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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장관 15명 모신 ’30년 불량엄마‘ 이야기
▶’여자의 자리 엄마의 자리’ -카모마일북스 / 이복실 지음-


[헤럴드경제=김필수 기자]‘One of them’일 줄 알았다. 퇴직한 고위 공무원들이 으레 내는 그렇고 그런 책. 뒤통수를 맞았다. 힘을 빼고 글을 썼다. 가식이 없다. ‘여성가족부 최초 여성차관’이라는 타이틀을 벗어 던졌다. 저자는 “공직생활 30년 간 나를 덮고 있던 수천 겹 일의 덧옷에서 나를 벗겨내는 과정이었다”고 했다. 

제목은 ‘여자의 자리 엄마의 자리’인데 목차는 ‘엄마의 자리’가 먼저다. 저자 스스로 말하는 ‘30년 불량엄마’로서의 미안함이라고 하면 과한 해석일까. 저자는 엄마로서 해준 것이 없는데 알아서 잘 자란 두 딸 때문에 엄마로서도 행복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결과다. 과정은 구불구불했다. “엄마, 오늘 회사 안 가면 안돼요?”, “엄마가 우리들에게 해준 게 뭐가 있어?’, “난 엄마처럼 살기 싫어!”

셰익스피어는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하다”고 했다. 저자에겐 반대가 맞을 것 같다. 엄마로선 약했지만, 여자로선 강했다.

책 후반부는 30년 공직생활에 대한 자부심으로 채웠다. 주도적으로 또는 협력자로 참여한 주요 정책들을 소개했다. 여성부 탄생, 호주제 폐지,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법과 성매매처벌법 제정, 정부종합청사 내 최초 여성미용실 오픈, 아이돌보미 제도 도입, 한부모 가정의 아동양육 지원제도 도입 등등. 이런 정책들이 어떤 우여곡절을 거쳐 실행됐는지를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냈다.

리더십 얘기도 한 부분을 차지한다. 저자는 여성장관 15명을 모셨다. 주위에서는 종종 “여성가족부를 떠나라”는 조언을 많이 했다. 여성가족부에는 여성장관이 많이 오니, 차관이 될 기회가 적다는 이유였다. 저자도 그런 줄 알았다. 딸에게서 배웠다. “왜 남성장관, 남성차관은 되고 여성장관, 여성차관은 안돼요?” 결국 여성장관, 여성차관은 실현됐다. 저자는 유리천장을 깰 수 있는 7가지 리더십으로 추진력, 카리스마, 변화와 도전, 열정, 냉정, 소통, 당당함을 제시했다. 저자는 여전히 열정이 넘친다. “여자 나이 오십. 나는 아직도 나에게 설렌다”

/pils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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