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보유 ‘영구채’ 전환도 제안


그리스가 국제 채권단에 채무탕감(헤어컷) 요구를 철회하고 협상안으로 명목 국내총생산(GDP) 연동 국채 교환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그리스가 제시한 ‘국채교환’은 채무 상환액을 줄이는 사실상의 헤어컷이라고 보고 있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이 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제시한 국채교환 방식은 2가지다.

바루파키스 장관은 그리스 정부부채(3200억 유로, 약 399조 원)의 44.3% 수준인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이 보유한 1420억 유로 규모의 국채를 명목 GDP 증가율에 연동한 국채로 교환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는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총선 공약때 밝힌 것을 구체화한 것이다. 시리자는 채무상환을 성장률에 연동해 경제가 좋아지면 상환액을 늘리겠다고 제안한 바 있다.

비록 세부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았지만 그리스는 기존 국채와 교환할 신규 GDP 연동 국채의 표면금리를 기존 국채보다 낮추고 만기도 이전보다 길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액면가액을 탕감하지 않아도 그리스는 상환해야 할 금액이 줄일 수 있다. 반면 채권자는 손실을 볼 수 있게 된다. 사실상의 헤어컷 효과가 발생하는 셈이다.

앞서 그리스는 2012년 민간 채권단과 장기채권으로 교환하면서 헤어컷을 적용한 바 있다.

신규 국채는 표면금리에 명목 GDP 증가율과 연동한 스프레드(금리 차이)를 적용해 명목 GDP 증가율만큼의 추가 금리를 지급하는 구조이지만 실제 추가될 금리 수준은 낮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유럽의 물가상승률이 낮고 그리스는 디플레인 상황에서 명목 GDP 증가율이 낮아 경우에 따라서는 마이너스 금리도 요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바루파키스 장관의 다른 제안은 유럽중앙은행(ECB)이 보유한 270억 유로 규모의 국채를 만기가 없는 ‘영구채’로 바꿔 원금은 갚지 않고 이자만 주겠다는 것이다. ECB는 지금까지 그리스에 시장 개입으로 매입한 국채의 만기가 되면 상환을 요청했다. 다만 구제금융에 따라 ECB가 그리스 국채에서 발생한 투자이익을 그리스에 돌려주는 조건이었다.

이 제안은 ECB가 전면적 양적완화로 7월부터 그리스 국채를 매입하는 계획과 연동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수민 기자/smstor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