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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유통가, 새 물결 넘실…‘지도로 장보는 사람들’
[도쿄특파원=김지현 코리아헤럴드(헤럴드경제 자매지) 기자]“후쿠시마(福島) 산(産) 쌀을 무료로 드리니 이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도쿄에서 라디오를 듣다 보면 종종 접할 수 있는 광고다. 안전성을 보장하니 지금 당장 전화 주문하라고 유혹한다. 하지만 반응은 의외로 싸늘하다. 식품의 방사능 함량에 대한 불신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도쿄의 슈퍼마켓에 가보면 흔히 한 손에는 장바구니, 그리고 다른 한 손에는 일본 지도를 들고 있는 소비자들을 볼 수 있다. 종이로 된 작은 지도를 가지고 다니기도 하고,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들여다보기도 한다. 원산지 확인을 위해서다.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일본 내 식품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게다가 최근 들어서는 후쿠시마산 농산물이 도쿄 전역의 상점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그렇지만 가격이 약 20~30% 가량 저렴하다 보니 소비자로서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급적 후쿠시마와 그 주변의 미야기, 야마가타현 등지에서 나는 농산물은 여전히 기피하는 추세다. 

홋카이도(北海道) 산 역시 일부 한인들에게는 보이콧 대상이다. 사실여부가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후쿠시마 소를 홋카이도로 보내 사육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그 지역 유제품을 꺼리게 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연스레 일본 내에서도 한참 남쪽인 후쿠오카, 나가사키, 그리고 쿠마모토산이 인기를 끌고 있다. 

농산물은 이렇게나마 산지를 골라 구입할 수 있지만, 수산물은 또 다른 이야기다. 일본에서 생선은 어획 후 보내지는 항구가 원산지로 표기된다. 때문에 정확하게 최초 어획장소를 파악한 이후에야 구입해야 한다.

일반 식당에서 사용되는 생선은 어디서 어획됐는지 파악할 길이 없다는 이유로 어린아이를 키우는 집은 스시 구경도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육류는 구체적인 원산지없이 ‘국내산’이라고만 표기되기도 한다. 그 덕분에 눈물을 머금고 육즙이 흐르는 일본산 와규 대신 호주산 제품을 구입하는 주부들이 많다.

두부와 같이 여러 재료로 만들어진 제품도 사실상 원산지 표기가 불가능하다. 

일본 남부 지방 제품을 주로 취급하는 마트 코코하나(Cocohana)

원산지에 대한 불안감이 이처럼 증가하면서 남부지방 제품을 취급하는 고급마트가 늘고 있다. 도쿄 부유층이 모여 산다는 세타가야구 한가운데 위치한 코코하나(Coco Hana)와 같은 마트는 소규모지만 주로 큐슈나 나가사키 지역 농산물을 취급한다. 

일본 소비자들 역시 한국인들만큼은 아니어도 원산지를 따진다. 다만, 되도록 표시를 내지 않으려 할 뿐이다. 후쿠시마산 인줄 모르고 집었다가 얼른 내려놓는 일본인들도 종종 눈에 띈다.

현재 후쿠시마에서 나는 모든 제품은 검사를 통해 방사성 물질의 농도가 일정 수준이 넘지 않아야만 판매가 가능하다. 다만 방사능의 정확한 함량은 표기되지 않는다

jemmi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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