는 신공항하이웨이 쪽에도 교량 설계, 안전 장치 등을 검증에서 민사상 책임을 물을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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