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 ‘브릴리언트…’展 17일까지 DDP
“3만개의 부속품으로 움직이는 자동차는 영험한 물건입니다. 마치 인간의 내장기관과도 같죠. 현대문명이 만들어 낸 기계들 중 이렇게 많은 부속을 갖고 있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차를 10년 정도 몰면 주인 닮아간다고 하잖아요? 차는 기계를 넘어선 그 무엇입니다.”통쇠를 그라인더로 갈아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쇳가루 산수화가’ 김종구(이화여대 교수ㆍ52) 작가의 말이다. 이 조각가는 별안간 왜 ‘자동차 영물론’을 펼치게 됐을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 작가들이 한 전시에서 뭉쳤다. 잘나가는 중견 작가부터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젊은 작가까지 모두 동일한 액수의 ‘아티스트 피(Artist feeㆍ작가 보수)’를 받고 말이다. 김종구, 이용백, 박선기, 김병호, 이광호, 김진우, 양민하 등 총 14명의 작가들을 현대자동차가 한데 모았다.
김종구‘ 참외트럭의 추억’ |
현대차는 지난해 10월부터 ‘브릴리언트 메모리즈(Brilliant memories)’라는 캠페인을 벌여 고객들로부터 자신의 삶과 함께 해온 추억의 자동차에 대한 사연을 수집했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예술작품으로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아티스트들을 선정, 2점의 작품(1점은 사연자에게 기증)을 제작하게 했다. 그 결과물로써의 전시가 ‘브릴리언트 메모리즈’라는 동명의 타이틀로 2월 17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알림터 알림 1관에서 열린다.
전시가 열리기까지 걸린 시간은 총 석달. 하지만 정작 작가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달 남짓에 불과했다. 국내ㆍ외에서 개인전과 그룹전을 준비하면서 동시에 촉박한 시간을 쪼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한 셈이다.
자동차에 얽힌 사연을 풀어낸 전시여서인지 일단 각 작가들이 내놓은 작품의 사이즈부터가 만만치 않다. 대형 사이즈의 조형 작품들이 거대한 전시공간을 파티장처럼 떠들썩하게 메우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지난해부터 현대미술 작가에 대한 전시 후원, 브랜드 문화공간(강남 도산대로 현대모터스튜디오) 설립 등 공격적인 문화예술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의 이름을 걸고 이렇게 대대적인 전시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작가 선정 등 전시를 기획한 홍소미(아트플레이스 대표)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지난해 현대자동차의 브릴리언트 메모리즈 광고 캠페인에서 파생됐다. (디지털 인터랙티브 전문 광고회사인 포스트비쥬얼이 이 광고를 제작했다) 광고를 통해 마케팅을 하려던 것이 반응이 좋아 전시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라면서 “모든 관람객들이 즐겁게 보고 즐기는 전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