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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猫약] 작은 소망, 가족이 되기 위한 첫걸음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소망이를 길에서 구출한지 보름. 결국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고양이 커뮤니티에 사연을 올리거나 보호소에 보내는 방법도 알아봤지만, 녀석의 험난한 인생에 대한 걱정이 앞섰습니다. “이런 것이 기묘한 인연이 아닐까?” 결국 기자와 아내는 소망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기로 결정했습니다.

오랜 상의 끝에 각종 검사와 중성화수술을 위해 인근 동물병원을 찾았습니다. 커뮤니티 회원들이 추천한 이 동물병원은 길고양이를 데리고 오면 중성화수술 비용의 일부분을 지원해주는 곳이었습니다. 의사에서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니 “집에서 쫓겨난 고양이들은 첫 겨울을 제대로 넘기기 힘들다”며 “먹는 것의 문제도 심각하지만, 환경에 대한 적응력을 죽기 전까지 갖기 힘들다”고 조언했습니다.


다행히 소망이의 건강상태엔 이상이 없었습니다. 벼룩이나 기생충은 물론, 고양이에게 치명적인 심장사상충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아마 버림을 받기 전 귀하게 길러진 모양입니다. 의사는 소망이가 태어난지 약 5~6개월 정도 지났다고 말했습니다. 몸집이 아직은 작은데 말썽을 부릴 시기라서 버린 걸까요. 정상적인 장난끼를 고약한 성격으로 단정 짓고 누군가에게 양도하거나, 성묘가 된 이후 버리는 사람들을 몇 명 접했기 때문입니다.

중성화수술에 대한 반대 의견은 기자와 아내, 의사의 입에서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바로 소망이는 이른바 ‘땅콩을 뗀다’는 표현으로 불리는 중성화수술을 하게 됐습니다. 숫컷의 경우 수술 직후 바로 집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우리 부부는 대기실에서 기다렸습니다. 수술 뒤 마취에서 풀린 소망이는 언제 아팠냐는듯 동물병원을 구석구석 뛰어다니며 장난끼의 시동을 걸더군요. 우린 한동안 ‘웃프게’ 녀석의 활발함에 감탄했습니다.


소망이는 그나마 하늘에서 허락한 천운을 타고난 축에 속합니다. 국내 길고양이의 수는 약 25만 마리, 이 중에서 1년에 5000마리 정도가 중성화수술을 받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충분한 영양을 공급받지 못해 영양실조나 로드킬 등으로 짧은 생을 희미하게 이어가고 있죠. 지자체에서는 길고양이들의 개체수를 조절하기 위해 중성화수술 지원책을 내놓기도 합니다. 야생에서 태어나서 자란 고양이가 새끼를 낳으면 한 번에 여러 마리를 낳기 때문에 그대로 두면 숫자가 급증하는 건 당연합니다.

길고양이가 생태계를 위협할 정도로 해를 입히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에선 유별나게 고양이를 싫어하는 인식이 넓게 깔려 있습니다. 간혹 캣맘, 캣파들이 길고양이들을 돌보기도 하지만 이마저도 못 마땅해 하는 시선은 존재합니다. 따라서 중성화수술로 개체수를 감소시키는 것이 하나의 해결책으로 제시됐죠. 길고양이 귀에 V자로 파인 자국이 중성화수술을 받았다는 표시입니다.

일반적으로 중성화수술을 하면 체중이 늘어난다고 말합니다. 의사의 말에 따르면 4~6개월 안에 수술을 하면 성욕, 즉 발정기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때문에 성격이 좀 더 온순해진다고 합니다. 또 생식기에 생길 수 있는 질병을 예방하는 효과와 함께 전보다 식성이 좋아진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체중이 늘어난다는 설명이죠. 그는 “사료량을 줄이는 것도 방법이지만, 사냥본능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많이 놀아주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소망이는 건강하게 다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사랑이가 문제입니다. 소녀 감성(?)을 가지고 있어서일까요? 쉽게 친해지지 못하고 소망이를 더 괴롭힙니다. 큰 몸집으로 눌러버리는 것은 물론, 기자와 아내의 무릎을 차지하기 위해 필사적입니다. 말 못할 동물이라도 사랑을 독차지 하고 싶은 욕심은 있나봅니다.

사람 둘 고양이 둘의 동거가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앞으로가 더 험난하다는 사실을 그 땐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다른 집사들의 방을 들여다 보면, 몇 마리의 녀석들도 서로 체온을 나누며 지내는데 사랑이와 소망이는 왜 이토록 처음부터 단추가 잘못 꿰진 걸까요?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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