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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판 28면 톱/‘땅콩회항’ ‘우유대리점 갑질’ 기업은 왜 변하지 않나…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기업문화는 기업의 무의식이고 무의식이 의식에 영향을 끼치듯 기업문화는 기업의 모든 경영활동을 지배한다”

‘우유대리점 갑질’ ‘땅콩회항’ 등 기업의 안하무인식 행태가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의 기업문화를 무의식차원에서 분석하고 질환을 치유하는 길을 제시한 독특한 인문경영서가 나왔다. 기업문화 컨설턴트 신상원씨가 펴낸 ‘기업문화 오디세이’(눌와) 시리즈다. 타인의 기억과 무의식으로 들어가 상처를 읽어내고 치유하는 정신분석학자처럼 저자는 기업 역시 무의식으로 들어가 원하는 방향으로의 치유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사진설명:기업이라는 이름이 들어갔는데도 단순한 경영서가 아니다. 그렇다고 인문교양을 경영자에 소개하는 책도 아니다. 인문과 경영을 뫼비우스의 띠처럼 결합해 인문을 기업 치유의 도구로 활용한 사례를 담아내 기업변화지침서로 손색이 없다.

기업들은 ’변화만이 살 길‘이라며 변화를 대대적으로 추진하지만 성공 케이스는 드물다. 왜 변하지 못하는 걸까. 이를 저자는 전략과 조직의 변화에만 집중하고 문화적 차원을 고려하지 않은 탓으로 본다. 심리적 저항과 머리로만 이해하는 식으로는 실제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결국 예전 방식과 새 방식 추종자 간에 분열이 생겨 효율성이 떨어지면서 자포자기 상태가 되고 예전이 훨씬 좋았다는 식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해법은 문화적 접근이다. 기업문화진단을 통해 기업문화 유형을 파악하는 게 첫 단계다. 여기에 저자의 독특한 틀이 제공된다. 저자는 정신분석학과 신화학, 인류학 등 인문학적 지식을 활용해 기업 진단과 치료 방법의 틀과 프로세스를 제시한다. 문화적 유전자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신화적 분석과 금기와 의무, 문화코드를 발견하는 작업이 수행된다. 다음 단계는 기능 구조분석을 통해 집단 무의식적 현상을 발견하는 작업이다. 저자는 기업문화진단을 통해 현재 문화의 성격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즉 어떤 문화적 금기가 있어 사람들이 변화를 거부하는지, 직원들의 소속감이 어떻게 형성되고 어느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지, 나아가 경영이 지금까지 왜 그렇게 이루어질 수 밖에 없었는지를 알게 해준다는 것이다. 여기에 현재의 문화에 나타나는 징후들을 포착함으로서 이후 일어나게 될 경영상의 위험을 예방할 수 있다.

이런 기업 진단의 목적은 변화에 대한 이성적 이해와 무의식 사이의 간극을 메워주는 작업이다. 즉 과거의 금기, 무의식을 열어 상처를 치유하고 마음의 장례식을 거쳐 새로운 상태로 이행하는 것이다.

사진설명:기업이라는 이름이 들어갔는데도 단순한 경영서가 아니다. 그렇다고 인문교양을 경영자에 소개하는 책도 아니다. 인문과 경영을 뫼비우스의 띠처럼 결합해 인문을 기업 치유의 도구로 활용한 사례를 담아내 기업변화지침서로 손색이 없다.

저자는 개인과 마찬가지로 기업도 변화를 꾀할 때 자크 라캉이 제시한 상상적, 문화적, 경제적 저항이 나타난다고 말한다. 즉 마음의 저항 5단계인 부정, 분노ㆍ죄책감, 흥정ㆍ협상, 체념ㆍ실험 등 각 단계에 맞춰게 저항을 처리하는 게 필요하다는 얘기다.

부정의 단계에서는 개인이나 집단에게 지속적으로 새로운 현실을 상기시키는 게 필요하다. 가령 애인에게 차였을 때 “그녀는 널 찼어!”라고 말하는 것이다. 현실을 부정하지 않고 인정함으로써 분노하게 하는 거다. 그래야 분노ㆍ죄책감의 단계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분노ㆍ죄책감의 단계에서는 주로 저항의 세 차원 중 어느 부분이 주로 작동하는지를 찾아내는 게 관건이다. 특히 상상적 저항, 가령 ‘이건 구조조정의 신호탄이야’ ‘이건 우리가 하는 일을 감시하려는 회사 측의 의도야, 사생활 침해라고‘식의 생각이 가상 현실임을 증명해 줘야 한다. 그래야 상상적 저항이 문화적, 경제적 저항으로 바뀐다.

저자는 실제 기업적용 사례를 통해 정체성 분열을 겪고 있던 기업이 어떻게 재탄생하게 됐는지 들려준다. 내부교류가 약해지고 있던 프랜차이즈를 새로운 신화와 상징을 투입, 회원수 300만명이 넘는 화장품 브랜드로 만든 사례다. 또 외부 업체의 컨설팅이 트라우마가 돼 교류와 협력을 거부했던 인사관리 조직의 상처를 치유한 얘기도 들려준다.

‘기업문화 오디세이’는 모두 세 권으로 구성됐다. 이 전에 나온 ‘기업문화 오디세이 1-기업의 인류학에 관한 친절한 강의’가 기업문화를 인류학적 방법론으로 세 가지 기준에 따라 여덟 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구조화했다면, ’기업문화 오디세이2-기업의 신화학에 관한 낭만적 강의‘에서는 기업문화의 기원을 구성하는 신화를 해석해 그 구조를 읽고 경영전략에 맞게 재구성하는 과정을 그렸다.

이번 ’기업문화 오디세이3-기업의 정신분석에 관한 달콤한 강의‘에서는 기업문화의 변화에 필요한 논리적 시간의 다섯 단계를 살피며 변화에 따른 저항을 다룸으로써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는 과정을 소개했다.

책은 실제로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도표와 기호, 워크숍 방법 등을 실어 실용성을 높였다. 특히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자크 라캉, 마르셀 모스, 루이 알튀헤르, 루스 베네딕트 등 위대한 사상가들을 자유롭게 적용, 조직 경영서에서 발견하기 힘든 지적 재미를 준다.

/meelee@hg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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