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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트홀릭] 어머니의 뒷모습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뒷모습은 마지막 모습이다. 가람 이병기 시인은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아름답다’고 했지만, 남겨진 이들은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을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 하물며 가는 이의 뒷모습이 어머니라면….

사진작가 이상일(59)은 1984년부터 1995년까지 늙은 어머니의 죽어가는 모습을 기록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으므니’는 작가의 어머니가 병석에 누워서부터 땅에 묻히고 그 무덤에 풀이 돋기까지 먼 길 여정을 흑백 필름에 담은 작품이다.

등허리 거친 맨살을 드러낸 채 고단한 세월을 내려놓은 ‘으므니’의 뒷모습에서 우리 모두의 어머니가 중첩된다. 무심히 부르던 어머니라는 단어가 어느 순간 아득한 공명으로 되돌아올 때 느끼는 먹먹함이 사진 한장에서 느껴진다. 

이상일, 으므니(1), 젤라틴 실버 프린트, 108x108㎝, 1990 [사진제공=LIG아트스페이스]

1980년 광주의 계엄군이었던 이상일 작가는 1984년부터 2000년까지 망월동을 담은 작품으로 이름을 알렸다. 개인의 속죄라는 사적 영역에서 출발한 작가의 기록 행위는 공적 영역에서도 공감대를 불러왔다. 작가는 2000년 광주비엔날레 최우수 기획전상, 2009년 동강사진상을 수상했다.

오는 3월 5일부터 4월 11일까지 LIG아트스페이스(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가족 사진(Family Album: Floating Identity)’전이 열린다. 이상일 작가를 포함, 11명의 사진작가들이 가족을 주제로 모였다.

“대중적인 사진의 근간은 가족사진”이라는 수전 손택(Susan Sontag)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가족이라는 사적 영역의 이야기를 담은 사진에는 공동체, 나아가 사회 전체라는 공적 영역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가 담겨 있다. 개인의 이야기는 곧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한 작가의 1990년작 사진이 2015년 지금 우리에게 동일한 정서를 일으키는 이유이기도 하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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