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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유 수유중에도 패션모델 나선 이유?…아줌마의 꿈은 소중하니까!
-크로커다일레이디 10기 서포터즈…아줌마 모델 3인과의 토크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시작은 배우 김희애부터였을 것이다.

지난해 드라마 ‘밀회’에서 예술재단 기획실장 오혜원의 나이는 마흔. 실제 나이보다 여덟살이나 어린 역할을 맡았던 김희애는 1986년생 유아인과 로맨스 연기를 펼쳤다. 두 배우의 실제 나이 차는 열아홉, 극 중 나이차는 스무살이다.

오십을 앞둔 여배우의 로맨스에 많은 안방 여성 시청자들은 부러움과 경이로움을 표했다. 스무살 연하와의 로맨스는 고사하고 저 백옥같은 꿀광 피부에 삼단같은 머리결, 내가 오십이 된다해도 저럴 수 있을까라는 생각.

아줌마들의 로망을 현실로 일구는 아줌마들이 있었다. 결혼과 출산, 육아를 하면서도 꿈을 놓지 않는 ‘리얼’ 아줌마들이다. 

‘실용주의’를 키워드로 올 봄 여성복 스타일을 연출한 서포터즈들. 변덕스러운 간절기 날씨에 대비해 입고 벗기 좋은 레이어드룩을 각각의 TPO(TimeㆍPlaceㆍOccasion)에 맞게 선보였다. 이도연씨는 스포티하면서도 클래식한 ‘비즈니스룩’, 김희희 씨는 나들이 활동에 어울리는 ‘캐주얼룩’, 연수희씨는 가벼운 산책이나 트레킹 시, 혹은 활동이 많은 날 평상복으로 소화할 수 있는 ‘스포티브룩’ 콘셉트다. [의상 협찬=크로커다일레이디]

국내 패션그룹 형지(대표 최병오)의 여성복 브랜드 ‘크로커다일레이디’의 스타일 서포터즈가 바로 그들이다. 스타일 서포터즈는 크로커다일레이디가 브랜드 홍보대사 및 주부모델을 선발하는 프로그램으로, 지난 2012년부터 실시해 올해 10기를 맞았다. 1월말 최종 선발된 6인은 오는 6일 발대식을 갖고 2월부터 6월까지 5개월 동안 활약할 예정이다. 크로커다일레이디 스타일 서포터즈 6인 중 이도연(41), 연수희(35), 김희희(30)씨 3인과 서울 후암동 헤럴드스퀘어 카페에서 만나 ‘아줌마 토크’를 펼쳤다. 한때는 배우였고, 록밴드 보컬리스트였으며, 프로농구팀 닥터로 활약했던 그녀들은 아줌마가 돼서도 자신들의 외모를, 삶을, 꿈을 가꾸고 있다. 관리의 비법은 비범하지 않았다. 

이도연씨

“이러면 반칙이지. 아줌마들이라면서. 너무 날씬한거 아니냐.”

“애 낳은지 이제 50일 정도 됐어요. 지금 모유 수유중이고요.”(김희희ㆍ이하 김)

“어머 나돈데. 저는 첫애는 다섯살. 둘째는 이제 6개월 됐어요. 저도 아직 모유수유중이에요.”(연수희ㆍ이하 연)

“나만 다 끝났네. 호호. 저는 첫째가 일곱살이에요.”(이도연ㆍ이하 이)

아직 모유수유 중인, 신생아를 키우는 두 엄마들은 바깥 나들이가 아무렇지도 않다. ‘수유패드’가 예전보다 좋아졌기 때문이라며 ‘쿨’하게 말한다. 

김희희씨

“결혼 전에는 의류 피팅 모델도 하고 그랬는데, 아이 3살 될 때까지 아무 것도 못했어요. 스트레스로 원형탈모증도 왔었죠. 그러다가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좀 더 바쁜 엄마로 살아야겠다, 낮에 시간만 때우고 있지 말고 나를 위해 뭔가 하자, 해서 블로그를 시작했죠. 제가 가장 관심있는 분야인 패션ㆍ뷰티 쪽 블로그를 운영하게 된 거고요. 본격적으로 패션 서포터즈로도 활동하게 됐죠.”(이)

“저는 재활 치료사였어요. 임신하고 나서 그만뒀죠. 지금은 조그맣게 패브릭 사업을 하고 있어요. 디자인도 직접 하고 외삼촌이 운영하는 공장에서 제작도 해서 편집숍에 납품하고 있죠. 저도 블로거예요. 육아 정보도 공유하고 패션 홍보도 하고요. 사실은 개그맨인 남편 홍보해 주려고 시작한 건데 말이죠.”(김)

수줍음 많은 서포터즈 막내 김희희씨의 남편은 알고보니 개그맨 팀 ‘옹알스’ 멤버. 프로농구팀 재활치료사였던 이씨는 개그맨 농구팀으로 활약했던 남편과 농구장에서 로맨스를 키웠다.

연수희씨는 다른 두 사람보다 ‘프로’ 경력이 조금 더 많다.

“브랜드 서포터즈를 열개 정도 했어요. 고등학교 시절부터 했던 건데, 결혼하고 나서도 계속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지금 둘째 낳고 머리카락이 엄청 빠지고 있어요. 가장 볼품없는 시기예요.”(연)

가장 볼품없는 시기라고 했지만 연씨는 그 누구보다도 에너지 넘치는 표정이다. 이유를 들으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둘째 낳고 나니까 더 악착같아지더라고요. 내가 내 것, 내 인생의 꿈을 놓쳐버리고 훅 나이들어 버릴 것 같은 그런 느낌? 하루 하루가 너무 아깝더라고요. 그래서 요새는 모든 것을 농도있게(?) 즐겨요. 모든 게 다 소중하니까. 애 재워놓고 그림도 그리고 노래도 부르고요.”(연)

연 씨는 스물여섯살때부터 3년 동안 록밴드에서 보컬리스트로 활동했다. 본인 빼고 다른 멤버들은 여전히 인디 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중이라고. 드러머였던 남편은 결혼 전 라이브 뮤직바를 운영하다 결혼 후에 뜬금없이 치킨집을 차렸단다.

“치킨도 팔고 음반도 만들어요. 인디 음악 레이블 대표인 셈이죠.” (연)

연수희씨

홍대에서 치킨집과 레이블을 동시에 운영하는 남편을 도와 특기를 살렸다. 가게 홈페이지도 꾸미고 블로그 운영도 하면서 신인가수 앨범에 넣을 그림도 직접 그린다. 정식으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한 적 없는 연 씨의 손그림이 수준급이다.

“저도 결혼 전엔 연극도 잠깐 하고 드라마도 했었어요. 지금도 그때 친구들은 다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저만 주부죠. 저는 아이를 낳고 나니까 욕심이 없어지더라고요. 주변인으로 남는 게 오히려 즐겁기도 하고. 어렸을 때 가졌던 초조함과 불안감도 사라지고요. 꿈이라면 나이 진짜 많이 들고 나서 할머니 역할 해보고 싶은 거?” (이)

서포터즈 3인 모두 직접 육아를 도맡아하고 있다. 일명 ‘독박육아’. 가끔은 ‘신랑찬스’를 쓰기도 한다고.

“시아버지께 물었죠. 돈 버는 며느리가 좋지 않으시냐고. 그랬더니 내 손자 내 며느리가 키우는 게 더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시부모님들께 블로그도 오픈했어요. 그걸 통해 서로 소통하죠.”(이)

친정부모, 혹은 시부모에게 육아를 떠넘기는 요즘 엄마들과는 달리 이씨는 바깥활동을 하면서도 아이는 직접 ‘내 손으로’ 키웠다. “감사한 마음을 갖고 살면 감사한 일들이 생긴다”며 ‘시월드’도 며느리하기 나름이란다.

모범답안을 줄줄이 읊는 이 아줌마들, 여성의 아름다움과 꿈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는 얄미울 정도로 모범답안을 쏟아낸다.

“만으로 서른아홉? 에이…. 나이 깎지 마세요. 저는 마흔이 넘으니까 진짜 내 나이가 된 것 같아요. 어려보이고 싶지도 않고요. 가끔 지하철에서 정말 예쁘게 나이 드신 할머니들을 보며 감동해요. 그런데 어린 친구들 보면 그런 생각 들어요. 그냥 있어도 예쁜데 뭘 그렇게 치장하나.”(이)

“맞아 맞아. 이제는 유행 타고 예쁜 옷을 찾기 보다 나한테 어울리는 옷을 찾게 되요. 이제 그런 것을 판단할 수 있는 나이가 된 거죠. 내 단점을 받아들이는 나이 말예요. 50대가 되면 외모가 평준화된다고 하잖아요. 결국 바른 태도, 마음가짐, 이런 게 예쁜 20대보다 더 예쁜 50대를 만드는 것 같아요.”(연)

“나이 먹으면서 제일 중요한 게 ‘결’이에요. 결을 지키는 거. 어렸을 땐 멋부리려고 파마하고 염색하고 화장품도 세트로 사고 했지만 머리결도 피부결도 더 안좋아지더라고요. 요즘 비우는 게 화두잖아요. 비워야 채워져요. 그래서 화장품도 다이어트하고요.”(이)

모유 수유를 하면서도 패션 모델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이 아줌마들은 어떻게 관리를 해 온 걸까. 마흔이 넘도록 키 170㎝에 몸무게 48㎏을 유지해 온 이씨는 운동이나 ‘관리’같은 건 해본 적이 없다고. 다만 일상 속에서 나를 가꾸기에 대해 힘주어 말했다.

“계단은 까치발로 걷고요. 집에서도 계속 늘어져 있지 않으려고 해요. 끊임없이 긴장을 유지하는 거죠.”(이)

‘선배’ 아줌마들의 수다에 연신 고개만 끄덕이던 막내 김 씨가 모처럼 입을 떼며 ‘관리의 정석’에 대해 한방을 날린다.

“저는 집에 있을 때는 안 씻어요. 외출할 때 한번씩 각질제거하고 말끔하게 씻는 거죠. 머리도 한 2~3일에 한번씩 감아요. 메이크업은 비비크림 정도?”
(김)
체육학을 전공한 김 씨가 생활 속 관리에 대해 조언을 덧붙였다.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게 관절 운동이에요. 재활 치료에서 쓰는 건데 뼈마디를 단단하게 만드는 거죠. 저는 집에서 아기용 바디로션을 아령처럼 들고 수시로 운동해요. 앉을 때는 허벅지 안쪽 다리를 누르듯이 조이며 앉고요. 수건 하나로 밴드 운동만 제대로 해도, 자세만 바르게 해도 먹을 것 다 먹어가며 관리가 가능하죠.”(김)

순간 구부정하게 앉아 있던 언니들, 모두 자세를 고쳐 앉는다.

/amigo@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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