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로 단숨에 노벨상 후보 영순위에 오른 MIT의 젊은 경제학자 대런 애스모글루, 시장경제에 대한 이론으로 201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앨빈 E. 로스, 행동경제학의 대부로 2013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J. 실러, 1987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M. 솔로 MIT경제학과 교수......이 화려한 리스트는 그 자체만으로 마음을 설레게 한다. 세계를 움직이는 사회 ㆍ경제학자 10명이 어느 날 런던정치경제대 이그나시오 팔라시오스-후에르타 교수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는다.‘100년 뒤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예측해 달라는 주문이었다.
이들은 이 주제에 바로 매료됐다. ‘100년 후’의 아이디어는 사실 케인즈에서 비롯됐다. 케인즈는 대공황이 시작될 즈음, 힘든 시기에 손주시대의 장밋빛 미래를 그려냈다. 그 속에는 생활수준이 4~8배 정도 좋아질 것이란 예측이 있고, 주당 근무시간이 약 15시간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10명의 경제학자들은 선배의 전통을 잇는다는 생각에 들떴다. ‘새로운 부의 시대’(알키)는 세계적인 학자가 지식의 최전선에서 바라본 경제와 개발, 환경, 제도, 인간의 본성, 우리 삶의 매커니즘의 미래 모습을 담고 있다.
앨빈 E.로스는 지금은 혐오스러워도 2113년에는 정상으로 취급받을 것으로 보이는 시장을 예측했다.
그가 그린 큰 그림은 앞으로 100년 동안 환경 재앙이나 대규모 테러 행위, 대량 살상무기가 동원되는 전쟁 등으로 세상이 혼란에 빠지지 않는다면 세계 경제는 성장을 계속하고 연결성은 더욱 긴밀해진다는 것이다. 물질적 번영도 계속돼 인구가 증가하는 한편 인간의 수명도 늘어난다는 예측이다.
그는 이런 전제 위에 지금은 신체 기능을 향상시키는 약물의 사용이 금지돼 있지만 결국 약물도 안전하기만 하면 우유처럼 좋은 영양제로 보거나 커피처럼 하나의 기호식품 혹은 유행으로 여기는 날이 올 것으로 본다. 또 자식의 유전적 특징을 고르는 등 이제 막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한 몇 가지 기술 역시 혐오스러운 불법행위로 간주되지만 앞으로는 널리 활용될 것으로 예견했다.
‘예비 노벨 경제학상’으로 불리는 ‘클라크 메달’을 수상한 대런 애스모글루는 개인과 여성, 소수의 권리가 확대되는 권리혁명이 앞으로도 지속되며 주요 트렌드의 기준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그는 테크놀로지, 노동과 임금, 보건, 인구 폭발과 자원, 환경의 과거 100년 간의 궤적을 통해 미래 추세를 그려내며 트렌드는 개별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연관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경제학과 다른 사회과학의 접점에서 창의적인 작업을 수행해온 하버드대 경제학과의 에드워드 L. 글레이저는 100년이란 세월이 그리 긴 건 아니라고 전제한다. 100년 전의 미국이나 지금이나 외형적으로는 진화했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다는 것이다.
글레이저는 가장 큰 위협으로 인간의 탐욕과 대규모 테러 등 파괴적 행동을 꼽는다. 특히 두려움 자체를 위협요인으로 본 데 글레이저의 독특함이 있다. 그는 “번영이 계속되면 사람들은 현실에 안주하게 돼 개혁과 모험을 기피한다”며, “개인은 자구책의 수준을 놓고 각자 적절한 결정을 내릴 수 있지만 국가의 정치 경제 절차는 자칫 여러 형태의 과도한 자위책을 세우는 우를 범하기 쉽다”고 말한다. 국방비 지출과 공공의료와 새로운 건축이나 사업을 방해하는 규제 등 자위책은 무리수를 두기 쉽다는 지적이다.
미시경제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제학자로 꼽히는 안드레우 마스 콜레이 교수는 일의 진화를 살피며 근무시간이나 학교생활, 직장생활의 경계가 모호해질 것으로 본다. 또 전통적인 단순반복식 재화생산 대신 맞춤형 재화나 서비스에 대한 기회가 많아지고 질과 독창성으로 평가받는 매우 전문화된 노동력이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할 것으로 본다. 콜레이는 현재 경제시스템을 지식경제로 표현하는 건 너무 포괄적이고 남용돼 곧 폐기될 것이라며 새로 진입할 단계를 가리키는 용어로 ‘승인의 경제’를 제시한다. 역량이나 권위, 신용도를 입증해야 하는 경제를 의미한다.
10명의 경제학자들이 내놓는 예측은 구체성을 띤 것도 있고 개념적인 측면도 있지만 이들의 상당수는 불평등 구조에 관심을 기울였다.
프린스턴대 경제학과의 애비너시 K 딕시트 교수는 “빚과 과소비 풍조에서 벗어날 줄 모르는 미국인들에게 싱가포르에 새 본부를 지은 IMF가 어떤 식으로 돈을 빌려줄 지 궁금하다”고 빈정거리면서 불평등의 해소만이 새로운 부의 조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행동경제학의 대부 로버트 J. 실러교수는 새로운 사회의 위험관리법에 주목하며, 세제와 개인의 직업과 연계된 보험설계를 통한 불평등 완충장치를 제시했다. 경제성장론 분야의 일인자 로버트 M. 솔로 교수는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인간노동으로 발생해야 할 소득의 몫이 무자비하게 줄어들면서 불평등이 심화될 것으로 보고 이에 대응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10명의 경제학자들은 미래의 낙관과 우울 사이에서 비교적 낙관 쪽으로 기운다. 설사 불행한 재앙이 닥쳐도 이들은 인류가 집단적인 힘으로 잘 통과할 것이란데 표를 던졌다.
새로운 부의 시대/로버트 J. 실러 외 지음, 이경남 옮김/알키
/meelee@heraldcorp.com
이들은 이 주제에 바로 매료됐다. ‘100년 후’의 아이디어는 사실 케인즈에서 비롯됐다. 케인즈는 대공황이 시작될 즈음, 힘든 시기에 손주시대의 장밋빛 미래를 그려냈다. 그 속에는 생활수준이 4~8배 정도 좋아질 것이란 예측이 있고, 주당 근무시간이 약 15시간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10명의 경제학자들은 선배의 전통을 잇는다는 생각에 들떴다. ‘새로운 부의 시대’(알키)는 세계적인 학자가 지식의 최전선에서 바라본 경제와 개발, 환경, 제도, 인간의 본성, 우리 삶의 매커니즘의 미래 모습을 담고 있다.
앨빈 E.로스는 지금은 혐오스러워도 2113년에는 정상으로 취급받을 것으로 보이는 시장을 예측했다.
그가 그린 큰 그림은 앞으로 100년 동안 환경 재앙이나 대규모 테러 행위, 대량 살상무기가 동원되는 전쟁 등으로 세상이 혼란에 빠지지 않는다면 세계 경제는 성장을 계속하고 연결성은 더욱 긴밀해진다는 것이다. 물질적 번영도 계속돼 인구가 증가하는 한편 인간의 수명도 늘어난다는 예측이다.
그는 이런 전제 위에 지금은 신체 기능을 향상시키는 약물의 사용이 금지돼 있지만 결국 약물도 안전하기만 하면 우유처럼 좋은 영양제로 보거나 커피처럼 하나의 기호식품 혹은 유행으로 여기는 날이 올 것으로 본다. 또 자식의 유전적 특징을 고르는 등 이제 막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한 몇 가지 기술 역시 혐오스러운 불법행위로 간주되지만 앞으로는 널리 활용될 것으로 예견했다.
‘예비 노벨 경제학상’으로 불리는 ‘클라크 메달’을 수상한 대런 애스모글루는 개인과 여성, 소수의 권리가 확대되는 권리혁명이 앞으로도 지속되며 주요 트렌드의 기준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그는 테크놀로지, 노동과 임금, 보건, 인구 폭발과 자원, 환경의 과거 100년 간의 궤적을 통해 미래 추세를 그려내며 트렌드는 개별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연관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경제학과 다른 사회과학의 접점에서 창의적인 작업을 수행해온 하버드대 경제학과의 에드워드 L. 글레이저는 100년이란 세월이 그리 긴 건 아니라고 전제한다. 100년 전의 미국이나 지금이나 외형적으로는 진화했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다는 것이다.
글레이저는 가장 큰 위협으로 인간의 탐욕과 대규모 테러 등 파괴적 행동을 꼽는다. 특히 두려움 자체를 위협요인으로 본 데 글레이저의 독특함이 있다. 그는 “번영이 계속되면 사람들은 현실에 안주하게 돼 개혁과 모험을 기피한다”며, “개인은 자구책의 수준을 놓고 각자 적절한 결정을 내릴 수 있지만 국가의 정치 경제 절차는 자칫 여러 형태의 과도한 자위책을 세우는 우를 범하기 쉽다”고 말한다. 국방비 지출과 공공의료와 새로운 건축이나 사업을 방해하는 규제 등 자위책은 무리수를 두기 쉽다는 지적이다.
사진설명: 경제학자들은 인류의 잠재적 위험으로 불평등과 함께 기후변화를 든다. 바라보는 관점은 조금씩 다르지만 극단적인 비관주의를 보여주는 이는 한 명도 없다. 이는 이들의 기본적인 낙관적 태도와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
미시경제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제학자로 꼽히는 안드레우 마스 콜레이 교수는 일의 진화를 살피며 근무시간이나 학교생활, 직장생활의 경계가 모호해질 것으로 본다. 또 전통적인 단순반복식 재화생산 대신 맞춤형 재화나 서비스에 대한 기회가 많아지고 질과 독창성으로 평가받는 매우 전문화된 노동력이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할 것으로 본다. 콜레이는 현재 경제시스템을 지식경제로 표현하는 건 너무 포괄적이고 남용돼 곧 폐기될 것이라며 새로 진입할 단계를 가리키는 용어로 ‘승인의 경제’를 제시한다. 역량이나 권위, 신용도를 입증해야 하는 경제를 의미한다.
10명의 경제학자들이 내놓는 예측은 구체성을 띤 것도 있고 개념적인 측면도 있지만 이들의 상당수는 불평등 구조에 관심을 기울였다.
프린스턴대 경제학과의 애비너시 K 딕시트 교수는 “빚과 과소비 풍조에서 벗어날 줄 모르는 미국인들에게 싱가포르에 새 본부를 지은 IMF가 어떤 식으로 돈을 빌려줄 지 궁금하다”고 빈정거리면서 불평등의 해소만이 새로운 부의 조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행동경제학의 대부 로버트 J. 실러교수는 새로운 사회의 위험관리법에 주목하며, 세제와 개인의 직업과 연계된 보험설계를 통한 불평등 완충장치를 제시했다. 경제성장론 분야의 일인자 로버트 M. 솔로 교수는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인간노동으로 발생해야 할 소득의 몫이 무자비하게 줄어들면서 불평등이 심화될 것으로 보고 이에 대응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10명의 경제학자들은 미래의 낙관과 우울 사이에서 비교적 낙관 쪽으로 기운다. 설사 불행한 재앙이 닥쳐도 이들은 인류가 집단적인 힘으로 잘 통과할 것이란데 표를 던졌다.
새로운 부의 시대/로버트 J. 실러 외 지음, 이경남 옮김/알키
/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