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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창진 사무장 “조 전 부사장, 잘못을 한번도 인정하지 않았다”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땅콩 회항’으로 물의를 빚은 조현아(41ㆍ여)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대한 결심 공판이 서울 서부지법 제12형사부(부장 오성우) 심리로 2일 오후 2시30분부터 열린 가운데, 증인으로 출석한 박창진(44) 대한항공 사무장은 “조현아 전 부사장은 한 번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승무원 유니폼을 입고 출석한 박 사무장은 “조 전 부사장은 물론, 조양호 회장에게도 사과 받은 적이 없다”면서 “회사에서 저를 위해 업무에 복귀할 수 있는 조치를 해주겠다고 이야기한 것으로 아는데, 이 또한 저는 받은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박 사무장의 이날 증언은 최근 조 회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박 사무장에게 사과하고, 업무에 복귀토록 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박 사무장은 그러면서 “일할 권리와 자존감을 치욕스럽게 짓밟고 봉건시대 노예처럼 일방적 희생만 강요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대한항공이 나를 ‘관심사병’으로 분류하려는 시도를 느꼈다”고 덧붙였다.

‘땅콩 회항’ 당시 상황에 대해 박 사무장은 ‘당시 비행담당이 아니었는데 조 전 부사장의 탑승으로 스케줄을 변경한 것이냐’라는 질문에 “맞다”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조현아 전 부사장이 여승무원을 밀치고 폭언을 했다”면서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맞은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검사의 심문과 박 사무장의 증언을 구성해보면 조 전 부사장은 박 사무장에게 ‘마카다미아’를 서비스한 승무원에게 손가락질 하며 “이X 안 데려 갈 거야 내려”라고 말하며 “이 비행기 당장 세워 안띄울거야 당장 기장에게 연락해”라고 말했다.

이후 박 사무장은 기장에게 연락해 조 전 부사장이 “욕을 하고 화를 내면서 해당 여승무원의 하기를 요구한다”고 보고 했다. 조 전 부사장은 여승무원을 탑승구 근처까지 밀치고, 매뉴얼을 말아 벽 등을 내려 쳤다.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증인석에 선 그는 현재의 심정을 말해달라는 검찰측의 요청에 “대한항공의 모든 직원들은 경영진과 회사를 위해 그 누구보다 성실히 일하고 희생하고 있다”면서 “조 전 부사장 및 오너 일가는 비합리적인 경영방식으로 승무원들이 당했던 행위들에 대해 좀 더 반성해 보시고 다음에 더 큰 경영자가 되시는 발판으로 삼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건강이 많이 좋지 않다. 모든 가족이 함께 고통 받고 있다”면서 “업무에 복귀하기 힘들다는 생각을 했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이번 사건의 최대 쟁점은 조 전 부사장에게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다. 항공보안법 42조에 따르면 위계나 위력으로 운항 중인 항공기 항로를 변경한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최진녕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은 이날 헤럴드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조 전 부사장 측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는 점, 항로변경죄가 벌금형 없이 징역형만 규정하고 있다는 점, 최근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운전자에 대한 폭행을 특별 양형 가중 인자로 분류하는 점 등을 미뤄 징역 3년 전후로 구형하지 않겠냐”고 밝혔다.

비록 박창진 사무장이 실제 항공기를 운전하는 기장은 아니지만 항공기 안전을 전반적으로 책임지는 만큼 항공교통과 관련된 인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최 대변인은 “피해 회복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했는지 여부를 공탁으로 가늠하기 때문에 공탁금(법적 분쟁 해결을 위해 개인 등이 법원에 맡기는 돈)을 얼마나 넣느냐도 구형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3년보다 더 적게 구형할 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김경진 법무법인 이인 변호사는 “조 전 부사장의 부친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까지 법정에 출석해 박 사무장에 대한 출근 문제 등을 약속했는데 검찰이 그리 세게 구형을 하겠냐”면서 “1년 6개월에서 2년 정도 구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검찰은 조 전 부사장에게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 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 형법상 강요, 업무방해, 위계 공무집행방해 등 총 5가지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여러 혐의가 있을 경우 이를 합쳐 형량을 결정하는 미국 등과 달리 우리나라는 피의자에게 적용된 혐의 중 법정형이 가장 높은 혐의를 바탕으로 구형을 내린다. 이에 따라 조 전 부사장은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 혐의로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을 구형받을 수 있다.

조 전 부사장의 변호인들도 이를 의식한 듯 영장실질심사 때부터 지난 30일 열린 2차 공판 때까지 시종 항로의 개념을 ‘공로(空路)’로 국한시키며 항로변경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또 조 전 부사장이 회항 지시 당시 항공기가 실제로 움직이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며 고의성이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결심공판 뒤 통상 2~3주 안에 판결이 내려지는 관례상, 조 전 부사장에 대한 1심 판결은 이달 중순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법원 인사가 2월 중순으로 예상돼, 이르면 다음주 선고가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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