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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朴에 날 세운 이재오…“靑 말 너무 들어 어려워졌다”
[헤럴드경제=함영훈 선임기자]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때 이명박 대통령의 킹메이커로서 활약하며 박근혜 당시 경선 패배자와 날카롭게 대립했던 이재오 후보가 오랜만에 입을 열었다.

당시 이재오 최고위원 등 친이계와 경선에서 진 친박계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맡았던 김무성 의원은 현재 여당 대표가 되었는데, 이재오 의원은 4일 열린 새누리당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 김무성 대표 등 ‘비박’ 당 지도부를 극찬한 뒤 박대통령에게는 다시 각을 세웠다.

이재오 의원은 유승민 원내대표와 원유철 정책위 의장에게 축하인사를 건넨 뒤, 맹자에 나오는 ‘오십구비(五十九非)’는 고사성어로 운을 뗐다. ‘60세가 돼서 보니 59세까지 산 것이 다 잘못 살았다, 그래서 60세부터 다시 살아야겠다’는 뜻을 가진 말이다. 이 의원은 “지금까지 해 온 것은 다 잘 못 됐다고 생각하고 오늘부터 새로 한다는 마음을 가져야 변화가 되고 혁신이 되고 진보되는 것이지, 매일 지난 날에 연연하고 지날 날을 이어가려고 하면 발전이 없다”는 말로 서론을 매조지했다.

이어 “청와대에 있는 사람들이나 내각에 있는 사람들은 대통령의 말을 그냥 조건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왜냐면 임명권자가 대통령이니까, 그러나 국회의원들은 국민이 선출한 사람이다. 국민이 선출한 사람들이 청와대 한 마디 한다고 무조건 따라갔던 지난 2년을 되돌아보면…, 그래서 청와대가 지지도가 올라갔는가, 뭐가 잘 되었는가, 점점 내리막길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있다. [이길동 기자/gdlee@heraldcorp.com]

이 의원은 “우리 당도 돌이켜보면 지난 2년 동안 국민의 말을 듣기보다 청와대 말을 너무 들어서 오히려 청와대도 어려워지고, 당도 어려워 지지 않았느냐”고 당의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주문했다.

그는 “우리 당 대표님이나, 새로 되신 원내대표나, 정책위의장, 그 점을 잘 꿰뚫고 보고 있기 때문에 이제 앞으로 중진회의에서 제가 할 말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참석을 안 해도 될 것 같다 생각한다”는 너스레로 한 발 물러서는 듯 하다가, “(국회의원들이) 임기 1년 남았으면 누구를 보고 일해야 되는가. 국민을 보고 일해야 된다”라면서 청와대 말만 추종하지 말도록 재차 당부했다.

이의원은 “담뱃세를 느닷없이 2000원 올려 2조~3조원 더 거둬들이고, 연말정산 느닷없이 해서 2조~3조원 거둬들여, 5조~6조를 더 거둬들였으면 그것이 증세지, 서민들이 정부에 후원금 준 것이냐”면서 “서민 주머니의 돈은 나갔는데, 그 돈이 정부로 들어갔는데 ‘증세는 없다’고 이렇게 말하면 나라가 안 된다”고 청와대와 정부를 싸잡아 맹공했다.

대선을 코앞에 둔 2007년 늦가을, 여의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이 끝났어도 친이-친박 간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당시 최고위원이었던 이재오 의원은 “아직도 경선하는 줄로 아는 사람들이 있다.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고, 이에 박근혜 대통령은 “오만의 극치”라고 비난했다.

며칠 후 이재오 최고가 “저의 언행으로 마음이 상했거나 화가 나셨던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뒤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 대통령을 찾아가 허리 굽혀 사과했지만, 박 대통령은 이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재오 의원이 허리를 굽히던 날, ‘친박’ 의원 32명은 김기춘 의원의 59회 생일 축하 오찬을 함께 했는데, 이 중 일부가 친이-친박 간 가교 역할을 하던 김무성 당시 최고위원에게 “최고위원이 끝인 줄 아느냐. 똑바로 해라” 등의 비판을 쏟아낸 바 있다.

/abc@heraldcorp.com

사진=이길동 기자/gd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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