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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중근이 이토 저격한 하얼빈에서…뮤지컬 ‘영웅’ 공연
[헤럴드경제(하얼빈)=신수정 기자] 중국 하얼빈시 하얼빈역 역사에 위치한 안중근의사기념관. 기념관 안에서 유리창을 통해 보면 106년 전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던 자리가 바닥에 뚜렷하게 표시돼있다.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를 다룬 뮤지컬 ‘영웅’의 주연 배우들은 지난 7일 오전 안중근의사기념관을 직접 둘러본 후 오후 7시 하얼빈 환구극장에서 공연했다. 안중근의사기념관 개관 1주년을 기념해 성사된 공연이다.

안중근역을 맡은 강태을 등 주연 배우들이 각별한 감정으로 열연을 펼치자 중국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냈다.

[사진제공=에이콤인터내셔날]

이날 날씨가 영하 17도로 뚝 떨어진데다 눈발이 날리는데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1600석 규모의 환구극장을 가득 메웠다.

환구극장은 공연보다는 주로 회의장으로 쓰이던 극장이라 시설은 열악했지만 ‘영웅’ 무대만큼은 서울 공연과 거의 똑같았다. ‘영웅’ 제작진은 한국에서 약 12m 규모 컨테이너 다섯대 분량의 무대장치를 현지로 가져왔다. 여기에 출연 배우 36명과 제작진을 포함 100여명이 동원됐고, 3억5000만원의 제작비가 들었다.

극중 게이샤들의 춤 등 화려한 무대장치와 의상이 등장할 때마다 객석 여기저기에서는 휴대폰 카메라의 플래시가 터졌다. 환구극장에서는 공연 중 사진 촬영을 제한하지 않았다.

안중근을 돕는 중국인 만두가게 주인 왕웨이(장대웅)는 안중근과 중국어로 대화해 관객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독립투사인 우덕순(정의욱)과 조도선(박송권)이 채가구역에서 익살스럽게 아리랑을 부르며 춤을 추는 장면에서는 한국 공연때와 마찬가지로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안중근이 ‘대한독립만세’를 세번 외치자 객석에서 우뢰와 같은 박수가 나오기도 했다.

안중근이 비장하게 ‘장부가(丈夫歌)’를 부른 뒤 막이 내리고, 관객들은 하나둘씩 일어서 기립박수를 보냈다.

공연을 보러온 중국 관객 대부분은 안중근에 대해서 알고는 있었지만 뮤지컬을 통해 그의 생애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제공=에이콤인터내셔날]

하얼빈공업대학교 교수인 순빙(46)씨는 “반제국주의를 통해 한국과 중국의 우애가 깊어졌다”며 “대한민국 국민들의 결의에 대해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밝혔다.

‘영웅’ 제작사인 에이콤인터내셔날 윤호진 대표는 “배우 및 스태프들에게 독립운동을 한다는 정신으로 공연을 하자고 얘기했다”며 “이번 공연을 계기로 중국 배우들이 중국어로 ‘영웅’을 공연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영웅’은 8일 오후 2시, 7시 두차례 더 공연한다.

중국 공연을 마친 후에는 오는 4월 14일부터 5월 31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공연한다. 안중근역으로는 정성화, 강태을이 출연한다.

[사진제공=에이콤인터내셔날]

한편 지난 1월 19일 개관 1주년을 맞은 안중근의사기념관은 당초 2006년 하얼빈 시내 조선민족예술관 내에 처음 설립됐다. 지난 2013년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하얼빈역 안에 새롭게 조성됐다.

강월화 안중근의사기념관장은 “지난 1년 간 12만명 가량이 안중근기념관을 찾았다”며 “한국인과 중국인은 물론 일본인들도 찾아오고 있다”고 전했다.

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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