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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내일은 슈퍼리치!③‘나이키도 앞선 스마트팔찌 리더’, 하버드중퇴 ‘핏빗’창업자 제임스 박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김현일 기자] IT 분야 중에서도 최근 소비자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지면서 기업들 간 치열한 전쟁터로 급부상한 곳이 있다. 바로 피트니스 시장이다. 그 중에서도 시계나 목걸이처럼 몸에 착용해 자신의 운동량을 체크하는 웨어러블(wearable) 기기가 최근 2년 사이에 쏟아지고 있다.

제임스 박(James Park) 핏빗 공동 창업자 겸 CEO


그런데 스마트폰도 아직 낯설던 시기 일찍이 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간파하고 뛰어든 이가 있다. 바로 한국계 미국인 제임스 박(James Parkㆍ39)이다. 애플이 아이폰을 처음 세상에 선보였던 2007년 그는 ‘핏빗(Fitbit)’을 공동 창업하고 웨어러블 기기 개발에 나섰다. 덕분에 핏빗은 웨어러블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다. 나이키, 필립스 등 글로벌 강자들이 속속 후발주자로 뛰어들었지만 핏빗의 아성을 넘진 못하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 전문업체 NPD그룹에 따르면, 지난 2013년 4월부터 2014년 3월까지 미국 내 판매량을 기준으로 핏빗의 시장점유율은 68%였다. 조본(Jawboneㆍ19%), 나이키(Nikeㆍ10%)와 큰 격차를 보였다. 총 판매량 330만개 중 225만개가 핏빗의 제품이었다. 가격은 100달러 짜리부터 250달러 짜리까지 다양하다.

핏빗의 제품은 걸음 수와 이동 거리, 칼로리 소비량 등 기본적인 운동량 뿐만 아니라 잠자는 동안 뒤척이거나 깨는 행동 등을 실시간으로 기록해 수면 패턴을 분석해준다. 실시간으로 심박수도 측정 가능하다.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선 이를 임상연구에 사용하고 있으며 레드 불(Red Bull) 등의 기업에선 직원들 건강관리 차원에서 핏빗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 iOS와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과도 연동해 쓸 수 있다.

핏빗은 클립형과 팔찌형의 웨어러블 기기와 Wi-Fi 연결이 가능한 체중계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사진=핏빗 홈페이지)


포브스와 블룸버그는 올해 하반기나 내년 초, 핏빗이 기업공개(IPO)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까지 웨어러블 업계에서 상장한 기업이 없어 핏빗의 상장여부는 큰 관심거리다. 상장 결과에 따라 제임스 박 CEO가 향후 손에 쥐게 될 돈도 더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기업공개설에 대해 제임스 박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 재무와 관련된 것은 답변하지 않겠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하버드대 컴퓨터공학과를 중퇴한 제임스 박은 1998년부터 1년 간 미국 투자회사 모건 스탠리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을 지원했다. 이후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에 나섰다. 핏빗은 2007년 그가 사업 파트너 에릭 프리드먼(Eric Friedman)과 공동 설립한 세번째 회사다.

몸매가 망가진 채로 집에서 비디오 게임을 즐기던 제임스 박은 닌텐도의 게임기 ‘위(Wii)‘에서 핏빗 아이디어를 얻었다. 동작을 감지하는 센서와 게임이라는 소프트웨어가 결합한 닌텐도 제품처럼 비슷한 기기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본격 개발에 앞서 2008년 9월, 세계 최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콘퍼런스인 ‘테크 크런치50’에서 먼저 시제품을 소개하고 사전주문을 받았다. 제임스 박은 50개 정도 예상했지만 실제 주문건수는 2000개까지 치솟았다. 제대로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사전 주문을 받은 것에 대해 그는 나중에 “정말 순진한 행동이었다”고 털어놨다.

몇 달 안에 제품을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지만 실제 개발 과정은 매우 더디게 진행되면서 사전 주문자들의 불만을 샀다. 사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출신인 제임스 박은 제조업엔 전혀 경험이 없었다. 핏빗이 처음이었다. 하드웨어에 대한 배경지식 없이 직접 몸으로 부딪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뒤따랐다. 하드웨어 전문가를 찾아 이리저리 헤맸고, 제조업체를 구하기 위해 아시아 전역(현재 핏빗은 싱가포르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다)을 세 달 동안 돌아다녔다. 결국 1년을 넘겨 2009년 크리스마스 때 주문자들에게 제품을 전달할 수 있었다.


2014년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의 핏빗 부스(사진=게티 이미지)

제임스 박은 사업 초기 “핏빗 자체를 사람들에게 이해시키는 것도 어려웠다”고 밝혔다. 7년 전만 하더라도 웨어러블 기기에 대한 인식은 지금에 비해 부족했다. 유통업자들에게 핏빗이 어떤 제품인지 설명하고, 소비자들의 호응이 있을 거라고 확신시키는 것이 그의 또다른 주요 업무였다.

결국 핏빗은 출시 5년 만에 28개국 3만여개 매장(2014년 2월 기준)에 진출하는 성과를 올리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제임스 박은 그런 어려움을 뚫고 피트니스 웨어러블 시장을 개척한 것에 대해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의 말대로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가격으로 적절한 상품을 선보인 것’이 주효했다.

최근 주요 스타트업들이 대부분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데 반해 핏빗은 하드웨어로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도 남다르다. 소프트웨어도 주기적으로 업그레이드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충성도가 높다.

대부분의 기업가들이 제조업을 기피하는 추세지만 제임스 박은 요즘 하드웨어 스타트업에 도전하기 더 좋은 환경이 됐다고 강조한다. 그 첫번째 근거로 도움을 받을 정보와 전문가가 풍부하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하드웨어 기업의 성공은 정보와 지식에 달렸다”며 “과거에 나는 제조업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두번째로 세계 최대 크라우드 펀딩 업체 킥스타터(Kickstarter)를 예로 들며 시장의 사전검증이 수월해진 점을 꼽았다. 킥스타터는 개인이나 기업이 웹사이트에 프로젝트를 올리면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자금을 후원하는 서비스다. 기업은 이를 통해 자사 제품에 대한 시장의 반응을 미리 확인할 수 있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특히나 초기 비용이 많이 드는 하드웨어 스타트업에게 좋은 환경이다.


지난 해 8월, 블룸버그 TV에 출연해 인터뷰를 가진 제임스 박 CEO(사진=게티 이미지)

한편 애플도 올해 애플워치를 내놓고 피트니스 시장에 뛰어들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벌써부터 핏빗과 애플 간의 경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제임스 박은 “별로 달라질 게 없다”며 자신만만한 모습이다. 그는 “애플이 훌륭한 회사이기 때문에 오히려 피트니스 기기 시장 전체를 키울 거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처럼 제임스 박은 오로지 인간의 건강에만 관심이 있다. 보다 건강한 삶을 위한 기술 개발에만 충실하겠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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